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과제랑 시험공부 때문에 바빠서 들어오질 못했네요. 박노해 시인의 <다시> 입니다. 책을 막 피다가 발견했습니다. 밑에는 책에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시의 메시지를 해석한 내용입니다. 되게 자주 보던 메시지이고, 뻔하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다만 힘들어서 시도할 염두를 못 낼 뿐이죠. 하지만 상상력으로 가득찬 시인들에게는 이러한 생각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오려나 하는 궁금함이 생기네요. 여담으로, 휴대용 독서대를 샀습니다. 얇고 적당히 넓어서 들고 다니기도 좋고 보기도 편하네요.
크... 과제와 시험공부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번 시는 @아스파탐 님 말씀처럼 자주 보던 메시지고,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는 것 같았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정재찬 교수님의 해석도 좋은데요. 개인적으로 '낙관'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단어가 담겨있어 더 희망차게 읽혔어요. 결국은 희망도, 절망도, 슬픔도, 다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모든 걸 낙관하는 자세 또한 삶을 일으키는 마음 같기도 하고요. 휴대용 독서대를 사셨군요(짝짝짝, 칭찬 목걸이 걸어드립니다). 저는 집에서 쓰는 독서대만 있는데 말이죠. 새로 만난 독서대 덕분에 책과도 더욱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실 것 같아 제가 다 기쁘네요. 아스파탐님의 쾌적한 독서생활, 응원합니다:)
오늘의 시는 <선량>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미끄럼틀에서의 선량함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출렁여도 단단한 사람이 된다"라는 문장과 "강하다고 믿고 싶었겠지만 / 나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라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화자가 지난 여러 어려움들을 겉보기에는 잘 대처했던 것 같은데 속에는 여러 상처가 남아있던 것 같네요. 그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순수함이 화자에게 어떤 감정을 부른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들의 순수함을 보며 어느 정도의 그리움을 느끼는 것 같긴 한데, 그것만으로 그 감상이 끝날 것 같진 않아요. 오늘 시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도 이 시를 읽으면서 어릴 때 자주 갔던 놀이터와 그 안에서 뛰어놀던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화자처럼 순수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이들이 모였다가 흩어진다"라는 문장에서 @아스파탐 님 말씀처럼 감상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함께 읽으니 생각이 더 풍부해져 좋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박완서 작가님은 나무를 닮고 싶다 하셨네요. 생전에 댁에서 많은 식물을 키우셨다고 하죠. 저는 난이도 최하라는 선인장이나 틸란드시아도 죽이는 망손이라 식물 잘 키우시는 분들 신기한데, 근본적으로는 관심과 애정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하하, 저도 식물계 마이너스의 손이라, @하뭇 님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식물 잘 키우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 회사에 꽃꽂이 동아리도 있는데, 자리를 온실처럼 잘 가꾸시더라고요. 하지만 관심과 애정의 문제라는 말씀에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려봅니다(숙연). 박완서 작가님도 생전에 댁에서 식물을 많이 키우셨군요. 꽃과 잎새, 낙엽과 나무 등 자연을 묘사하는 다양한 표현에서도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느낌이에요. 나무를 닮고 싶다는 마지막 문장에 잔잔한 울림도 느껴집니다.
왠지 맑음 맑음해지는 꽃.. 내사랑 금계국~ㅎ 참고로.. 생태계 유해종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에서 찾아보니 그렇지 않네요.. 집 주변을 봐도 생태계 유해종은 아닌 듯.. 망초꽃이랑 어우렁더우렁 해마다 잘 어울려 피더라구요~ㅎ
금계국 사진이 선명하고 화사하게 잘 나왔네요. 금계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도 참 예뻐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에서 생태계교란 생물과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을 찾아봤는데, 금계국이 표함되어있지는 않더라고요. 근데 또 기사를 여럿 검색해 보니 금계국과 달리 큰금계국은 왕성한 번식력을 바탕으로 다른 식물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의견도 분분하네요. 그럼에도 시 속에 담긴 문장들은 몽글몽글 따사롭네요. 6월에 피는 꽃이라 "들길 걸으면 따라오고"라는 문장과 "시리도록 아름다운 노랑"이라는 표현이 특히 좋습니다. 이번에는 초록색 펜으로 필사해 주신 @GoHo 님의 필체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 이 꽃의 이름이 금계국이군요.. 여름 초입부터 여기 저기에서 노란빛을 확확 퍼뜨리고 있어서 참 예뻐보이더라구요. 왠지 여름의 꽃인거 같은 기분도 들고요. 유해종은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예쁘다고 좋아했는데 유해종이라고 하면 왠지 마음이 복잡해지니까요....
