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안온지기와 함께하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D-29
2부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돌던 시기가 아니었으니 카뮈는 다른 의미를 담아 이 책을 썼을텐데, 코로나 초기와 너무나 비슷해서 그런지 다른 의미는 전혀 생각할 수가 없네요. 민음사 버전 책 118쪽에서부터 124쪽까지 의사 리유와 기자 랑베르의 대화와 이후 의사 리유의 생각 부분에서, "추상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네요ㅜㅜ 설명해주실 분 계실까요?!!
저는 여기서 추상을 '앞서 말한 그러한 것들'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물 정도로 해석했습니다. 121쪽 7번째 줄에 '유행성 열병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은 곧 그 환자를 당장 끌려가도록 만드는 일이 되었다. 그럴 때면 정말 추상과 난관이 시작되는 것이다. 라는 문장에서도 추상을 유행성 열병을 진단 내린 후에 조치해야 할 것들(이송, 치료, 처방 등등)을 모두 합한 것을 지칭하는 것이라 여기고 읽었어요.
아, 그렇게도 읽을 수 있겠네요. 집에 가면 다시 한번 그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개인적인 관심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2부 초반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 생각하자면, 일단 재난을 진심으로 실감하진 못해서 그런 거 같아요. 저만 해도 코로나 초기엔 제 일이라고 크게 깨닫지 못했거든요. 머리론 알아도 마음으로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107쪽에 "아직 아무도 그 질병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다"의 상태라고 할까요? 그리고 프랑스는 개인의 자유를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잖아요.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규제에 반발했다고 기억해요. 지금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 민감한데, 프랑스혁명으로부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그 시절엔 더했을 거 같아요.
맞아요. 저희도 코로나 초기엔 그저 치사율 높은 독감, 폐렴 정도로만 치부했었는데 이게 국가간 전염이 심해지면서 그때야 비로소 심각해지기 시작했지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엔 첫 감염사례가, 일본에서 발생하고도 한참 지나서 발생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이러다 끝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긴 팬데믹을 불러왔던 것 같습니다.
재난의 대한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또한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게되는 경우 자연스럽게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재난을 빨리 끝낼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나만 지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억울함도 느끼고 나의 이기심도 자연스럽게 표출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경제적인 이유도 큰 차지를 하지요.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시는 분들에겐 빠른 팬데믹 종료를 위한 휴식은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기도 하구요. 실제로 팬데믹이 일어났을 때 현실의 사회 시스템을 땡! 하는 수간 모두 일시정지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오래갔다고도 봅니다. 또 동아시아와는 다르게 개인의 자유를 더 중시하는 서구 문화권에서는 정부가 똑같이 제한을 요구해도 더 깊게 개인을 침범한다고 느껴서 반발이 컸던 것 같아요. 그로 인해 사상자가 훨씬 많았지만요.
유럽과 미국은 감염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질 테니 마스크를 강요하지 말라는 시위나 행위도 많이 있었지요. 결과적으로는 마스크가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정책이었다는 게 드러났지만요. <페스트>에서도 길어지는 전염병에 집단 행동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고, 약간의 일탈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났지요.
사람들이 적을 거라 믿고 비싼 공간(카페, 식당 등)을 이용한다거나, 사치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소설이 아니라 실제 페스트를 겪어본 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실제적이었어요.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랑베르는 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대에 남은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랑베르의 경우 탈출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그가 들인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았구요. 그는 오랑 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몰두하다가 계속되는 탈출 실패로 남는 시간을 보건대에 합류해서 보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랑 시가 처한 상황을 좀 더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지요. 저는 그 상황을 마주한 순간 인간 본연의 선한 도덕심같은 게 건들여졌다고 봅니다. 그 상황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페스트는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로 계속 남았다면 아마 탈출 기회가 찾아왔을 때 탈출했겠지요.
제 생각에 랑베르는 책임감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랑베르는 오랑시 사람들이 전염병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봅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쉴틈도 없이 전염병 걸린 사람들은 몰려 오고 죽어가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랑베르는 살고 있는 파리로 돌아가려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보고 본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랑베르는 파리로 돌아간다고 한들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전염병으로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가족, 그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 등 을 보면서 외면하기 힘들어 합니다. 랑베르는 돌아가서 아내와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이기심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면 괴로울 것 같다고요. 랑베르 자신에게 마음아픈 갈등이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돌아갈 이유로 찾은 '바깥의 여자친구'는 구실이었을 뿐이었죠. 나가기 위해 어떤 구실이 필요한데 마침 그것이 떠올랐던 거구요. 랑베르가 느꼈던 책임감은 도덕이나 윤리에 가까웠던 걸까요? 아니면 주변 분위기에 동조한 감정일까요? 에이프릴 님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도덕이나 윤리감도 조금 있었겠지만 주변 분위기에 동조한 감정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계속 파리로 돌아가겠다고 하다가 피곤하고 쉴틈도 없이 페스트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을 보고 결심이 돌아선 걸로 보입니다
감정의 전파/동조도 무시할 수 없죠.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내가 하고자하는 선택보다 다수의 선택을 옳다고 믿고 따르기도 하니까요.
랑베르가 추구했던 삶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랑시가 아닌 자신의 연인과의 삶이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도피적인 태도로 오랑시를 벗어나려했지만, 타루에게 리유도 아내와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마도 자신이 리유에게 했던 '추상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반성했을 것입니다. 떠나지 않고 남는다는 것은 용기었을까 아니면 책임감이었을까. 그리고 랑베르가 혼자서 떠나서 과연 행복해졌을까도 의문입니다.
보건대에 합류하기 전에 떠났었다면 행복과는 별개로 안도했을 것 같습니다. 이방인으로써 위험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은 이 일과 상관없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에서요. 랑베르가 떠올렸던 연인은 정말로 보고싶었던 인물이 아니라 탈출을 위한 도구로써만 떠올려진 인물 같았습니다.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를 벗어나서 당장 만아야 할 만큼 간절하지도 않았다고 봐요.
'선생님은 추상적입니다.' 페스트가 더욱 성해져서 일주일에 사망 환자 수가 평균 오백 명에 달하고 있는 병원에서 보낸 그날들이 정말로 추상적이었을까? 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면이 있다. 그러나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
페스트 p120,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페스트만이 아니라 모든 절망의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그 절망이란 이름의 추상만을 알뿐 그래서 포기하거나 체념하거나 달아나는 행위 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리유의 말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결이란 리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타루처럼 보건대를 조직하는 적극적인 투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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