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GX] 1. 미셸 트랑블레처럼 일상 포착하기

D-29
3rd. GX(7/2~7/5) 과제 제출합니다. 주말 오후였다. 남편에게 딸을 맡겨두고 홀가분하게 혼자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온 지현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주방에 내려놓고 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랬다. 그리고는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휴대폰이 없어진 걸 깨달았다. 순간 심장이 가쁘게 뛰면서 몸에 열이 올랐다. 중요한 개인정보나 업무 연락,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들 때문이 아니었다. '세븐 보이즈.' 지현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세븐 보이즈의 사진과 영상이 전부 휴대폰에 담겨 있었다. 그것들은 아무도 모르는 지현만의 보물이었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그 흔한 응원봉 하나 간직하지 못한 지현이었다. 플랭카드도 부채도 슬로건도, 심지어 손바닥만한 포토카드도 가지지 못했다. 오직 사진과 영상뿐이었다. 그걸 위해 지현은 항상 휴대폰을 저장공간이 제일 큰 모델만 샀고, 그것도 부족해 외장 메모리카드도 썼다. 식은땀이 났다. 지현은 급하게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언제 제일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썼더라?'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딸 아이가 과자를 사다 달라고 전화했던 기억이 났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면 그 후다. 지갑과 차키를 챙겨 들고 다시 집을 나서는 지현에게 남편이 물었다. "어디 가?" 지현은 신발을 대충 발에 꿰며 외쳤다. "휴대폰 좀 찾아 올게!"
“어... 저... 아직 새끼라고... 56일이라고..” “네, 새끼 맞습니다. 54일이요.” 거구의 사육사가 안고 온 건 개다. 협회에서 보내온 사진에는 앙증맞은 몸에 까만 코를 가진 강아지가 있었는데. 내 손 안에서 꼬물꼬물 거리며 첫 인사를 나눌꺼라는 상상은 심장이 내려 앉는 소리와 함께 깨져버린다. 54일만에 저 크기라면 일년이 지나면? 아무리 키우자고 우겼어도 안된다고 했어야하는데.. 내가 나 때문에 미쳐. 더 늦기 전에 말해야 한다. 6시간 차 타고 온게 뭐가 중요한가. 새끼가 저만하니 더 크면 송아지만해질게 뻔한데. 쟤를 어떻게 아파트에서 키우겠나? 이렇게 큰 개를 키우느냐며 집으로 찾아오는 주민들 모습이 그려진다. 관리사무소에서도 전화 오겠지? 짖는 소리 때문에 위아래집에서도 인터폰 올게 뻔해.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멀미를 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와서 정말 죄송한데... 저희가 못데려 갈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거야. 데려갔다가 도로 갖다주는 것보다는 지금 말하는게 강아지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지. 아이도 생각했던 것보다 큰 강아지를 보고 당황했으니까 내가 운을 떼면 인정할거야. 마음을 다잡고 사무실 안에 있는 아이를 본다. 아이는 미리 지어 온 이름으로 연신 강아지를 부른다. “너 이게 네 이름인지 어떻게 알아? 신기하다, 왕 커서 왕 귀여워. 그지?” 저건 그냥 큰게 아니야. 세상에는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있고 감당 못하는 크기가 있는거야. 저건 감당할 수 없는 크기다. 뉴스에 나온 개물림 사고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다. 쟤가 커서 막 사납고 으르렁 거리면 나도 강형욱 불러야 하겠지? 상담비도 되게 비싸다던데...누구라도 물면? 아, 못살아. 꼼꼼하게 크기를 체크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다. 나는 항상 이 모양이다. 생각은 많이 하는데 진짜 중요한 생각은 안해서 일을 망친다. 말하자. 데려가면 진짜 돌이킬 수 없으니 말하자. “저기... 강아지가 좀....” 아.. 왜 목구멍에 문이 있단 말이냐. 울고 싶다.
