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요. 한 달 월급 165만원에 싹싹함까지 요구해도 되는 건지 생각해볼 문제네요.
을이 조금만 방심하면 병, 정으로 떨어지는 사회… 너무 와닿고 소름 돋네요 ㅠ
장강명 작가의 <산 자들>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D-29

흰벽

수면부족
싹싹한 성격이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상황의 본질은 고용한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성혜미의 업무 자체가 정규직으로 고용한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는 데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미생>의 '장그래'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장그래'는 싹싹한 성격에, 업무성과도 있었지만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했죠.

STARMAN
아~ 장그래!
상황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장그래나 성혜미, 이지안은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없었던 거네요.
이 고요한 현충일 아침 부터 입안이 씁니다.

수면부족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다보니 저는 오늘 퇴근길에 완독했는데, 곱씹을만한 대목이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2부의 주제는 싸우기인데, 싸움의 양상이 대부분 '을' 대 '을'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어제 흰벽님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돌이켜보면 현실세계에서도 '갑'과 '을'의 갈등보다는 '을' 대 '을'의 갈등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기생충>에서도 결국 주된 갈등은 '부자' 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 대 '가난한 사람'의 양상이었던 것 처럼요.

흰벽
완독 축하드려요! 다 읽으셨더라도 한 편씩 다시 곱씹으며 생각 나눠주시면 좋겠어요 ㅎㅎ

수면부족
저는 한 때 작가를 꿈꾸다 생계문제로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3부에 나오는 <음악의 가격>에도 적잖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밤은 <음악의 가격>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수면부족
“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돼서 수입이 줄어들 때 음악하시는 분들은 충격이 컸겠네요."
나는 행사 전 대화 주제를 꺼냈다.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 전에도 버는 돈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폐허 위에 폭탄이 터져 봤자 폐허잖아요. 음원 다운로드로 한 달에 10만원 벌다가 스트리밍으로 2만원 벌게 되면 벌이가 8만원 줄었다고 느끼지, 수입이 80퍼센트 감소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1억 벌던 분 연봉이 2000만원으로 주는 거랑은 다르죠. 그래서 그렇게 다들 별 저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언제 배부른 적 있었느냐 하면서. ”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p.306, 「음악의 가격」,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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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MAN
저는 이제 <대기발령>을 읽었습니다.
알바생을 자르는 방법과 정직원을 자르는 방법은 확연히 다르네요.
하지만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그 본질은 같다는 생각입니다.
"쇼 미 더 머니라며. 돈만 준다면 얼마든지 시킬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아니지. 그건 인간의 위엄이나 품위에 관계된 일이지.
자기가 돈이 있다고 남의 존엄을 무시하면 안 되지.
그게 갑질이잖아." p79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면,
그 사회는 폭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흰벽
저도 대기발령을 읽으며 남편과의 대화에서 생각이 많았어요. 남편이 ‘그런데 회사는 처음에 대안도 제시했고, 대기발령이라는 게 욕하고 때리는 것도 아니잖아. 솔직히 더 영세한 회사들애는 그런 프로세수도 없잖아.’라고 하죠. 그러다가 스타맨님이 인용하신 위의 대화를 한 후 연아가 ‘그럼 대기발령은? 그건 옳은 일이야?‘라고 하니 아무말도 못해요. 그 부분에서 저는 욕하고 때리지 않을 뿐 아무 일도 주지 않고 복도에 앉혀놓는 대기발령이 존엄을 무시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어쩌면 그저 조금 더 우아하고 덜 노골적인 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권이 보장되는 게 아니러 교묘한 방법으로 침해되는 것이 현대사회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면부족
직장인의 입장에서 가장 몰입할만한 파트는 역시 1부인 자르기였던 거 같아요.
<대기발령>에서 보여지는 회사의 태도와 방침은 을의 입장에서 울화가 치밀게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회사의 태도에 대해 강경하게 행동하기보다 그저 수동적인 태도로 순응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더 답답함을 느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나가면 내게는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잔머리로 눈치 게임을 벌이는 작중 인물들을 보며, 저것이야 말로 어쩌면 정말로 사측이 원했던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보는 내내 죄수의 딜레마가 떠올랐습니다. 결국 회사에 남 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처음부터 회사의 처우에 강하게 반발하며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거나, 아니면 차라리 나가면서 회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걸 최대한 받아내는 길을 택했다면, 작중 인물들의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든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수면부족
“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 잠재력을 깨닫고 목적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 아닐까?
행정실장이 된 옛 교무 교감이나, 유체 이탈 화법을 쓴 학생 교감을 보며 내가 왜 이마를 찌푸렸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부분 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그른 것을 옳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실장과 학생 교감은 날지 않는 새들 같았다. 마지막으로 날아 본 게 언제인지도 모를 비둘기들이었다. ”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p.377-378,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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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저는 오늘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집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었는데, 군데군데 '산 자들'이 언급됩니다. 장강명 작가가 정말 작정하고 쓴 작품이었구나... 싶어요. 저는 이 소설집 전에 읽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열광금지, 에바로드'와 '한국이 싫어서'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 독특하고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다, 정도로 인식했는데 '산 자들'을 읽고 인상이 확 바뀌었었거든요. 제가 꾸준히 작품을 따라 읽고 있지 않아서 몰랐지만 작가 입장에서도 분기점?이 되는 소설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얼른 마저 읽고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정리하지 못했던 소감을 좀 정리해두고 싶어지네요.

