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이 벌써 이 모임의 마지막 날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9일 동안 이 모임이 어떻게 흘러갈까 나름의 걱정과 설렘이 공존했는데요. D-1을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어 실감이 나면서 여러 감정들도 함께 밀려옵니다.
29일 동안 함께하시며 다들 어떠셨는지도 살짝(아니 많이) 궁금한데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 공간을 가득 채워주실 때마다 놀랍고 감동받고 울고 불고(아 이건 아닌가) 그랬습니다. 올라온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혼자 배시시 웃을 때가 가장 많았지만요.
오래전 제가 처음으로 필사했던 시집은 류시화 시인님의 『마음챙김의 시』라는 엮은 시집이었는데요. 시인님은 이 시집을 엮을 때마다 시집에 수록할 시를 선정하고, 시 사용을 허락받는 일을 했는데, 생존 시인에게는 직접 이메일을 띄우고, 작고한 경우에는 저작권자 혹은 시집을 펴낸 출판사들에 연락했다고 합니다. 이 시집도 마찬가지였고요.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건네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아름다운 행위"라는 시인님의 말씀도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이라 글이 깁니다(사실 그동안도 제 글은 자주 길었죠, 하핫).
이 모임을 처음 열었던 시기는 1년 중 제 업무 특성상 가장 여유가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괜찮겠다 싶어 모임을 열었더랬죠. 참석자가 한 명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더욱 풍성한 모임이 되었고요.
29일 동안 제가 고른 시집의 시를 읽고 쓰고, 다른 분들의 필사를 읽고 감상을 나누는 저의 루틴은 늘 한결같았어요. 매일 하겠다 다짐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좋아 매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그 시간이 정말 특별했습니다.
하지만(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모임을 진행하면서 여기에 폭 빠져있는 동안 제 일상의 밀린 일들이 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저리 갓!) 서서히 알아차렸고, 연달아 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이제 이번 모임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려는 일도 하나 있는데, 이제는 이불로 곱게 덮어뒀던 그 일도 슬슬 시작해야 할 것 같고요.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패터슨시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이야기인데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일상은 놀랍도록 반복적입니다. 하지만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바로 시죠. 그는 매일 시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들을 그의 비밀노트 안에 틈틈이 시처럼 지어내려가요. 짐 자무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삶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평범한 것이 실은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소박한 일상 속 틈틈이 시를 적어내려갔던 패터슨의 모습처럼 말이죠.
그러니 모두들 이 모임을 떠나서도, 삶 속 곳곳에 자신만의 시를 계속해서 엮어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그간 장황했던 저의 글과 공지도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다들 무탈하고 건강하게:)
@새벽서가 님은 어서 빨리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요.

패터슨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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