3rd. 3. 회식을 가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덧 퇴근시간이다. 회식 장소는 오후 늦게 공지가 되었다. 차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였고 술을 마셔야 할 수도 있기에 다들 차는 버리고 걸어갈 예정이라 한다. 우리 팀은 팀장을 포함해 열 명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 온 팀장은 가장 나이가 많은 팀원보다 나이가 어렸다. 팀장은 업무처리 능력은 뛰어났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래 직원을 말 그대로 아랫사람 다루듯 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B는 평소엔 순한 성격이었지만 술을 마시면 사람이 변했다. 팀장 앞에서는 표를 안 냈지만 나를 데리고 담배를 피울 때는 종종 팀장 험담을 했다. 나는 맞장구도 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아무튼 오늘 회식엔 팀장과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 B도 함께 참석했다. 1차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고 2차는 미혼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간단히 캔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나이가 가장 어렸고 미혼이었던 나의 방이 2차 회식 장소가 되었다. 한편 B는 1차 때 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소주만 마셔댔다. 내 방으로 걸어가는데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B가 나지막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도 팀장에 대한 욕을…… 그리고 사건이 벌어졌다. 내 방에서 찌그러진 빈 캔맥주들이 나뒹굴 즈음 B가 팀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야 이, XXXX야 네가 팀장이면 다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보다 n 살이나 많은데 그따위로 나한테 말하면 안 되지”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B를 손절해야하나. 평소 B와 담배를 함께 폈던 내게 불똥이 떨어지면 어떻나. 나는 팀장 낯빛만 살폈다. 그런데 평소엔 그렇게 거침없이 팀원들을 대하던 팀장이 이상하게도 조용한 것이다. 팀장은 B의 욕설을 듣기만 할 뿐 받아치지는 않았다. 팀장의 얼굴이 저점 붉어지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런데 그때 우리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C가 팀장을 따라나갔다. 솔직히 팀장은 B보다 C를 막 대했었다. 내일 아침 사무실 분위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3rd. GX/24.7.16 퇴근했다. 오늘도 뻔하고 지루한 일상이었다. 거래처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작업을 하고 메일을 보냈다. 틈틈이 친구한테 오는 카톡에 답장했고 네이버에 뜨는 기사를 읽었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더니 점심때 먹은 게 소화가 안 돼서 더부룩하다. 6시가 되자마자 빠르게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선다. 날이 어둡다. 겨울 저녁은 금세 밤이 되어버린다. 별일 없이 보낸 헛헛한 일상에 괜히 울적하다. 이런 날들이 좋은 거라고 누가 그러던데. 나는 의미 없이 하루를 흘려보낸 게 뭐가 좋은 건가 싶다. 다른 친구들은 더 열렬히 공부하고 직장을 찾고 아니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 준비를 한다. 나는 욕심만 있고 능력이 없다. 노력할 의지도 없다. 별 볼 일 없는 평균 이하의 삶이 내 인생이라는 게 허무하다. 근거도 없이 나는 조금 특별할 줄 알았다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집에 가자. 버스를 타야 한다. 정류장에 못 보던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있다.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술에 취한 건지 졸린 건지 모르겠다. 나는 먼발치서 그 아저씨를 보고 있다. 내가 정류장에 가도 괜찮을까. 아저씨는 의자에서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더니 김이 서린 안경을 벗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아저씨를 지켜봤다. 위험해 보이면 그 전 정거장으로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겠다. 오늘 별일 없다고 불평했더니 퇴근길이 귀찮아졌다. 아저씨는 가만히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어깨를 들썩거린다. 흐으윽. 뭐지? 곧이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당혹스럽다. 우는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대체로 당황스러운데 상대는 일면식 없는 낯선, 중년 남성이다. 나는 무섭다. 안쓰러운 마음보단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예상보다 납작한 나의 연민에 당황하면서 머리로 빠르게 시나리오를 짜본다. 누가 죽었나? 부모? 아니면 아내가? 큰 빚을 진 걸까. 무언가 잃어버린 거 같은데.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저씨의 울음소리는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 같아서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그때 버스가 왔다. 나는 서둘러 정류장 근처로 가 버스를 붙잡는다. 버스에 올라가고 빈자리에 앉는다. 나는 재빠르게 창밖으로 아저씨의 모습을 훑어본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고 아저씨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곧 버스가 출발한다.
