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7. 저는 정체상 상실, 사회적 사망이 맞다고 생각되네요. 어제까지도 함께한 경험, 시간, 문화, 모든 것들을 나누고 소통하던 사람들과 다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무인도에 떨어진 것보다 더 고립된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방금 책을 완독했는데, 책의 뒤로 가면 갈수록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구요.
소설을 읽어가는 도중에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은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정체성의 상실이라기 보다는 동요, 사회적 사망이라기보다는 심각한 핸디캡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의사소통의 심각한 단절이 있겠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조금 나아질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씀 주신 '정체성의 동요'라는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정체성 상실, 사회적 사망이라는 표현에 동의해요. 굳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도 각 지역색이 있잖아요. 특히 사투리는 표준어로 대체할 수 없는 미묘한 늬앙스가 있어요.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색깔도 있고요. 지방에서 살던 제가 서울로 올라와서 오래 살면서도, 제 정체성은 여전히 지방이더라고요. 작은 사회가 이런데, 아예 언어가 달라지면 더 그럴 거 같아요.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사회와의 단절. 내 자신이 전복되는 느낌을 받을 듯해요.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 주신 부분을 케이스를 삼아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남쪽인 영호남 지방의 말씨를 쓰던 분이 서울로 이사온 지 열흘만에 갑자기 억양 등이 변해서 서울경기 지방 말씨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 정체성이 서울경기 지방 사람으로 변하는 걸까요? 아니면, 말씨는 변했어도 영호남 지방 사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걸까요? (정체성 관련해서 음식을 말씀해 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이 경우 입맛도 변할까요?... 소설에서는 이런 부분을 180페이지부터 184페이지 사이에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정체성까지 바뀐다면 좀 살기가 편할까..그런 생각은 해봤어요.. 수키는 여전히 원래 먹었던 음식이 입맛에 맞는데. 한국에서는 적응하느라 한국음식 너무 맛있어요 라고 말할때 좀 짠하더라고요. 물론 외국사람도 한국음식 좋아할 수 있고..그렇게 말한 거라면 괜찮긴 하지만요..
음식 적응기... '사회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고식(?)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안 통한다고 해도 사회적 연결이 다 끊어지는 건 아니니까 ‘사망’은 아니지 않느냐 할 수 있겠는데요, 사람 정체성이라는 게 수십 수백 가지라고 생각해요(소설가, 관악구민, 중년, 한국인, 프리랜서, 다이어터, 남편, 아들,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자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 그 정체성들 중 몇 가지는 죽는 거 같아요.
'일부의 죽음'... 어떤 맥락인지 캐치하였습니다~!!
네 저는 정체성 상실과 사회적 사망 둘 다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 단절로 인한 혼란과 주변인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이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움츠러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국에서 갑자기 이방인이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어서 여덟 번째 질문도 같이 드립니다. @김의경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인데, 일곱 번째 질문과도 관련이 있네요. 8.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언어는 곧 실존이고,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언어 외에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소를 짓고 나타난 승무원이 수키 앞에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내려놓는다. 수키는 옆자리의 에이전트 김을 따라 동그란 그릇 안에 담긴 쌀밥과 익히거나 볶은 채소 등을 젓가락을 뒤섞는다. 붉고 노랗고, 하얗고 푸른 것들이 비벼지고, 수키는 그것을 한입 크게 물고는 카메라를 보며 저는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15~116, 지영 지음
음식이요! 이 장면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수키가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한국인 혹은 한국 친화적인 인물로 들어가는 장면같아서요. 저도 해외 여행을 갔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음식 앞에서 정체성이 판가름 날 때가 많았어요. 그들은 맛있게 먹는데 나는 먹지 못할 때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바로 내 정체성이 드러나죠.
그렇네요 음식은 정말 정체성이 몸, 그것도 예민하디 예민한 혀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저에겐 '직업'입니다. '블랙스완'이란 책에서도 본 거 같은데, 같은 한국에 살아도 의사 VS 선생님 보다, 그루지아에 사는 의사와 한국에 사는 의사가 더 말이 잘 통할 거라는 얘기를 보고 '그렇구나!'했거든요. 게다가 전 직업 때문에 성격이 완전 바뀌었거든요. 이야기도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하고 정말 잘 통해서,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가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큰 착각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르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워요 ㅜ.ㅜ
오... 저도요.. 현대사회로 갈 수록 나의 직업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고 하자나요.. 제가 하는 일을 배우자나 가족에서 잘 설명하고 온전히 이해 받는 직업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요. 오히려 나랑 같은 직종에 있는 다른 회사 사람(국외도 포함)과 오히려 말이 통할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반대로 더욱더 제 직업군 밖에 있는 분들을 만나야 하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더 옹졸한 생각에 갇히게 되더라고요.
맞아요...그래서 저를 파괴하는 과정 때문에 괴로운 것 같아요. 열심히 쇠똥구리처럼 저의 세계를 굴리고 있다가...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만나 부쉈다가 다시 굴리고...부쉈다가 다시 굴리고... 그래서 책이 좋은가 봐요. 깨닫는 과정에서 상처를 덜 받아서?
저도 절친에게 제가 하는 일을 수없이 설명해줘도 다음에 만나면 다시 설명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공감됩니다 ㅠㅠ 함께 일하는 업계 사람들만이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죠...
전 그래도 요새는 어르신들만 헷갈려 하셔서 제 직업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걸 느낍니다 ㅎㅎ(월급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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