아이스크림을 초콜릿 꺼내 먹듯이 자주 먹는 요즘인데요. 이번 필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시는 '버텨냈다'와 '버텨왔다'에서 자꾸 멈춰있어요. 두 행의 차이가 마음이 아픈데요. 왜 마음이 아픈지 나는 '버텨낸건지', '버텨왔는지' 고민 해보고 있답니다.
저도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ㅋㅋ 버텨낸 것과, 버텨온 것… 우리말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이렇게 비슷한 단어인데 다르게 느낄 수 있게 하다니요 ㅎㅎ
도리님과 제가 같은 시집을 필사하고 있다 보니 제가 읽었던 시를 도리님의 필체로 다시 보는 과정이 반갑고 신기합니다.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버텨냈다'는 것과 '버텨왔다'는 것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저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버텨낸 건지, 버텨왔던 건지 그럼 앞으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아이스크림을 초콜릿 꺼내 먹듯이 자주 먹는 요즘"이라는 말씀에 뜬금없이 생각난 먹태깡(죄송합니다). 어제 라이브 채팅에서 핫했던 아이템이었죠(하핫).
'버텨냈다'는 상대적으로 근래에 생긴 고난으로 느껴지고, 현재엔 그 고난으로 인한 버팀이 완료된 듯 느껴졌어요. 의지적이고 성취적으로도 느껴지고요. '버텨왔다'는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요. 그리고 '버팀'이 종료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나'는 '버텨냈고', '친구'는 '버텨왔다'는 거에, 작은 고난을 끝낸 저의 세상을 들키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친구의 고난을 마주한 듯해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런 경험이 있거든요. 반대로 느낀 적도 있고요. 참 어려워요.
세상에, 도리님! 저는 '버텨냈다'는 것과 '버텨왔다'는 것의 차이를 이토록 명료하게 구분하지는 못 했는데, 완료형과 현재 진행 형으로 나눠주시다니 이 구체적인 표현들이 정말 놀라워요! 내가 지나온 고난을 아직 겪고 있을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과 반대의 마음까지. 정말 그러네요. 남겨주신 말씀 덕분에 생각이 한 층 더 깊어집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시를 쓰고 드로잉이 남아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어요. 시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에 수록된 「사랑은」 이라는 짧은 시입니다. 사실 저는 이런 사랑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시가 엄청 와닿진 않았어요.. 사랑은 당신이 내게 칼이라는 사실이고, 나는 그 칼로 내 마음을 들쑤신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칼로 내 마음을 찔러 넣다 못해 들쑤시는 거.. 카프카는 어떤 사랑을 한 걸까요? 이 시 같은 경험 하신 분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맞아 시 116편과 드로잉 60개를 수록한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그리고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묶었다.
앗, 이 책은 @지금 님도 필사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때 드로잉 시전집이라는 걸 처음 알았죠. 시는 간결하지만 메시지가 강렬하네요.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칼로 내 마음을 들쑤시는 사랑이라는 건 어떤 사랑일까. 저는 @bookulove 님의 글을 읽다가 제가 좋아했던 문장이 하나 떠올랐는데요. 정이현 작가님의 『우리가 녹는 온도』라는 소설 속에 담긴 문장입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기어코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저의 지난 사랑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놓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헤어진 뒤에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 상황 한가운데 놓여있을 때는 그게 잘 안 보이더라고요. 독인 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꾸역꾸역 삼키는 느낌이랄까요. 그 사람과 헤어진 지는 이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에 제가 그에게 이런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몸에 칼이 박혀 피가 철철 나고,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네 몸에 칼이 박혀 피가 계속 난다고 소리치듯 말해주는데, 정작 저는 "이거 피 아니야, 상처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 같았다고 말이죠. 그래서 헤어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답니다.
그리하여, 언제든 사라져버릴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눈사람」, 고명재 지음
정말요. 신기합니다. 정이현 작가님의 문장과 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좋은 문장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뒤에 문장이 더 있을 줄 알고 조심스레 찾아봤는데요(꽤 집요한 편). 이 한 문장이 전부였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가 제목을 보고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명재 시인 산문집에도 이런 글이 있었어요! ㅎㅎㅎ 신기하네요 ㅎㅎㅎ 연해 님은 카프카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었겠네요. 지금은 그 기억이 연해 님께 너무 아픈 추억이 아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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