3rd. GX (7/2~7/5) 하릴없이 누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던 재순은 무거운 몸을 끙차 일으켰다. 슬슬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 오늘은 밭에 마늘쫑을 솎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아침 나절부터 비가 와서 틀려먹었다. 테레비가 고장나서 뉴스를 못 본 지 사흘째, 비 소식이 있는 줄은 까맣게 몰랐다. 재순은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그냥 전화를 받거나 거는 데에만 쓸 뿐, 날씨 하나 확인할 줄을 모른다. 재순이 늘 무능하다고 타박하는 남편이 이런 면에서는 훨씬 나았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앉아 있는 꼴이 보기 싫어 잔소리를 해댔지만, 막상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 스마트폰을 보고 날씨를 알려주는 이가 없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어제부터 집을 비웠다. 고향 땅에 무슨 도로가 들어오는지 가족묘를 이장하게 되어 일가 친척이 모여 의논을 한다고 했다. 재순은 차를 오래 타는 것이 힘들어져 가지 않았다. 다만 시부, 시모를 이제 와서 화장해 납골당에 모시자는 의견에는 결사 반대였다. '아랫집이야 납골을 하든 말든 우리는 안 되여! 대대손손 짐이여 그게!' 매사에 본인 의사도 없이 남들 하자는 대로 넙죽 그러마고 하는 이놈의 남편이 혹시라도 납골 쪽으로 의견을 모아오면 그때서야 직접 나설 참이었다. 어쨌든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돌아올 예정이므로 된장찌개라도 끓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재순은 양푼과 숟가락을 들고 장독대로 갔다. 새로 꾸민 장독대가 재순은 퍽 마음에 들었다. 각기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은 독이 늘어선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했다. 다음주에 딸네가 오면 된장과 고추장을 줘야 하니 따로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된장독을 열었다. 어라....? 눈썰미가 매서운 재순은 금세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된장이 줄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여? 나가 된장을 펐던가?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져 딸이 치매검사를 예약해 줄 정도로 매사를 깜빡해버리는 재순은 순간 어제쯤 자신이 된장을 퍼두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된장이 너무 많이 줄어 있었다. 게다가 재순은 항상 장을 푸고 난 후 잘 다독여두는 편인데 지금 된장의 모양새는 재순이 맵시있게 다듬은 것과는 영판 달랐다. 하이고, 이게 무슨 일이꼬? 도대체가 영문을 알 도리가 없어 재순은 혼자 중얼대며 일단 된장을 적당히 푸고 잘 다독인 후 뚜껑을 덮었다. 요상허네... 분명 누가 손을 댄 거 같은디.... 대관절 누가... 재순은 머리를 요모조모 굴리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내가 누구한테 된장을 줬던가? 아니지, 아니야. 그러면 내가 퍼줬을 텐디 저 된장 모양새가 절대 그게 아닌디... 재순이 아픈 어깨와 무릎으로 고생고생 메주콩을 삶고 메주를 빚고 말려서 만든 된장이다. 이번 된장은 유독 잘 되어 신이 났었다. 그런데 그 된장을 누가 저렇게... 모양새도 그렇지만 양이 줄어든 것도 상당했다. 재순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기 도대체 무슨 일이꼬... 아따... 재순은 당장이라도 남편을 불러서 된장의 행방을 찾아내라고 닦달하고 싶었다. 이눔의 남정네, 왜 이리 늦는 기고! 재순은 갑자기 불쑥 화가 치밀었다. 볼일 마치고 퍼뜩 올 일이지 또 어디서 꾸물대고 있노! 모든 것이 마뜩찮았다. 기껏 푼 된장을 부엌에 대충 던져두고 재순은 다시 드러누웠다. 밥 할 의욕이 싹 사라졌다. 라면이나 끼려먹든가! 재순은 팔을 베고 누워서 다시금 곰곰 된장 생각에 골몰했다. 된장 도둑이다! 누가 훔쳐간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았다.
