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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읽으면서 약간 무서웠던 구절이다. 순식간에 돌변해서 아예 다른 류의 말을 내뱉는 주연. 이를 통해 현재 주연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고 이러한 주연의 화법을 오랫동안 겪어왔을 서은의 마음은 감히 체감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에서 저는 주연이가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진 것 같아서 걱정되었는데..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안 믿어 줄 거면서.
[큰글자도서] 죽이고 싶은 아이 147p, 이꽃님 지음
책의 초반에서 후반까지 다양한 타인에게 주연이 지속적으로 하는 말이다. 주연을 믿어주는 친구는 서은뿐이었다. (주연의 말을 빌렸다) 만약 어린 시절 주연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을 주는 주변인이 곁에 있었다면 주연과 서은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애초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연이가 자신을 믿어준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서은이도 실은 주연이의 비위를 맞춰주고 물질적인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네요..
저는 주연이 지쳐서 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주연은 끊임없이 진실을 주장(나 범인 아님)했지만 사실 본인도 기억이 안나서 확신은 못하겠고, 가뜩이나 기억도 안나는데 갑자기 변호사는 거짓말하라고 들들 볶고, 대중들은 비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욕하는데 기억 안나니까 내가 억울한지 진짜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는데 의미가 있나...믿어달라는 말도 이젠 함부로 못하겠다는 생각에 체념하고 뱉은 말 같습니다.
내가 주연의 상황이라도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가족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은 내 말에는 관심 없고 사건의 결말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 이야기에는 관심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라도 점점 입을 다물게 될 것 같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죠. 암요. 헌데 그 학생에게 진짜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니 경찰도 아니고 판사도 아닌 양반들이 왜 결정한답니까?
[큰글자도서] 죽이고 싶은 아이 158p, 이꽃님 지음
우리 사회가 하고 있는 일이다, 라는 생각이 처음 보자마자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 뉴스로 크고 작은 범죄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는 그걸 보면서 아니 --년형이라고? 저게 말이 돼? 에휴 못된 X! 이러잖아요. 근데 사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도 없고 말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괜한 에너지 소모일뿐이죠. 어쩌면 그 사람을 주변인과 마음 편하게 욕하면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고요. 근데 저는 이 책을 읽고도 계속 뉴스보면서 범죄자를 비난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우매한 대중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ㅜㅜ
더 큰 부조리는 더 큰 카타르시스를 만들기 때문에 해어나오기 쉽지 않죠, 하지만 위 문당수집이 비판하는 내용처럼 적법하지 못한 처분의 방식도 거대한 부조리기에 이를 비판하다보면 중도점을 찾을 수 있게되더라구요.
정말 우리가 뉴스를 볼때마다 하는 생각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범죄를 저지른 악랄한 대상은 사실 우리의 머릿속 상상이 아닌가 의심해봐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우리보다 더욱 정확한 조사와 판결을 내려주는 사람들의 결론에 좀 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므로 최소한 우리를 포함한 사회의 사람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난번 방송 보면서 너무 놀랐습니다. 가난은 선이고 부는 악입니까? 죽은 사람은 선이고 살아 있는 사람은 악입니까? 그렇다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악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지 않습니까.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요? 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바로 그겁니다. 본질. 어째서 피디님은 언론을 이용해 본질을 흐리고 계십니까.
[큰글자도서] 죽이고 싶은 아이 165p, 이꽃님 지음
주연의 사태는 피디와 대중들의 나태함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깊은 진실은 알아봤자 재미없고, 물증도 나온 판에 주연이 범인인 건 맞는 듯하니 죄책감도 없고, 대중들은 자극적인 걸 어차피 좋아하니까 제일 자극적이고 짜기도 편한 선악 구도로 가자..이걸 위해서 주제를 강조할 만한 넘치는 증언들은 그냥 모으면 되고, 가끔 나오는 주제와 반대되는 증언들은 모아서 써먹을 데도 없고 주제랑도 관련 없으니 그냥 빼버리는 거죠. 나쁜 사람인데 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네. 하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결국 거대한 주제와 프레임으로 묶어버리는..마침 서은은 가난하고 주연은 부자니까 선악에 1+1으로 거지 대 부자도 갖다 붙이고...소설에서도 너무 기본적이고 흔한 고전소설에나 나올 법한 단순구조니까 대중들도 이해가 편하고 비난도 편하겠지요..그러기 위해서는 서은과 주연의 부여된 특성만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빼서 평면적 인물로 만드는 게 가독성이 좋을 거고요..ㅠㅠ
언론을 이용해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라...좀 공감되는 말인 거 같다.왜냐하면 요즘도 그렇고 뉴스가 너무 진실의 본질을 흐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요, 하느님. 하느님은 지주연이 한 말 믿으셨어요? 전 그게 진짜 궁금해요.
[큰글자도서] 죽이고 싶은 아이 196p, 이꽃님 지음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은 신이 아닌 것 같다. 우리들에게 하는 말 같다. 우리나 신이나 같은 외부의 존재다. 주연은 의심받을 때 하느님에게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만약 문장으로 책에 표현됐다면,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우리 독자에게 가장 먼저 도달할 것이다. 우리는 표현된 모든 것을 읽고 작중 인물보다 가장 많은 것들을 알면서 주연은 범인이다, 아니다를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건 작중 인물들에 있어서는 신과 같다. 작가가 표현한 세계 내에서는 (작가가 책에 표현하지 않은 진실들이 있다면 몰라도) 전지라는 말이 독자들에게는 성립한다. 그래서 이건 독자들에게 뜬금포 진실로 한 방을 날리면서 작가가 목격자의 입을 통해 전하는 질문인 것 같다. 작가도 독자가 믿었는지가 궁금할 테니까....
하느님이 우리같은 외부의 존재라니.. 깨달음을 얻는듯한 느낌을 주는 생각이네요
오늘부로 책을 완독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전개에 더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빨리빨리 페이지를 넘기되 인상 깊은 문장은 여러 번 곱씹어 읽었기에 기억에 남는 문장이 많았다.
나는 책에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내가 나도 모르게 주연이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 변호사의 입장 변화가 여실히 이해되었다.
당신은 여전히 주연이가 못마땅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주연이를 ‘미워할 만한 아이’ 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큰글자도서] 죽이고 싶은 아이 작가의 말, 이꽃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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