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보르헤스 읽기] 『칼잡이들의 이야기』 2부 같이 읽어요

D-29
『칼잡이들의 이야기』의 개정판은 초판과 달리 1부 시집과 2부 단편집이 합쳐져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2부의 단편들만 진행하겠습니다. 2부는 총 11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략 2-3일에 한 편씩 읽는 일정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끼어든 여자 ⏤비열한 사람 ⏤로센도 후아레스의 이야기 ⏤만남 ⏤후안 무라냐 ⏤노부인 ⏤결투 ⏤또 다른 결투 ⏤과야킬 ⏤마가복음 ⏤브로디의 보고서 ※ 한 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제 짤막한 감상을 남기겠습니다. 대화하실 때는 단편별로 [이 대화에 답하기] 기능을 활용해서 대화 타래를 엮어가요. ※ 지나간 단편에 대한 언급도 얼마든 가능합니다. 단편별로 나눠놓은 기간에 구애하지 마시고 [게시판] 기능을 활용해서 언제든 대화 타래에 동참해주세요. ※ 제 아이디를 탭 하고 [만든 모임]을 보시면 이전에 열렸던 모임의 성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임에 대한 의견도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 참여 인원과 관계없이 24/6/1에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오늘 구입)은 표지가 동일하고 목차가 다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실까요?
아마 근래의 개정판인가보네요. 온라인서점에 들어가 보니, 지금 나오는 판본은 시집 ⟪호랑이들의 황금⟫과 단편소설집 ⟪칼잡이들의 이야기⟫를 합한 버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시집에 대한 모임을 할 생각은 없어서··· 부득이하게 2부에 대한 모임만 진행해야 할 것 같네요! 수정해 놓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일정과 간단한 규칙] ⏤끼어든 여자 (6/1-6/2) ⏤비열한 사람 (6/3-6/5) ⏤로센도 후아레스의 이야기 (6/6-6/8) *6/9은 쉬세요. ⏤만남 (6/10-6/12) ⏤후안 무라냐 (6/13-6/14) ⏤노부인 (6/15-6/16) ⏤결투 (6/17-6-19) *6/20은 쉬세요. ⏤또 다른 결투 (6/21-6/22) ⏤과야킬 (6/23-24) ⏤마가복음 (6/25-27) ⏤브로디의 보고서 (6/28-6/29) 간단히 두 가지 규칙을 공유합니다. 1. 단편의 시작과 끝에 제가 간단히 코멘트를 달고 [화제]를 지정해놓겠습니다. 해당 단편에 관한 대화를 나눌 할 때는 [이 대화에 답하기] 기능을 활용해 주세요. 그래야 나중에 참여하는 사람도 [게시판] 기능을 활용해서 각 단편의 대화 타래를 보고 흐름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2. 인용구를 공유해주실 때는 [책 꽂기]나 [문장 수집] 기능을 활용해주세요. 일반적인 대화와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3. 이 모임은 [게시판 모드]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좀 천천히 따라오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끼어든 여자] 늦게 올립니다. 먼저 간략히 소개하면, 2부의 단편들은 1970년에 출간한 ⟪브로디의 보고서⟫라는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입니다. 이 단편집은 첫 단편집인 ⟪불한당들의 세계사⟫(1935)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여졌으며, 비교적 후에 쓰여진 ⟪픽션들⟫(1944)과 ⟪알렙⟫(1949)과 비교해도 20년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서문에서도 쓰듯, 보르헤스는 70세 무렵에 이르서야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었으며, "보르헤스이기를 포기"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단편들은 좀더 간단하고 일화처럼 읽힙니다. ⟨끼어든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황병하 선생님의 1번 각주에서도 보듯 이 작품은 ⟨사무엘하⟩ 1:26를 참조점으로 삼습니다. 사무엘하의 표준새번역 1:26에서는 다윗이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애통해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나의 형 요나단, 형 생각에 나의 마음이 아프오. 형이 나를 그렇게도 아껴 주더니, 나를 끔찍이 아껴주던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도 더 진한 것이었소." 사무엘하 속의 요나단과 다윗의 관계는 소설 속 끄리스띠앙과 에두아르도의 관계와 닮아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훌리아나는 끼어든 여자로서, 끄리스띠앙과 에두아르도 형제의 이상할 정도로 돈독한 우애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처럼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읽다가 중간중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많아서 원문도 찾아보고 영역본도 찾아보면서 읽었습니다. 수상한 이인조인 끄리스띠앙과 에두아르도 형제는 마을에서도 악명이 높은 붉은머리(Colorados)입니다. 전부터 그들이 어떤 죽음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져 있습니다("no es imposible que debieran alguna muerte"). 