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2. <SF 보다 Vol.1 얼음> 장르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D-29
<귓속의 세입자>를 읽고 떠오른 단편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라 다른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고 싶은데, 이 역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책이라 말씀드리면서도 죄송하네요. 제목은 <새로운 선사시대>입니다. 작가는 지금 검색해 보니 <르네 레베테즈 코르테스>라는 사람이네요. 이 단편은 과거 <토탈호러>라는 무단 출판물에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기는 하였지만 그안에 실린 소설들은 상당히 좋습니다. 지금도 검색해 보니 많은 관련글이 나오네요.) <귓속의 세입자>가 집단에 대한 혐오를 표현했다면, <새로운 선사시대>는 집단에 대한 공포를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그 묘사 방법이 상당히 기괴하고 흥미롭습니다. 전 이 단편이 주제와 환상문학적인 상상력을 매우 긴밀하고 효율적으로 결합한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탈호러 1
<새로운 선사시대>라는 제목은 언뜻 구병모 작가의 <채빙>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검색해보니 아주 기발한 상상력으로 쓰인 호러물인 것 같네요 ㅎ 호러에 엄청 취약하지만,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오늘은 마지막 작품인 천선란 작가의 <운조를 위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운조를 위한>은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이후의 미래에서 시작하는, 그리고 그보다도 2만년이나 뒤의 지구를 살짝 엿보고 돌아오는 이야기죠.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미래의 지구 풍경과 생명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듯 해서, 작가의 상상력과 시각화 능력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한편으로 <운조를 위한>은 트라우마와 죄책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운조는 어린 시절 자신을 위해 불려와 3년을 케이지에 갇혀 살다 미쳐버린 토끼를 아마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토끼를 보내주기로 결심하죠. 그리고 그 토끼의 보은 마냥, 2만년 뒤의 세상에서 만난 빨간 눈의 존재는 운조에게 '녹아서도'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죠. 제게는 주제의식이나 그걸 드러내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 배경의 묘사 등 모든 면에서 참 인상적이었던 <운조를 위한>을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오늘 드디어 <SF 보다 Vol.1 얼음>을 마무리하는 심완선 기획위원의<크리틱>을 읽었습니다. 심완선 위원의 해설을 읽고 나니 본편들의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본격 SF는 '현재의 과학을 외삽하여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말과 SF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는 새로움, 즉 '노붐novum'이라는 다르코 수빈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SF, 즉 사이언스 픽션은 과학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과학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 안에서 인간들의 문제가 어떻게 펼쳐지고 해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르인 거겠죠. 그리고 '바깥'을 창조함으로써 SF는 '내부'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내부'에 있는 자들은 누구인지, 누가 SF적 세계관 없이도 이미 현실에서 '바깥'에 존재하는지를요. 그래서 SF는 소외된 이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주에 걸쳐 읽어 본 이번 SF 단편 소설집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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