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네, 우선 작품의 형식부터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듯 하여요. 제 생각에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들이 보이는 경향으로는 분열이나 해체, 파편화 등이 있을 거에요. 또는 대중문화나 미디어의 영향력이 아주 크게 작용하는 특징도 있고요. 이런 점에서는 이 소설이 분명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지요. 서사의 구성이나 (짧은 인터뷰나 장면의 파편적인 연속들) 작품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대중문화 코드들, 특히 유튜브가 그렇겠고 다양한 매체들(언론, 인터넷, 소설 등)을 통해서 세계 전체가 동시적인 변화를 함께 맞닥뜨리는 점에서 더욱 그렇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러나 작품을 모두 읽고나면 결국 그러한 형식을 통해서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봉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격으로 시작하는 부분 바로 앞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봅시다. "기억함으로써 침묵은 말이 된다.") 서술자 '나'(시오)의 다큐멘터리는 완성이 되지요. (그것이 이 소설 자체이고요.) 분열적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영 작가님이 위쪽 댓글에서 말해주신대로 '콜라주'적인) 그 형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주제와 인식의 방향은 분열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또, 포스트모더니즘적이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학 작품은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서 서로 반대되거나 충돌하는 상반된 해석들이 무궁무진하게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에 대해 독자님들이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저 같은 평론가^_ㅠ의 해석이 뭐지?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독자님들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읽어내고 느끼는 마음과 생각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기만의 해석이요. 그것이 이 작품을 바로 여러분만의 소설로 만들어줍니다.
심도 있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있어 형식뿐 아니라 내용격이라 할 수 있는 메시지 측면까지 아울러 살필 수 있는 너른 관점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역시 @전승민 평론가님 모신 보람이 팍팍 느껴집니다!!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님께서 아주 흥미로운 질문들을 이끌어 주시고 있어서 덕분에 저도 제 삶/기억/경험에 관해 곱씹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댓글들을 쭉 정독해보니 지금까지는 주로 소설의 형식(다큐)과 언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듯해요. 여기에다가 몇 가지 생각해볼 키워드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라지는..>의 미덕 중 하나는 이 소설 자체가 아주 거대한 은유라는 점이에요. 심사평에는 일반적인 서사의 제시가 아니라 인터뷰의 파편들로 제시되는 부분이 마치 시적이라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이 소설 자체가 우리 시대, 특히 동시대에 관한 아주 거대한 은유라고 느껴집니다. 언어나 세계화, SNS, 매체, 아이콘, 테러 등은 그걸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단어들일 것이고요. 그리고 이 언어의 상실(수키 증후군)은 바로 테러, 폭력과 아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요. 수키 증후군이 발생하게 되는 물리적인 주요 요인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테러"지요. 테러처럼 개인 대 개인이 아닌 집단을 단위로 발생하는 폭력적인 사건을 계기로 그에 연루되었던 이들이 언어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소설의 이러한 설정에서 다른 분들은 어떤 의미들이나 생각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자책으로 읽은 탓에 종이책 쪽수를 적을 수 없어 아쉬운데, 챕터4나 챕터5 쯤에 "타의에 의해 언어가 달라진 순간 수키는 사망한다" 와 비슷한 문장이 나온 것으로 기억해요. 이 문장을, 위에서 제가 언급드린, 외부의 폭력적 사건이 언어의 상실을 초래한다....는 점과 연결해서 본다면, 언어의 바뀜으로서 몸을 가진 한 인간이 죽음에 이른다...는 연결을 어떻게 더, 잘 이해해볼 수 있을까요? ^^
저는 언어의 교체가 과연 언어의 상실이나 정체성의 상실, 그에 대한 표상으로 느껴지는 먼지화로 '곧바로' 연계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작품의 내적 진술이나 구성 측면에서) 페이크모션에 걸려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화제 질문으로 개인이나 사회의 정체성에 관한 독자분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드려볼 계획입니다
어쩌면 타의에 의해 언어가 달라진 순간 수키는 이미 사망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신체적 사망에 앞선 사회적 사망인 거지요. 제1언어의 교체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유일한 것을 빼앗겼으니까요.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5장, 지영 지음
‘테러(공포)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의 진실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사람들의 감정을 마비시켜서 한 사회의 논의 능력을 훼손시키는 게 테러의 목적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하고요. 수키 증후군이 거대한 현상으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수록 수키 증후군 환자들 개개인은 점점 더 소외되는데 그 점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테러뿐 아니라 ‘신드롬’이 되는 모든 사회적 사건에 따라가는 일이겠지요.
