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의 모든 것》 문장 수집

D-29
하지만 거리를 두고 전체적으로 볼 줄 아는 감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조현병이 그토록 비극적인 병이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이다. 전체적 시야가 없으면 가족들은 금세 완전히 지쳐 떨어져 조현병에 필연적으로 내재한 오르내림에 대처할 회복탄력성을 잃어버린다. 내가 보아왔던 조현병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람들은 전체적인 시야와 부조리함에 대한 이해를 유지한 이들이었다.
조현병의 모든 것 - 35년의 연구 결과를 축적한 조현병 바이블 E. 풀러 토리 지음, 정지인 옮김, 권준수 감수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이런 식의 꾸밈없는 대답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체면치레를 모두 제거해버린 대답, 우리 모두 가끔은 말해버리고 싶지만 대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그런 대답 말이다. 이럴 때 조현병에 걸린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으면 모두에게 치유가 된다. 그럴 때 화를 내는 건 물론 더 상처가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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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에 비범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일수록 그러한 예상을 수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가족들일수록 그 사람이 언젠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예전의 경력을 이어갈 거라는 희망을 해가 가고 또 바뀌어도 계속해서 붙들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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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환자 모두에게서 가장 존경받는 직원은 환자를 뇌 질환이 있어도 여전히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사람이다.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직원은 환자를 내려다보는 태도로 대하며 그들의 열등한 위치를 자주 상기시키는 사람이다. 이러는 이유는 대개 그 직원들이 조현병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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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가족들이 환자의 감각적 경험의 유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경험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너는 거기 뱀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믿는 걸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병 때문에 네 뇌가 너에게 장난을 치고 있어서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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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느긋함,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 같은 특성들을 측정하는 성격 척도에서 조현병에 걸린 쌍둥이들은 그 병의 특성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유의미하게 낮은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나머지 성격특성들에 대한 척도에서는 차이가 매우 적었고, 전통적 가치 고수, 위험 감수 행동에 대한 흥미 같은 또 다른 척도들에서는 사실상 아무 차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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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특성을 모두 조현병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언제든 든다. 나는 환자 가족들이 실상과는 아주 다르게, 병든 가족이 조현병에 걸리기 전에는 아주 이상적인 성격이었던 것처럼 회상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한 병에 걸리기 전에도 갖고 있던 모든 결점과 약점을 병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환자도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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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이 없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듯이 조현병에 걸린 사람 중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는 데 자신의 증상을 매우 잘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살고 싶지 않은 곳에 배정되었을 때 병원이나 이전에 살던 곳으로 다시 보내지려면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되는지 정확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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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상징적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것 또한 종교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요소다. 대부분의 공식화된 종교적 신앙 체계에서는 은유와 상징적 사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조현병 환자가 이 병을 앓는 과정 내내 종교적 문제들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실제로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30퍼센트가 “발병 이후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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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조적인 사람과 조현병 환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자신의 비범한 사고 과정을 통제할 수 있고 작품을 창조하는 데 그러한 사고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조현병 환자는 불협화음 같은 무질서 속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연결되지 않은 생각들과 이완된 연상에 아무 힘도 못 쓰고 끌려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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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이나 조현정동장애를 앓았다고 여겨지는 창조적인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사고장애가 작품 활동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생각해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명백히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 중에는 재즈의 창시자로 알려진 버디 볼든, 유명한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톰 하렐,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단 멤버인 로저 키스 ‘시드’ 배럿, 플리트우드 맥의 기타리스트이자 창단 멤버인 피터 그린, 잡지 〈파리 리뷰〉를 창간했고 병에 걸리기 전까지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로 여겨졌던 해럴드 흄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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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해온 방식도, 너무나 자주, 잔인하며 모순적이었다. 사실 그 방식은 현대 미국의 의료와 사회서비스의 표면에 생긴 가장 커다란 오점이다. 우리 시대의 사회사가 쓰일 날이 오면 조현병 환자들이 겪은 곤경은 전국적인 추문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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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탄할 정도로 잘못된 생각에 빠진 민권변호사와 ‘환자 옹호자’ 들은 ‘정신증 상태로 있을 개인의 권리’를 줄기차게 옹호한다. 그런 변호사와 옹호자 들의 사고는 그들이 옹호하는 사람들보다 더 깊은 사고장애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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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개연성 있는 설명들을 제시했는데, 유전학(예를 들어 혈족결혼의 증가)부터 문명의 복잡성 증가, 수음, 알코올 사용, 기차 여행의 증가까지 다양했다. 실제로는 정신이상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던 사람들은 정신질환자의 기대수명 증가, 성가신 사람들을 시설에 가두는 사회적 움직임,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가족들이 집을 떠나 일하러 가고 따라서 더 이상 병든 친족을 집에 둘 수 없어서 생기는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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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주립 정신병원들에는 중증 정신질환자 55만 9000명이 있었다. 2015년에는 약 3만 5000명이었다. 195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인구가 1억 6600만 명에서 3억 900만 명으로 증가했으니, 만약 오늘날에도 1955년과 인구당 입원환자 수의 비율이 동일하다면 오늘날 입원환자 수는 104만 명이 되었을 것이다. 이 말은 곧 1955년이라면 주립 정신병원에 있었을 환자 약 100만 명이 오늘날에는 지역사회 안에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50년 전이라면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할 사람 중 96퍼센트 이상이 오늘날에는 병원에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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