뭐죠...! @흰벽 님 재밌잖아요! 된장 도둑이 누구인지, 어쩌다가 된장을 훔치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합니다. 이거 후속작 써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허허 일단 쓰긴 했는데...;; 된장도둑의 사연은 무엇일까요....??
2nd. GX (6/28~7/1) 참여입니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산책하는 강아지를 자주 마주친다. 오늘도 한 강아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채 3kg도 나가지 않는 아주 조그만 말티즈이다. 일년 전 저세상으로 떠난 우리 루루가 생각난다. 우리 루루도 딱 저만했었다. 루루는 남편이 암으로 떠난 10년 전, 딸아이가 나에게 선물한 강아지였다. 난 지난 10년간 루루와 단둘이 살았다. 남편을 보냈을 때보다 루루를 잃은 상실감과 외로움이 더 크다고 하면, 누가 믿어줄까? 나 스스로도 이 상황이 생경한 것을 말티즈 주인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아이고 우리 루루랑 똑같이 생겼네, 작년에 루루를 보냈거든요. 이런 강아지를 보면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요” 벤치에 앉아 제 강아지와 쉬고 있는 젊은 아가씨에게.. 내 신세 한탄을 한참동안 늘어놓고 말았다.
나는 늘 건넌방에서 할머니와 잤다. 그 새벽에도 할머니와 같이 자다가 웅얼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창호지 방문 앞에 앉은 구부정한 등이 보였다. “너를 앞세우고 나서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 그래, 집집이 애 두셋 어릴 때 잃는 일이 보통이던 시절이지. 하지만 다 키운 자식은 아니야. 그렇게 자식을 보내면 그저 목숨이 붙어 있어 밥을 넘기고, 몸을 움직이는 거지. 남들은 나보고 복이 많단다. 네 동생들 다 서울 가서 떵떵거리며 살고, 팔십 넘도록 혼자 밥해 먹을 기력이 있고 돈 걱정 안하니 이렇게 좋은 팔자가 어디 있냐고들 하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무서운 남편, 산더미 같은 농사일, 남은 자식 먹이고 입히느라 한없이 고단했던 시간은 그렇다 치고,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는지 그 대가로 다 키운 자식을 앞세웠는데? 다들 모르겠지. 어떻게 알겠어. 병석에 누운 너를 봐야 했던 몇 년 그리고 너 보내고 수십 년 동안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 세월 동안 나는 늘 늦가을 해가 진 강가에서 혼자 마냥 차가운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 같아. 춥고 갈 데도 모르겠고. 그런데 이제는 좀 쉬고 싶구나. 이제 많이 늙어서 서 있을 힘이 없어.” 들릴 듯 말 듯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던 할머니가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큰아버지에게 전하는 가슴 속 넋두리는 어둠 속에서 또렷했다.
아.. @마야 님.. 눈물 나게 하시네요..