오오, 그러네요. 공감이 갑니다. "감정 마비"와 그로 인한 "사회적 논의 능력의 훼손"이라는 말은 정말 예리하게 짚으신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것이야 말로 동시대적 문제지요. 확실히 이 소설은 정말 거대한 은유를 차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장맥주 님의 댓글을 보고 더 강해집니다^^; 신드롬, 증후군.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으며 따라서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해당될 수 있는.. 그러나 정작 환자 당사자의 입장이나 감정은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이중의 소외.... ㅠㅠ
오타를 찾았습니다 “기적은 예상치 못한 세계로 수키와 사람들을 안내했다. 의료진은 대뇌,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을 중심으로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촬영(f-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P)을 실시했다” PEP 는 PET의 오타로 보입니다.
예리한 눈썰미뿐 아니라 배경지식도 많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챠우챠우 책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보를 받은 오타인데요! 또 제보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쓸 때, 교정 볼 때는 왜 안 보이는 걸까요ㅠㅜㅠㅜ)
제1언어가 다른 언어로 교체되는 전대미문의 이상 증상은 대책을 마련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세계를 공포로 휩쓸었다. 발병의 원인과 그 경로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이는 상세 불명의 감염성 질환으로 분류됐고, 결국 최초 발병자에게서 유래된 고유한 명칭을 번호와 함께 부여받기에 이르렀다. 질병 코드 84C330, 질병 명칭 수키 증후군(Suki’s syndrome)이 바로 그것이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환자의 이름을 따서 증후군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루게릭병, 뚜렛증후군 등). 대부분은 처음 그 증후군을 기술한 의사의 이름을 붙여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메니에르병 등). 그런데 만약 이 소설에서 ‘해밍턴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수키 증후군이 딱이죠 ㅎㅎ
@챠우챠우 오오! 이것도 고민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짚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편협한 생각일 수 있는데 의사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 학문적/의학적 성과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언어를 교체 당하고(잃고) 사회적으로도 배제되고, 결국 먼지로 소멸하는 이들, 그 발병의 원인이 사회적인 맥락에 있음을 고려할 때 수키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병명 역시 수키에게서 따왔어요. 쓰면서 피해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과연 맞을까 고민도 했으나 밀고 나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관심의 대상에서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면에서도 '수키 증후군'이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야 그 삶이 우리에게 온다. 그것이 삶이라는 마술의 본질이다. 프란츠 카프카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 83~84, 지영 지음
깨지고 깨져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스스로 버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 벼려 주길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거 말이에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제가 요즘 직장에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이 이런 감정입니다. 누군가 차라리 날 버려줬음 좋겠다.
그 주기를 몇 번 거치면 피크제 들어간다는... 이러한 증상(?)도 증후군 이름 하나 붙여도 좋을 것 같단 웃픈 농담을 드립니다
@챠우챠우 누군가 챠우챠우님을 버린다면 그믐에서 만난 저희가 꼭 찾아오는 걸로 할게요ㅠㅜㅠㅜ @최영장군 그럼 모임이 끝나기 전에 증후군을 하나 만들어 볼까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송승환 시인과 함께 시를 읽습니다
[문학실험실/신간] 송승환 시집『파』(문학실험실, 2026) 출간 이벤트. 시집 완독회!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보들레르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1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