중간에 후안 이베라와 닐센가의 작은 아들 에두아르도가 말다툼을 벌였고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큰 사건이라고 여길 정도니까요. (에두아르도는 아무도 자신 앞에서 형인 끄리스띠앙을 모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편에서 눈여겨 본 부분은 형제가 훌리아나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관계에 균열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그들에게 여자란 욕망과 소유의 대상 이상의 의미는 없음에도 그들은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 때문에 그들은 수치감을 느낀다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DeepL과 Claude를 활용해서 원문을 번역해보다가 우연한 오류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인데, 원문의 "그럼에도 둘은 [훌리아나와]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의미를 대규모언어모델은 "그럼에도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가정하면(당연히 번역상의 오류이긴 합니다), 훌리아나는 두 형제 사이에 끼어든 존재가 아니라, 두 형제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가려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들은 짐승 가죽을 파는 일을 두고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그들이 논쟁을 벌인 것은 그것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끄리스띠앙은 주로 고함을 지르는 축이었고, 에두아르도는 입을 다물고 있는 축이었다. 그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둘은 서로에게 끝없이 경계심을 떼놓지 않았다. 보수적이기 그지없는 도시 근교의 마을에서 여자란 욕망이나 소유의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이것이 일견 그들로 하여금 수치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칼잡이들의 이야기 139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그들은 브라바 해안으로 하여금 악명을 떨치도록 만든 같은 패거리들과는 생김새가 달랐다. 그것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그들 형제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이해하는 데 일조를 했다.
칼잡이들의 이야기 p. 136,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이제 또 다른 매듭이 그들을 묶어 주고 있었다. 비극적으로 희생된 여자와 그녀를 잊어버려야 하는 의무가.
칼잡이들의 이야기 p. 14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삭제를 하고 다시 화제 대화에 답변하는 것으로 고쳐놓으려고 했는데, 삭제 기능이 없는 것인지 못 찾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집한 두 문장을 보면서, 훌리아나의 희생이 그들을 묶어주는 '또 다른' 매듭이라면 그 희생 전에도 그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가능하게 한 이전의 매듭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앞 문장에서 말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겠죠. 그렇다면 훌리아나는 이들 사이에 처음으로 '끼어든 여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끼어든 '여자'는 훌리아나가 처음이지만 그 이전에 둘 사이에 끼어든 다른 것들이 비슷하게 처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두라르도가 막내 아들이고 크리스티앙은 첫째 아들이라면, 이 둘 사이에 다른 형제가 있었을 수도 (혹은 없었을 수도) 있는데, 이 둘이 유난히 '끈끈한' 연대를 가졌던 것은 이런 것들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 읽고 돌아와서 생각해봐도 여러 모로 의문점이 남는 작품이긴 합니다. 성서적인 레퍼런스를 튼튼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강하게 비틀고 있다는 인상도 듭니다. 생각해보면 둘로서 완전한 관계라는 것도 환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일대일의 관계는 제삼의 시선이나 어떤 끼어듦을 상정하게 돼 있으니까요. 외려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제삼자를 끼워넣으려고 한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불륜의 당사자를 낭만적인 감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은 사회적 금기 자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비열한 사람~] 아르헨티나에서 살아가는 러시아계 유태인 이민자인 화자가 어린시절 가졌던 동경심을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고작 15살에 불과했던 '나'에게 구역의 불한당이었던 프란시스꼬 페라리는 작은 영웅입니다. 