작은 사람에게 말했다
안내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해본 적 없어요
말하고 나서
한번 해본다
곁에 아무도 없는
작은 사람이 보였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재구성, 안미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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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저도 이 부분이 아프네요. '해본 적 없어요'랑 '곁에 아무도 없는/ 작은 사람이 보였다'까지요..
연해
저도요, 도리님ㅠㅠ
해본 적 없다고 말하고, 한번 해봤는데, 곁에 아무도 없어 작아지고 마는 느낌. 하지만 그 작은 사람은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싶어집니다.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마지막 문장처럼요.
그 작은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말없이 토닥토닥해주고 싶었어요.
도리
엇 연해님이랑 저랑 묘하게 다르게 읽은 거 같아요! 저는 '작은 사람'과 '나'를 분리해서 봤는데요. '작은 사람'이 마치 부모처럼 느껴졌어요.(작음이 보잘 것 없고 쇠약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 사람에게, 안내 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난 해본 적 없다고. 원망하듯 말하고 나서 직접 해보니 곁에 아무도 없었던 작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매번 그렇거든요. 구조보다 구조에 끼여 사 는 사람을 미워하고 한심해 하다가 그곳에 놓였을 때야 그 사람의 분투와 외로움를 알아채서요. 그래서 저에게 마지막 행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희망보다 의지였어요. 이제는 구조를 알았으니까, 그러면 그것대로 살아남자는 의지.
연해님의 작은 사람은 화자와 화자 안에 작은 사람을 투영해서 보신 거 같은데 제가 이해한 게 맞을까요?
같은 시도 각자의 몸을 통과해서 각자의 버전의 시가 되는 거 같아 신기하고 재밌어요. 도리ver, 연해님ver!
연해
으아, 세상에. 이렇게 정성스러운 설명이라니, 감동입니다. @도리 님!
저의 해석은 도리님이 말씀하신 것이 맞아요. 제대로 이해해 주셨습니다. 이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리님의 말씀을 읽고 보 니 제가 놓친 부분도 눈에 들어오네요. "구조보다 구조에 끼여 사는 사람을 미워하고 한심해 하다가 그곳에 놓였을 때야 그 사람의 분투와 외로움를 알아채서요."라는 문장에서 특히 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 행이 희망보다 의지였다는 말씀, 구조를 알았으니 그것대로 살아남자는 의지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귀하게 읽힙니다.
도리님 말씀처럼 같은 시도 각자의 몸을 통과해서 각자의 버전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고,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다시 돌아볼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도리
옛날 일기는 읽으면 다 생각이 나니까
읽기 싫었다
무거워서 시작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그만 깊어지고 싶지 않아요
영원을 본 적 없어요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재구성, 안미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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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이 부분도 와닿네요 ㅎㅎ. 그 전에 기록한 걸 다시 들춰보진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다시 보려면 조금 많이 지나야 되더라고요. 그때의 내가 잊혀져야 보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