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6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활기차게 시작하셨나요~? 1. 「뫼비우스의 띠」는 읽다 보니, '아, 이거 학교 다닐 때 문제 지문으로 엄청 나왔던 거네...' 하는 기억이 났습니다.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가 그때는 이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역시, 좋은 작품은 자꾸 다시 읽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여러분의 생각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앉은뱅이와 곱추,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그려집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교사인 수학선생님의 입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지는 슬픈 도시빈민의 이야기가 마음 아픕니다. 소설을 읽으며 어렸을때는 동네 시장에서 자주 볼수 있었던 앉은뱅이 아저씨들, 곱추 아저씨, 할머니들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근처 고아원에 살던 급우의 무표정했던 얼굴도 떠올랐어요. 그 친구의 엄마가 한번 학교를 찾아왔던적이 있어요. 속으로 엄마가 있는데 왜 고아원에 살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떠올랐어요. 70년대, 전후 여전히 아픔과 가난이 국가의 주제였던 야만의 시대가 떠올라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아무래도 무거운 마음은 읽는 내내 함께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ㅜㅜ
2024년에 출간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성과 힘)을 읽고 있어요. 조세희 작가님이 2,000년에 쓰신 '작가의 말'을 다시 꼼꼼히 읽어봅니다. "그 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택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어느 날 나는 경제적 핍박자들이 몰려 사는 재개발 지역 동네에 가 철거반과 싸우고 돌아오다 작은 노트 한 권을 사 주머니에 넣었다. '난장이 연작'은 그 노트에 쓰이기 시작했다. " (9쪽) "다시 말해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된 '칼'의 시간에 작은 '펜'으로 작은 노트에 글을 써나가면서, 이 작품들이 하나하나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를 견디고' 따뜻한 사랑과 고통받는 피의 이야기로 살아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나는 했다." (11쪽)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가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12쪽) 언제부턴가 집회에 가면 사진을 찍는 조세희 작가님을 자주 보았다. 스테디셀러 작가, 수능출제 작품 작가지만 그는 언제나 거리에 있었고, 여전히 존재하는 '난장이'를 외면하지 않았던 거 같다. 서문만 읽어도 가슴이 쓰리다.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p.57, 조세희 지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출판사를 옮겨 새로 나왔다.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첫 출간된 이래 모두 134쇄, 54만부 가까이 발행된 이 책은 최근 신생 출판사 `이성과 힘'(대표 조중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신애의 아저씨를 향한 이 말이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난장이 아저씨는 끈질긴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그와 그의 식구들은 더러운 동네, 더러운 방, 형편없는 식사, 무서운 병, 육체적인 피로, 그리고 여러 모양의 탈을 쓰고 눌러오는 갖가지 시련을 잘도 극복해왔습니다." 앞니가 부러진 사나이가 무자비하게 난장이를 짓밟고 폭력을 가할 때, 신애가 칼을 들어 사나이를 공격한 것처럼 우리도 함께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함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ㅠㅠ 남에게 민폐나 끼치지 말자, 정도로 타협하는 삶에 늘 부끄러우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건 참 어렵네요ㅠㅠ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대학생 시절인 거 같아요. 어느새 나는 '신애'에게 감정이입하는 사회적 위치에 서있네요. 신애의 남편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은 어느새 고등학생, 초등학생입니다. 물론 젊은 시절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서열화가 싫어도 무시할 수 없고, 집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난한 도시 서민이 집한채라도 가져야 불안이 덜 하니 포기하지 못합니다. 대학시절 나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정체화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신애의 말처럼 최근 저도 '난장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와 남편 세대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래도 삶의 보호막이 되어주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죠. 평범하다 못해 부족한 외모, 가장 저렴한 사교육, 마트에서 날짜 임박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도 가장 싼 숙소에서 한끼는 라면을 먹으며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냥 나와 가족들은 이 사회의 하층민, 루저, 난장이라는 사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는구나...이런 생각을 해요. 신애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나와 남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여기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약자인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는 이 장면이 애틋합니다.
난장이이의 딸은 팬지꽃이 피어 있는 두어 뼘 꽃밭가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이 한 문장을 나는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이 되뇌였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도시빈민이었던 난장이 가족, 특히 그 딸인 영희는 나중에 가진자들에게 결국 성매매를 하게 된다. 그 앞에 나오는 이 문장을 나는 왜 계속 생각했을까? 아마도 비극적인 슬픔과 고통의 생생한 장면을 마주칠 때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그 고통을 온전히 느끼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지극히 아릅다고, 명료하다. '딸, 팬지꽃, 끊어진 기타' 문학은 이런 게 아닐까. 낱말 세 개 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문장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낱말 세 개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난다'고 표현하시니 정말 더 시리게 기억하게 되네요. 영희의 처지와 감정을 좀 더 몰입해서 상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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