@GoHo님, 그렇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nd. GX (6/28~7/1) 과제입니다 :) “진순자 할머님?” “네, 왔습니다.” “아유, 어떻게 하루도 안 빼놓고 오세요?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세요.” “노인네가 집에서 할일이 뭐 있겠어요. 여기 와서 한줄이라도 쓰는 게 낙인데.” 순자는 오래되어 흐물거리는 천 필통에서 연필 한 자루를 꺼냈다. “그래, 오늘은 주제가 뭔가요?” “어르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 짧게 써주시면 돼요.” “내 젊은 시절이라…” 순자는 복지센터에서 일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특히 처음 어르신을 상대로 한글 수업을 하던 장면이 스쳤다. 노인들을 가르치는 일은 고되기만 할 뿐 보람차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 노인들보다 자신이 더 나이가 든 것 같았다. 얼핏 눈앞에 있는 글쓰기 강사와 젊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지만 곧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충청도 소재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사회복지사로서 일했던 그녀는 직업 탓인지 늘 스스로를 봉사심이나 이타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겼다. 주말마다 유기견센터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몇몇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30년이나 일했으니, 인내심은 꽤 대단했어.’ 남들은 중간에 그만두기도 한다는데, 한번을 쉬지 않고 일한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순자는 연필을 다시 잡으며 제목을 적어내려갔다. ‘나는 생계형 사회복지사입니다.’
①한 남자가 하늘을 본다. ②그는 허탈하다. ③마음이 아프다. ④보고 있는 사람이 되려 안쓰러워한다. ⑤담담하지만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⑥풀이 죽어 있다. ⑦옆에서 누가 달래도 소용이 없다. ⑧학교 다닐 때 문제만 내고 풀이는커녕 답조차 말해주지 않는 선생님과 같은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⑨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곳도 다르지 않다. ⑩문제만 낼 뿐 풀이과정이나 예시, 답은 없다. ⑪그냥 알아서 하는 거다. ⑫그게 세상이다.
완전 빵 터졌습니다. 너무 공감하며 '좋아요' 100만개를 날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
@STARMAN 1.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2. "한 평범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맞닥뜨린 순간을 10문장 이상으로 적어주세요. 3. 사건의 규모가 클 필요는 없습니다. 4. 그러나 그 순간 그 인물이 겪는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해주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5. 소설도 어찌 보면 작가의 경험이나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6. 평범한 인물, 사건, 규모가 클 필요는 없고, 감정을 묘사하라고? 7. 그냥 내 이야기를 할까. 8. 연습하는 곳이니까. 9. 어차피 여긴 서로 마음 가는대로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으니, 참여에 목표를 둬야겠네. 10. 그렇게 쓴 숙제에 이리 독자가 생길 줄은 몰랐네요. 11. 선생님 글, 일부로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참여에 목표를 두고 있으나, 좀처럼 문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미션 후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네요. 샛빛님의 10문장 만들기 참 재미있습니다. 제 글을 찾아 읽진 말아주세요. 부끄러워요. ^^
ㅋㅋㅋ 문제만 있고 답은 없는 게 세상이다. 엄청 공감되네요.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 힘내세요.
@유니크 1. 고맙습니다. 2. 혼자 조용히 가능한 짧은 문장으로 10문장만 쓰고 나오자. 3. 근육질 옆에서 배불뚝이로 있더라도 끝까지만 가자. 4. 비교하지 말자. 5. 일부러 과시하지도 말자. 6.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7. 그냥 아무도 관심 안 가지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8. 뭐 그리 쓰고 있어요. 9. 이런 장이 마련된 것만도 어디에요. 10. 암튼 선생님도 열심히 쓰세요.
안녕하세요. @샛빛 님, 일일이 피드백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WritersGX 는 자전거나 수영을 연습하듯 실제로 글을 직접 써보면서 우리의 글쓰기 근력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시도하고 있는 그믐의 또 다른 실험입니다. 다 함께 모여서 공원에서 매일 같이 운동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미셸 트랑블레 작가의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 작품이 우리 글쓰기의 좋은 예시가 될 테니 책을 읽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에요. 감사합니다. ^^
@그믐클럽지기 1. ~^^ 2. merci 3. 압니다. 4. 좋은 시도 입니다. 5. 다음엔 더 정교해질 듯합니다. 6. 다만, 세발자전거 연습일까요? 7. 걷는 것처럼 두발 자전거도 연습하면 될 수도 있겠어요. 8. 수영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긴 하다고 하더군요. 9. 물장구나 치며 즐길까 합니다. 10.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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