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6. 영원한 저녁의 서윤빈

D-29
빨려들어가듯 저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네요.. 성아와 모든 생각을 공유하는 언니, 주아가 등장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뒷 부분에 그 책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말입니다. 성아와 주아라는 두 인물은 어쩌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쌍둥이 설정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았는데요... ^^ 맞나요?? 혹시 금요일 라이브 채팅에 참여하게 된다면 (시간이 안될 수도 있어서 걱정이긴 합니다만 ㅋㅋ)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네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밀란 쿤데라에 때때로 비교되는 또다른 동유럽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로,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름의 철자 순서만이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저도 참 좋아하는 소설인데 ㅎㅎ @서윤빈 작가님 답변이 궁금해지네요. :-)
@그래서 @박소해 놀랍게도 저 책은 그믐에 등록해 놓은 제 인생책이기도 합니다. (5문 5답이었나...? 거기도 소개했어요 ㅋㅋㅋ) 오마주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저 책과 저는 좀 소울링크가 되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 같네요.
오... 놀라워라. 오마주까지는 아니어도, 무의식적으로 그 소설의 세계관 일부를 반영한 셈이네요.
집사는 범죄와 같다. 늘 옆에 존재하지만 들켜서는 안 된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21, 서윤빈 지음
나는 눈을 감고 명상을 실행했다. 모드가 사무실로 들어와 내 앞에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나와 서하의 데이트 목록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목록에서 매켄지 소유의 가게에 서하를 데려갔던 때를 추리고, 당시에 어떤 메뉴를 얼마에 계산했는지 정리하라고 했다. 모드는 잠깐 서류철을 자기 손으로 옮기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서류는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아니, 절반이나 남았다고 해야 할까. 매켄지의 대접이 좋아진 이유도 알 만했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41, 서윤빈 지음
소문은 곧 오래 맡은 냄새처럼 희미해지고 말았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49, 서윤빈 지음
가애는 인생의 마지막을 불태우며 YODO(You Only Die Once)하는 수애와 함께 다니면서 점수를 엄청나게 깎아먹는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56, 서윤빈 지음
나는 세수한 뒤 이를 닦고, 면도했다. 전부 내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은 아직까지도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기술의 풍요는 인류의 안녕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퍼진다. 면도하거나 양치하다가 다쳤다고 소송당하느니 그런 기계는 팔지 않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게 기업들의 결론이었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58, 서윤빈 지음
정부에서는 임플란트 장기의 본격적인 국가 관리를 천명하며 ‘젊은 노인 프로젝트’도 함께 시작했다. 인구 피라미드가 깔때기 모양처럼 역전될 것이라면, 반대로 생각해서 노인 인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해당 정책의 근거였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p.74, 서윤빈 지음
내일 라이브채팅을 목표로 열심히 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절반쯤 왔네요. 수집한 문장을 한꺼번에 올렸더니 도배가 되어버려 죄송합니다 ㅠㅠ 이렇게 놓고 보니, 저는 주로 표현이 신선한 문장이나, 작가님이 상상하신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드러난 문장을 모아뒀네요. 궁금한 점들이 아주 많지만, 일단 완독 후에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뽑아주셔서 다시 그 문장을 들여다봤습니다. '젊은 노인'프로젝트의 표면적 의미와 숨겨진 의미의 국가 공권력의 폭력성을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임플란트 장기구독 서비스로 인해 죽을날을 받아 놓고 산다면 내가 언제 죽을지 아는 것이고, 죽음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인데. 고도로 발달된 문명에서 살만큼 살았다면 나의 죽음을 그렇게까지 두려워 할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체념하고 돈이 부족하다면 그 돈으로 펑펑 쓰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을 것 같거든요. 이런 의문에서 결국 이런 점 때문에 가애 수애가 생겨나는 세계관이 탄탄하게 짜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 3기 구독서비스가 그렇게까지 비쌀지 몰랐어요. 그건 나라가 내리는 사형선고라고 생각했고요. 책 속의 분위기는 굉장히 침착했지만, 돈으로 생명연장을 할 수 있을 경우 강도 같은 범죄들이 일어날 거 같은데, 역시 병원에 들어왔던 테러범 같은 일이 생길 걸 두려워해서 모두들 포기하는 심정으로 사는 걸까요?
나라가 내리는 사형선고.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생명연장이라는 대다수 국민의 열망(?)으로 국가 정책으로 확정되어 집행되었을텐데, 이게 정권의 유불리나 국가재정 상황에 따라 수정을 거듭했을테고 그 과정에서 그 순수했던 열망(?)을 옭매는 올무가 되어갔을 듯 합니다. 어느새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또 다른 신분제가 되어 신자유주의와 과학기술이 기형적으로 만난 국민건강 유지(?) 시스템이 되어버렸을 테지요.
얼마 전에 우연히 봤던 인터뷰 영상이 기억 납니다. 우리 인생에 무엇보다 분명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 그 분명한 두 가지가 우리 인생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자신은 그것은 바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다고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더군요. 이 소설에서 처음 봤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는 YODO (You Only Die Once) 도 생각나고, YOLO (You Only Live Once) 도 생각나고 그런 영상이었는데 오래 생각에 남을 쇼츠였습니다.
공감합니다. :-)
어제 책을 읽으면서 기억났던 영화가 있는데요. '플랜 75'라는 일본영화에요. 올해 초에 나온 것 같고,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나라가 내리는 사형선고'라는 점에서 이 소설과 비슷한 맥락이 읽히더라고요. 영화 내용은 관련 기사를 발췌해서 아래에 남깁니다. “넘쳐 나는 노인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이 받는다. 노인들도 더는 사회에 폐 끼치기 싫을 것이다.” 일본 영화 ‘플랜 75’(7일 개봉)의 첫 장면, 노인들을 무차별 살해한 젊은 남성은 자살을 하며 이같은 유언을 남긴다. 이런 노인 혐오 범죄에 응답하듯 일본 국회는 ‘75세 이상 고령자가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원’하는 안락사 제도 ‘플랜(Plan) 75’를 통과시킨다. - 중앙일보 2024.02.13 17:21
오늘 신문 기사 보니, 파리 올림픽의 폭염도 국가 재정 상태에 따라 에어컨을 지원해주는 곳이 있고 못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라가 내리는 사형 선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면이 건강과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인천공항에서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시며 작품 집필 중인 서윤빈 작가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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