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은 액션 장르의 특수 사례다. 게임 시나리오는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그 결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앞서 살펴봤듯 진정한 성격은 갈등에 직면한 캐릭터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는 누가 그런 선택의 주체인가? 플레이어인가, 주인공인가?
게임 창작자들은 시나리오 작가 및 소설가처럼 배역에 특징적인 인물 묘사를 부여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마치~인 것같은’의 허구 세계를 바라보는 관객과 독자는 자신이 감정이입을 한 주인공이 그 캐릭터의 깊은 본성을 드러내는 자유의지 선택을 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지켜본다. 게임에서는 표층적 인물 묘사에 따라 주인공이 연기할 배역이 주어지지만, 자의식이나 자유의지 없이 배역을 연기한다. 따라서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은 오로지 게임을 처음에 공나하고 한계를 설정한 게임 창작자의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게임 창작자가 정한 한계 내에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의 것이다. 게임 속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화신이자 자의식이 없는 아바타이고 그래서 내적 자아가 없다.
이것이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뻔하고 평면적이라는 평가를 빈번하게 받는 이유다. 게임 내에서 게임의 배역들에게는 깊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화면으로 옮겨왔을 때에도 깊이가 없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자신의 주인공을 전진시키는 동안 자기 표출을 경험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세밀한 맞춤형 플레이가 가능한 긴 롤플레잉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몇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개월 동안 한 캐릭터로 지내면서 잠재의식까지 관여시키는 정교한 몰입이 일어나며, 이것은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벌어지는 고유한 현상이다.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수록 또 게임이 그런 선택지에 맞춰 더 잘 변형될수록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복잡한 자기발견의 깊이가 더해진다.
게임 창작자가 플레이어와 구별되어 자유의지를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을 빚어낼 수 있을까? 영화, 연극, 소설 속 캐릭터처럼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주인공, 또한 감춰져있던 내면의 본성을 표출하는 선택들을 하는 주인공을 말이다. ”
『로버트 맥키의 액션』 78페이지, 로버트 맥키.바심 엘-와킬 지음, 방진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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