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D-29
책을 안 읽으면 사람이라도 개돼지처럼 되는 것 같다. 그들은 그런 소릴 들어도 마땅하다. 자기가 개돼지임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살다 간다. 대부분은 그렇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내가 몸담고 있는 직업에 파묻혀 개돼지처럼 안 살기 위해 오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아, 또 댄스 댄스 댄스 를 읽어보자. 자, 시작하자.
하루키 소설은 대개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갔다 한다.
운명의 그릇을 기쁜 맘으로 채우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에서 운명을 얘기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닌 것 같은데 대개의 인물이 다 정해진 운명을 살아간다. 나는 운명을 믿는다. 왜냐면 인간은 다 자기 그릇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도, 신이 “한 번 더 살아 봐.”해도 별 차이 없는 인생을 또 살 것 같다. 그래, 그걸 인정하더라도 그 그릇을 살면서 제대로 채워야 할 것 아닌가. 운명에 낙담해 자기에게 주어진, 즉 운명 대로의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수두룩하다. 운명에 끌려가기만 하고 그걸 오로지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내 운명의 그릇을 멋지고 제대로 행복하게 잘 채우자.
여기는 책 좋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뭔가 싫은, 세상과는 다른 곳이어서 좋다.
나로 나오는 인물이나 주인공은 특이한 사람은 잘 안 나온다. 아마도 너무 치우치면 다른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어 그런 것 같다. 여러 관점으로 보기도 힘들고.
한국 작가들은 쓸데없이 어렵게 쓰는 인간들이 있다. 그냥 그 순간의 자기 마음을 나열한 것 같은 글도 있다. 맥락이 안 맞는다. 마치 이 말은 도저히 모를 거다, 하고 꼭 놀리는 것 같다.
죽으면 조용한데 죽으면 이렇게 조용한데, 죽어버릴까. 목숨이 붙어 있는 그 전날까지 인간들은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탁 죽어버리면 세상이 정말로 너무 조용해지는 것이다. “아, 이런 암흑의 세계, 너무 좋아.” 삶과 죽음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가? 삶과 죽음이 한순간인데 그 격차가 너무 크네. 온갖 잡동사니 소음의 세계와 완벽한 침묵의 세계라니. 죽음으로 인해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인간들은 일제히 그 입을 다물고 더 이상은 나에게 잔소리를 멈춘다. 들을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도 놀랄 것이다. “아, 너무 반응이 없는데, 마치 벽 보고 혼자 떠드는 것 같잖아.” 자신도 너무 겸연쩍은 것이다. 그는 자기 생각을 실컷 나에게 주입 중이었는데. 그는 다시 좀 서운했다가 다른 만만한 대상자를 찾아 눈을 번득거린다.
요즘 한국 소설에서는 그게 무슨 유행인지 대화 내용을 따옴표로 감싸지 않는다. 좀 안 좋은 것 같다.
『일러두기』*를 읽고 든 생각 사람을 알기 전에는 조금이라도 그에 대해 일러두기를 미리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잘못하면 실수하고 그걸 고려 안 하고 자기입장에서만 한 얘기로 다시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고 그가 결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겐 앞으로 자기 얘기를 안 할 것이고 마주치기조차 꺼릴지도 모른다. 처음이면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걸 갖고 자기식으로 해석해 자기 관점에서 그를 자기 생각의 틀에 집어넣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나에게 처음 하는 이야기는 일러두기 삼아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 게 가장 좋은 대화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그런 내가 그의 곁에 있으면 뭔가 편하고 자신이 제자리를 잡은 것 같고, 나와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성복은 말한다. “약한 사람일수록 말을 강하게 한다.” 모든 성숙은 유연과 통한다.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자기가 마르게 태어났으면 남들도 다 이렇게 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말라서 앉기에 여러 자세를 맘대로 취해 앉을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자세로는 자기는 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내게 당연한 게 남은 당연하지 않고, 남에게 당연한 게 나는 당연하지 않다. “아, 나 같은 사람은 내가 유일하구나.”를 깨닫고 세상은 나와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자기가 재벌 3세면 운이 좋은 것이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우한 집에서 태어났으면 남과 비교되기 시작해 자신은 이 세상과 아울리지 않게 태어났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미용이 그랬다. 미용처럼 대개는 다시 살아도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다. 거의 운명적인 것인데, 이걸 그래도 의미를 두려면 뭔가 자기 삶에서 자기만의 소중한 걸 캐야 하는데, 미용은 그걸 글로 한다. 남들도 자기만의 뭔가 상위 1%가 아니라면 상대적 위화감(Incongruity)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에 의미를 두는 뭔가를 각자 찾아내는 게 자기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서 미용이 그랬고, 그 글을 재서에게 읽히려고 재서의 대학사 컴퓨터에 글이 담긴 USB를 일부러 꽂아두었다. 미용은 자기의 삶을 글로 표현했고 자기를 이해해주고 자기 얘기를 들어줄 것 같은 사람으로 재서를 선택한 것이다. 재서는, 미용에게 평화를 주고 세상은 교정에 떨어지는 분홍 복사 꽃잎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다. 미용은 자기의 불우한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렇지만 미용은 그 선생에게 찾아가 따지려고도 했다) 자기 삶을 글로 정리했고 그것을 자기가 맘에 두고 있는 재서에게 읽도록 한 것이다. 자기를, 주어진 운명에 그냥 내맡긴 게 아니고, 자기가 그 운명을 주도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글은 삶의 결핍을 보완하면서 그 내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미용은 죽지 않고 꼭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깊이 있는 위대한 작품은 또한 그런 굴곡진 삶과 함수 관계다. 골짜기가 깊으면 능선도 하늘로 치솟는다. 글로 승화(Sublimation)해 재서라는 인물에게 읽힘으로써 자기 인생도 글을 통해 업그레이드시키려 한 것이다. 초월(超越) 단계를, 한겨레 신문 한 칼럼에서 읽었는데, 미용은 글을 통해 자아를 실현했고 재서를 통해 자기 삶을 초월(Beyond)한 것이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의 자아실현을 넘어 6단계,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초월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걸 위해 미용은 오늘도 내일도 자기 글을 계속 써나갈 게 분명하다.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에 대한 작품론을 이렇게 끝맺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안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상처를 밖으로 내보낸 미용의 이야기는 재서를 넘어 독자에게도 흘러 들어와 위안과 격려를 전하는 한편, 소설의 새로운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를 일깨우고 있다.” * 202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조경란)
물론 한국 소설을 직접 읽는 게 낫다. 일본 소설은 번역을 거쳐 그 원본이 좀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뭐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자는 뭔가, 그러면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어머니가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이제 와서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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