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산 자들>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D-29
저도 이런 내용이 기사였다면 이렇게 꼼꼼히 읽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아마 헤드라인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고 넘겼을 것 같아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 놓고 읽지 못하고 있는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라는 책 표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강력한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 있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들을 영원히 반목시킬 수도 있다."
마지막 <버티기>까지 다 읽었습니다. ‘모두, 친절하다’는 정말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아주 미세한 불합리를 잘 보여주더라고요. 시스템이 거대화되면서 벌어지는 에너지의 낭비. 뭐 하나 AS받으려면 정말 그 과정이 쓸데없이 너무너무 복잡하잖아요. 현대사회의 분업화가 정말로 효율적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어요. ‘음악의 가격’은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몰랐던 음악산업의 구조를 보여줘서 꽤 충격적이었어요. 확대해서 보면 예술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구조가 아주 치밀한 착취의 구조로 되어 있죠.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는 수 년 전 목숨을 끊었던 인디가수 이야기도 떠오르면서 정말 착잡했던 기억이 나요. 개인적으로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가 마음에 남는 소설이에요. 제가 학교에 있어서… 어른들이 만든 부조리 앞에서 학생들이 가능한 노력을 하지만 결국 큰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는데 그게 자칫 젊은 세대의 냉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학생들이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로 토론하는 부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진짜 저런 것들로, 무용해 보이지만 흥미로운 것들로 우리가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걸까, 대학입시를 빼고 순수하게 탐구할 수 있는 현실이 왜 안 될까… 급식비리도 그렇지만 저는 그게 더 안타깝더라구요. 원하든 원치 않든 무얼 해도 입시와 연결되는 현실이.
저 역시 이 책의 구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했다는 점이었어요. 저자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앞서 이야기들에 나온 부당함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하는 물음 아니었을까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의 마지막 단락을 읽으며 적잖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되새기게 되더군요.
저도 3부 버티기 까지 다 읽었습니다. 1부와 2부의 단편들도 좋았지만, 3부의 세 단편은 한편을 읽고 바로 다음 작품을 읽지 못하고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음악의 가격>은 더욱 와 닿았는데, 음악과 출판업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 전반을 고민해보게 했습니다. 게다가 "도덕경"의 이야기가 접목된 부분은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 모든 재화와 용역에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할 테니까. 공급량, 보완재, 대체재를 넘어서. 그러면 좋은 음악은, 다시 소중해질지도 몰라." p335
예술/창작계에서의 착취구조는 요즘 말을 빌리자면, '누칼협'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유난히 강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시장이라는 것이죠. 예술인들에 대한 착취가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일견 불가피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간혹 언론에 비춰지는 업계의 민낯들은 너무 가혹해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음악의 가격>은 그런 세태에 대한 일침을 날리는 동시에, 성찰을 보여주기도 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미약하지만, 창작 계통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카메라 테스트> 까지 읽었습니다. 지민이랑 같이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지민이가 붙을까 단발머리 수험생이 붙을까 궁금해 하며 읽었는데, 엔딩이 기가막히네요. p230 "괜찮아요. 일어나서 계속 읽으세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괜찮다고, 아직 기회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달콤한 말들이 거짓인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했던 지난 날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괜찮다,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수 많은 '을' 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누가 붙든 고용하는 쪽이 승자고 지원자들은 모두 패배자가 되는 게임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근 10여년 동안 취업시장에서의 화두인 '경력있는 신입'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더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신입과 경력직이 아둥바둥하는 지옥도를 보는 것 같았달까요.
읽은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댓글답니다~~ 사실 당신이 보고싶어싶어하는 세상을 읽고 단편은 별론가? 잠시 생각했는데... 이책이 그생각을 무참히 깨버려준 것 같아요. sf장르가 제 취향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었을수도 있겠다싶었고. 역시 기자출신이라 예리하게 바라보시는 시선이, 군더더기 없는 글빨이 부러웠습니다. 그냥 잘사는 사람이 어두운곳 외면않고 바라바주고 지적하고 편들어주는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꼭 필요한 작가님이신것 같아요.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있지않나, 보기불편하신 분들도 있지않을까 생각이 들기도했지만요. 개인적으로 제가 읽었던 것 기준으로는 표백>산 자들>그믐> 열광금지,엘바로드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세상 순으로 좋았던것 같습니다.
오, 저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너무 좋게 읽었었는데, 사람마다 정말 다르네요. '표백'은 읽을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시쓰다님이 최고로 꼽으시니 조금 솔깃합니다.
표백은 꼭 읽어보셔요. 나온지 십년도 넘었는데도 사는 내도록 답을 찾아야 되는 책인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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