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D-29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대학생 시절인 거 같아요. 어느새 나는 '신애'에게 감정이입하는 사회적 위치에 서있네요. 신애의 남편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은 어느새 고등학생, 초등학생입니다. 물론 젊은 시절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서열화가 싫어도 무시할 수 없고, 집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난한 도시 서민이 집한채라도 가져야 불안이 덜 하니 포기하지 못합니다. 대학시절 나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정체화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신애의 말처럼 최근 저도 '난장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와 남편 세대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래도 삶의 보호막이 되어주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죠. 평범하다 못해 부족한 외모, 가장 저렴한 사교육, 마트에서 날짜 임박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도 가장 싼 숙소에서 한끼는 라면을 먹으며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냥 나와 가족들은 이 사회의 하층민, 루저, 난장이라는 사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는구나...이런 생각을 해요. 신애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나와 남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여기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약자인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는 이 장면이 애틋합니다.
난장이이의 딸은 팬지꽃이 피어 있는 두어 뼘 꽃밭가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이 한 문장을 나는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이 되뇌였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도시빈민이었던 난장이 가족, 특히 그 딸인 영희는 나중에 가진자들에게 결국 성매매를 하게 된다. 그 앞에 나오는 이 문장을 나는 왜 계속 생각했을까? 아마도 비극적인 슬픔과 고통의 생생한 장면을 마주칠 때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그 고통을 온전히 느끼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지극히 아릅다고, 명료하다. '딸, 팬지꽃, 끊어진 기타' 문학은 이런 게 아닐까. 낱말 세 개 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문장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낱말 세 개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난다'고 표현하시니 정말 더 시리게 기억하게 되네요. 영희의 처지와 감정을 좀 더 몰입해서 상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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