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D-29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p.57, 조세희 지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출판사를 옮겨 새로 나왔다.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첫 출간된 이래 모두 134쇄, 54만부 가까이 발행된 이 책은 최근 신생 출판사 `이성과 힘'(대표 조중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신애의 아저씨를 향한 이 말이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난장이 아저씨는 끈질긴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그와 그의 식구들은 더러운 동네, 더러운 방, 형편없는 식사, 무서운 병, 육체적인 피로, 그리고 여러 모양의 탈을 쓰고 눌러오는 갖가지 시련을 잘도 극복해왔습니다." 앞니가 부러진 사나이가 무자비하게 난장이를 짓밟고 폭력을 가할 때, 신애가 칼을 들어 사나이를 공격한 것처럼 우리도 함께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함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ㅠㅠ 남에게 민폐나 끼치지 말자, 정도로 타협하는 삶에 늘 부끄러우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건 참 어렵네요ㅠㅠ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대학생 시절인 거 같아요. 어느새 나는 '신애'에게 감정이입하는 사회적 위치에 서있네요. 신애의 남편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은 어느새 고등학생, 초등학생입니다. 물론 젊은 시절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서열화가 싫어도 무시할 수 없고, 집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난한 도시 서민이 집한채라도 가져야 불안이 덜 하니 포기하지 못합니다. 대학시절 나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정체화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신애의 말처럼 최근 저도 '난장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와 남편 세대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래도 삶의 보호막이 되어주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죠. 평범하다 못해 부족한 외모, 가장 저렴한 사교육, 마트에서 날짜 임박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도 가장 싼 숙소에서 한끼는 라면을 먹으며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냥 나와 가족들은 이 사회의 하층민, 루저, 난장이라는 사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는구나...이런 생각을 해요. 신애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나와 남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앉은뱅이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다. 꼽추가 펌프를 찧어 앉은뱅이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29쪽) 여기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약자인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는 이 장면이 애틋합니다.
난장이이의 딸은 팬지꽃이 피어 있는 두어 뼘 꽃밭가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이 한 문장을 나는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이 되뇌였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도시빈민이었던 난장이 가족, 특히 그 딸인 영희는 나중에 가진자들에게 결국 성매매를 하게 된다. 그 앞에 나오는 이 문장을 나는 왜 계속 생각했을까? 아마도 비극적인 슬픔과 고통의 생생한 장면을 마주칠 때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그 고통을 온전히 느끼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지극히 아릅다고, 명료하다. '딸, 팬지꽃, 끊어진 기타' 문학은 이런 게 아닐까. 낱말 세 개 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문장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낱말 세 개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난다'고 표현하시니 정말 더 시리게 기억하게 되네요. 영희의 처지와 감정을 좀 더 몰입해서 상상하게 되었어요.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왜 협상 가능한 세계에서 총을 겨눌까? 《우리는 왜 싸우는가》 함께 읽기[도서 증정] 작지만 탄탄한 지식의 풍경, [출판인 연대 ‘녹색의 시간’] 독서 모임[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조지 오웰에 관하여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책걸상 함께 읽기] #7. <오웰의 장미>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버지니아 울프의 네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9월 '나와 오기'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8월]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날 수를 세는 책 읽기- 7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6월] '좋음과 싫음 사이'
전쟁 속 여성의 삶
[도서 증정] <여성과 전쟁: 우크라이나 소설가의 전쟁일기> 번역가와 함께 읽어요.[책걸상 함께 읽기] #4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좋은 책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7. 데미안
좋은 스토리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스토리탐험단 7번째 여정 <천만 코드>스토리탐험단 여섯 번째 여정 <숲속으로>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믿고 읽는 작가, 김하율! 그믐에서 함께 한 모임들!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현암사 80주년 축하해 주세요 🎉
[도서 증정] <이달의 심리학>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