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핵 중 핵이라고 할 만한 문장을 잘 수집하셨군요. :-)
[박소해의 장르살롱] 16. 영원한 저녁의 서윤빈
D-29

박소해

나르시스
저도 이 문장이 참 강렬하게 와 닿았어요. 지금도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병원비 부족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앞으로의 세상이 이렇다면 더 슬플 것 같아요.

스펀지밥
씁쓸한 자본주의 사회가 미래에도 펼쳐지는 것 같네요.

라아비현
책 중간까지 읽어봤는데 저도 인타임이 먼저 생각이 나더군요 ㅎㅎ

박소해
저도 완독 전에는 <인 타임>의 설정이 떠올랐는데 완독 후엔 생각이 변했어요. <인 타임>은 수명 연장을 두루뭉술하게 시간 제한 개념으로 모두 때려박았다면,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은 전신 임플란트와 정부가 주도하는 누진제라는 훨씬 정교하고 현실적인 설계로 느껴지는 개연성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인 타임>이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처럼 설정을 치밀하게 만드는데 공을 더 들였다면 영화 전체 완성도가 훨씬 올라갔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답니다. :-)

siouxsie
저도 무턱대고 어디가 고장나지도 않고 로봇처럼 충전만 하면 생명이 연장되는 것보다는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는 장기기관/할 수 없는 기관 등으로 나뉘고 누진세 적용 등을 이용해 정부의 권력을 휘두르는 부분이 더 세밀하고 정교한 미래적 폭력을 드러내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헐리우드 대작보다는 '블랙 미러'(영국판(시즌1-3)!! 넷플릭스에서 만든 것 말고요~)로 만들어지면 꽤 괜찮은 작품으로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소해
오 @라아비현 님도 그러셨군요. :-)

나르시스
저도 [인타임] 처음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죠. 버스비 인상으로 엄마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는 아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았어요.

박소해
그 부분은 영화에서 정말 하이라이트였죠. :-)

장맥주
“ 달이 밝은 밤이기는 했지만, 고작 달빛만으로는 문명의 속도를 멈출 수 없다. 만약 고장 난 트럭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하필이면 아이들이 몸을 숙이고 있는 수간 과속 차량이 진입하기라도 하면……. 나는 뭔가 외치고 싶었지만 입안에 오렌지 껍질이 가득 찬 듯 목이 막히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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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저도 도로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볼 때 이런 생각 자주 합니다.

장맥주
전자책으로 보니까 단어를 셀 수 있어서 편한데요, ‘오렌지’의 심상이 13번 등장합니다.
(매운 오렌지 냄새가 방 안을 감돌았다 / 아주 오래된 오렌지 향이 방 안을 아찔한 냄새로 가득 채웠다 / 조명은 그다지 밝지 않은 오렌지 빛이었다 / 입안에 오렌지 껍질이 가득 찬 듯 / 누군가 목구멍에 오렌지를 통째로 쑤셔 넣은 것처럼 / 오렌지의 달콤한 향은 모두 날아가고 매운 향만 남아 / 불꽂놀이여 영원하라. 오렌지. / 어쩐지 오래된 오렌지처럼 건조해 보였다 / 시큼한 오렌지 향이 났다 / 망고 향이 났다. 3일 전에는 오렌지, 이번에는 망고. / 쓸쓸한 오렌지 향이 났다 / 이곳의 가로등은 오렌지 빛으로 침침했다 / 회전목마의 오렌지 빛 조명만이)
혹시 작가님은 의도적으로 오렌지를 쓰신 걸까요? 책 뒷부분을 읽으면 이유를 알게 될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요?
(망고 향이나 냄새는 6번 등장하네요.)

라아비현
그러고 보니 진짜 오렌지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 하네요

박소해
오렌지라는 수수께끼! @서윤빈 작가님 대답이 궁금합니다. :-)

장맥주
뭔가 추리소설 제목 같은데요?
의외로 해답은 작가님이 오렌지를 좋아하셔서... 뭐 그런 거 아닐까요? ㅎㅎㅎ

박소해
ㅋㅋㅋ 정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지요...!!! :-)

siouxsie
헉...저도 @박소해 작가님이 궁금하다는 글 보면서..."그냥 좋아하셔서? 아닌가? 했는데" 소름....

그래서
네 저도 그게 궁금해요.. 뭔가 의도적으로 오렌지를 쓰신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읽으면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박소해
“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아내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날 나들이를 나왔다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카페로 피신한 참이었다. 테이블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과 조각 케이크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
“뭘?”
나는 바보 같아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자주 싸우는 부부도 아니었고, 서로에게 잘못이라고 할 만한 일은 거의 하지 않게 될 정도로 오래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뭘 그만하자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 감정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결혼 말이야.” ”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195-196P., 서윤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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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저는 유부여서 그런지 주인공이 아내와 헤어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렇게 간단히 헤어질 수 있다니... 부럽잖아?!!! (오열) ㅋㅋㅋㅋㅋ 아, 농담이고요. 한편으로는 아내가 이해가 가요. 사랑했던 아이를 잃었고 한 남자와 거의 한 세기를 같이 사는 생활... 권태에 지쳤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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