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두 작품 모두 좋았습니다. 길이가 짧았는데도 일본문학에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몰라요(등장 인물들의 이름도 입에 잘 붙지 않았고요). <짝사랑>은 제목처럼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생각했는데요. 유명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주인공과는 조금 다른 결로, 제가 했던 짝사랑들(?)을 가만히 돌아봤어요. 우선 저는 이 감정을 매우 좋아하긴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서(물론 상대를 무섭게 해서는 안 되겠죠) 가만히 좋아하는 마음을 키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편안하거든요. 아무것도 잃을 게 없고, 마냥 좋은 면만 좋게 바라보면 된달까요. 제가 먼저 상대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는 영원히 제 마음을 알 수 없고, 그러면 거절당할 일도, 사랑 때문에 마음 아플 일도 없다는 점에서 짝사랑이라는 속성 자체를 좋아합니다. 연애를 하면서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이렇게 잘 만나다가도 언젠가는 서로가 미워지겠지? 그럼 차라리 이렇게 좋을 때 헤어지고, 평생 그 사람을 짝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이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싶은 저의 이상적인 욕심이죠. 궤변 같은데, 뭐 저는 대체로 이런 상상을 꽤 자주 하곤 합니다. 이건 상대가 싫다거나 헤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순간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새드엔딩을 보고 싶지 않은 겁쟁이라서 그런 듯해요. 물론 꼭 새드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자잘하게 부딪치는 지난함이 저는 좀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굳이 겪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저도 고백하면 1)차이거나 2)이 관계 끝은 별로일 게 눈에 보여서 거리두기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되었던 20대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킥합니다.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에요. 이젠 남편이 첫사랑 같거든요. ^^;;
하하하, 솔직한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siouxsie 님:) 이불킥이라뇨. 첫사랑이자 끝사랑이 남편분이라는 낭만적인 고백 같은걸요. 저는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게 많아져서(조건적인 것 말고, 제 성향이나 가치관이요) 덩달아 겁도 많아졌어요. 저라는 인간이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답니다. 망각이 필요한 상태일까요(헤롱). 그래도 사랑이야기는 여전히 참 좋아합니다. 삶에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과 속성이 꼭 필요한 사람도 맞는 것 같고요. 얼마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최진영 작가님의 북토크를 들었는데요. 작가님도 자신의 이번 생에서는 사랑을 놓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꼭 이성적인 사랑이 아니더라도요). 그 말씀이 참 좋았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들은 대체로 어둡고 차갑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물론 저는 이 감성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필요하다 말씀하시는 점이 안온하게 느껴졌어요.
<게사와 모리토>는 굉장히 묘했습니다. 이 둘의 행동이 동상이몽처럼 느껴지는데, 서로가 그 깊은 마음을 모른다는 게(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더 괴이했어요. 불륜하는 마음은 다 이런 것일까, 이들이 하는 건 사랑일까, 서로에 대한 기만이자 학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에 봤던 어떤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었는데요. 그 남자는 본인 스스로를 쓰레기라 칭하면서, 자신과 만나는 여자들도 쓰레기라고 말해요(속으로). 말인즉슨 '내가 쓰레기인 건 나도 알고(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이런 나를 만나는 너 또한 쓰레기겠구나' 싶어, 상대를 굉장히 하대하는 거죠. 이 심리를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그 남자 주인공이 만난 여러(?) 연인들 중 실제로 별로인 여성(같이 바람을 피우는)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도 있었거든요. 그 둘(바람둥이와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의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계속 느꼈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남자로서 굉장히 별로인 걸 알면서도, 별로인 행동을 일부러 더 하는 모습이랄까(왜 구래 진짜ㅠㅠ). 저는 사실 아직도 결혼이라는 것에 뜻이 없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요. 평생을 함께하면서도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간직하며 산다는 그 느낌이, 여전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대를 기만하지는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튜닝샵에서 잠시 상주하며 일할 때, 그 당시 같이 일하던 형님이 31살쯤?으로 굉장히 쾌남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를 좋아했죠. 자유 연애 지상 주의자? 랄까요. 방금 지어낸 말인데 실제로 있는 말이군요. 여하튼, 그분은 남자친구가 있던, 결혼을 한 사람이던, 아무 상관없이 여성분을 만나더라고요. 그냥 관계를 끝내고, 서로 맞담배를 피며, 씩 말없이 웃는다는, 그런 얘기를 서스름없이 해주더라고요. 음. 저는 이런 사람을 만나고서는, 그보다 더한 사람이 있고, 더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조금은 더 자주 보며 살아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분이었나요...?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서도 '이게 가능하려면 남자 주인공이 진짜 정우성급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
아뇨! 정우성급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보자마자 감탄사가 흘러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분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누구에게든 잘 스며드는 장꾸 느낌의 귀여운 외모를 갖췄습니다. 그렇다고 장난에 있어서 선을 넘거나 그런 적은 거의 없었죠. 또 자발성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상주할 때 큰 조명을 달아야 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 작업이 누가봐도 다리 떨리는 작업이었어요. 사진으로도 남아있긴 한데, 여하튼 샵이 공장형이어서 층고가 굉장히 높았거든요. 그때 자기가 하겠다고 선뜻 나서서 작업을 잘 끝냈습니다. 지금은 부산에 내려가 창업했습니다.
참 신기해. 남의 꿈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만큼 재미없는 이야기가 없어."(14p)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전 남의 연애 이야기는 재미있던데... 특히 불륜... 이요... ^^;;;
호호. 불륜은 좀 재밌겠어요.
불륜 소재 단편을 한 편 쓰고 있습니다. 앤솔로지 수록작이라서 내년에 발표할 거 같아요. 쓰는 것도 재미있네요. 호호.
오모, 재밌을것 같아요.. 벌써부터 기대됩니당. 호호. 작가님 작품속 불륜남녀는 딱하고 애처롭고 이런거 없구 무지 현실적으로 그려서 글로 막 걔네들 두들겨 패줄것만 같은 느낌이예요.
구상은 있어서 대강의 줄거리는 출판사에 보냈어요. (쓰기만 하면 됩니다!) 딱하고 애처롭고 글로 두들겨 패줄 예정입니다. ^^
이제야 미세 좌절의 시대를 읽고 있어요. 오늘은 서문 마지막 문장이, 제 마음 같아서 좋았습니다. "부족한 저를 지켜주는 아내" 정말 그렇다고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와아아^ㅇ^)/(짝짝짝) 장작가님 멋져요오 -!♡
잘 패주겠습니다~. ^^;;;
"덕질이 본능일 수 있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는데, 불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처럼 비밀 댓글 기능 같은 거 있으면 좋겠)
불륜이야말로 본능일 거 같아요. 심지어 인류보다 역사가 오래된 본능일 거 같아요. 유인원 시절부터 있었던...
황혼에 물든 마을 변두리의 건널목과 어린 새처럼 소리치는 세 아이, 그리고 그 위로 어지럽게 떨어지는 선연한 귤의 빛깔... 이 모든 것이 기차 창밖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소녀는 어느새 내 앞자리로 돌아와 여전히 부르튼 뺨을 연둣빛 목도리에 묻으며 큼지막한 보따리를 든 손에 삼등석 표를 꼭 쥐고 있었다(귤, 47p)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 첫 번째 문장은 다른 분이 쓰셨군요. 이제 봤어요;;; 이번 소설 읽기 덕분에 분주하게 돌아가느라 무뎌진 일상 감각에 적당히 날을 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좋은 기분이에요. 천천히 속도 맞춰서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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