수면부족
저는 흰벽님과는 반대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고 나서 <산 자들>을 읽게 된 케이스입니다. 그 전에 장강명 작가의 작품은 단편으로 드문드문 읽은 정도고, 소설집으로 읽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저도 그 전까지 장강명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독특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인상이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살짝 다르게 보게 된 거 같습니다. 다음 번엔 단편 말고 장편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있는 작가같아요.

흰벽
저도 지금 갑자기 필 받아서 도서관에서 장강명 작가의 책을 잔뜩 빌려 왔는데요, 장편소설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하나네요. 이번에 빌려온 책 다 읽고 나면 '재수사'도 읽으려고 벼르고 있어요. 장강명 소설 읽기 모임 같은 거 만들어도 좋을 것 같네요 ㅎㅎ

STARMAN
모임 만드시면 꼭 참가 신청 하겠습니다.
함께 읽어요 ^^

흰벽
만일 읽는다면 무엇부터 읽고 싶으세요?
1. 출간순
2. 역 출간순
3. 단편-장편 순 (혹은 그 반대, 혹은 교차로)
4. 소설과 에세이 번갈아가며
등등 여러 방법이 있을 거 같네요 ㅎㅎ
저는 일단 지금은 ‘미세좌절의 시대’와 ‘산 자들’을 동시에 읽고 있고,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팔과 다리의 가격’도 빌려놓은 상태랍니다~

수면부족
저는 1번 출간순에 한표 던집니다. ㅎㅎ
장강명 작가의 성장과정(?)을 순차적으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흰벽
산 자들 끝나면 시작해볼까요 ㅎㅎ

STARMAN
성장과정 ㅋㅋㅋㅋㅋ
저도 한표 추가 합니다.

STARMAN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장강명 작가님을 그믐의 다른 책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관심 갖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을 알고는 있었지 만, 책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나 유쾌하고 박학다식하신지....
다른 작가님의 소설책을 함께 읽었는데,
장작가님 덕분에 참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서 신간이었던 <미세좌절의 시대>로 처음 작가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적극 추천을 하셔서 <5년만의 신혼여행>을 낄낄거리며 읽고, 책을 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책 한번 써봅시다>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네요.
소설은 <산 자들>이 처음입니다.
에세이들도 좋았지만, 저는 소설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어 단편들인데도 오래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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