페라리의 거침없는 언행, 그가 거느린 불량한 패거리, 몸에 지니고 다녔던 단도로 대변되는 폭력과 용기는 루시또(rusito)였던 '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 선망하는 요소였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대부분 이탈리아 성(姓)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아르헨티나 사람이자 가우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는 '나'의 감상에서도 잘 드러나듯, 프란시스꼬 페라리와 그의 패거리들조차 이민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유럽에서 온 온갖 이민자들과 토착민으로서 가우초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신화가 혼재하는 역동적인 공간이었음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마을 어귀에서 어머니와 이모 사라와 함께 길을 걷다가 구역의 불량배들을 만나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페라리가 나타나서 '나'를 구제해줍니다. 이때부터 '나'는 페라리를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지닌 영웅으로서 동경하게 되고, 패거리에 가담해서 불량한 이런저런 일을 거들기도 합니다. '나' 역시 이민자로서 제대로 된 소속감을 느끼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페라리의 불량한 패거리에서 미약하나마 소속감을 느끼는 대목은, 이민자의 2세대들이 느끼는 불안과 혼란이 잘 드러납니다. 이민 2세대로서 이중의 이방인이었던 '나'에게 프란시스꼬 페라리는 하나의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영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프란시스꼬 페라리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불한당들의 영웅'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비영웅적 인물, 나아가 불량배의 삶을 살도록 내몰린 한 명의 소시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나'의 입장에서 용기 있어 보이던 행동과 패거리들이 나누던 대화 주제(여자, 도박, 선거)는 그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의 밀고로 인해, 페라리가 지역 경관의 복수심 어린 총탄에 맞아죽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 무리의 불량배들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개중 하나가 자기 동료들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냥 가게 둬, 늙은 고기들이야" 나는 어떻게 할 바를 몰랐지요. 그때 집에서 나오던 페라리가 끼어든 거에요. 그가 그 시비꾼 코앞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말하더군요. "누굴 골려주고 싶은 거라면 차라리 나하고 붙지 그래?" 그가 그들을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하더군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에게 대꾸하지 못하더군요. 왜냐하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죠. 페라리가 어깨를 움찔해 보이더니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지요. 그가 멀어져 가기 전 돌아서더니 내게 말하는 거예요. "할 일 없으면 나중에 가게에 한번 들르던가." 저는 깜짝 놀랐어요. 그때 사라 이모가 한마디 했습니다. "숙녀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신사긴 하네." 제 어머니가 입을 열어 곤궁에 빠진 저를 끄집어내주더군요. "그저 다른 머저리가 생기는 걸 원치 않는 머저리일 뿐이야."
칼잡이들의 이야기 90-9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이 번역은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번역과 다르네요. 제가 읽으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문구들이 이 번역에서는 이해가 됩니다. 이를테면 "저들은 그냥 가도록 놔둬. 늙은 할망구"라는 번역에서는, 마치 자신의 동료를 '늙은 할망구'라고 부르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니까요. "그냥 가게 둬, (저들은) 늙은 고기들이야"라고 번역된 것을 보니,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늙은 고기 취급을 받은 나(산티아고)가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사람들이 나를 업신어겼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다른 모든 젊은애들처럼 나 또한 특별한 애가 되려고 애를 썼지요. 나는 야곱이라는 유태인 이름을 떨궈버리려고 나 자신을 산띠아고라고 부르곤 했지요. 하지만 피쉬바인이라는 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우리 유태인들은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런 인상을 모두 가지고 있지요. 나는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경멸을 느끼고 있었고, 나 또한 내 스스로를 경멸하고 있었지요. 그 당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환경 속에서 용기 있는 자가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지요. 나는 내 자신이 겁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칼잡이들의 이야기 9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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