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갓파> 그 동안 갓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딱히 갓파를 다룬 이야기를 읽은 적이 없어 재미있는 갓파설화를 읽는다고 생각하며 좋아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우울해져 버렸습니다(또또!!). 아무 것도 없는 책상에 '꽃다발', 전집이라며 읽는 '전화번호부'..... 읽으면서는 인간 세계 시스템들에 대한 비판인가 하며 열심히 은유적 표현들을 찾아 읽었는데....에휴.. 정신병원에서의 작가 생각이 나 그저 슬픕니다.
40년 넘게 살면서 신기루를 한 번도 못 봤네요. 오로라도. 쌍무지개는 한번 봤습니다. 신기루를 읽으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참 젊은 작가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죽음의 이미지, 덧없음의 이미지가 계속 언급되지만 그 아래 있는 활력과 경쾌함이 감춰지지 않습니다. 너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생각도 했고,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보다 오래 살아서 작품을 더 썼다면 어떤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도 (비로소) 들었습니다.
비로소, 너무 멋진 말이에요. 비로소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이야기 측면에서, 반전에 무엇을 담는지가 작가의 정체성이자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희망"을 담는 이야기가 좋은데, 아무래도 학생들을 상대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긴 인생의 측면에서도 저는 반전을 좋아합니다. 기자가 (비로소) 소설가가 되고, 교사가 (비로소) 사업가가 되고, 문돌이가 (비로소) 학원 수학 강사가 되는, 그런 이야기 말이죠.
오, 생각 못했는데 이 단어가 정말 그렇게 멋진 말이네요. "헤어질 결심" 보다가 '마침내'가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와 흡사한 기분이에요. ^^
악! 저도 '비로소' 보면서 헤어질 결심 생각하고 있었는데...찌찌뽕
<갓파> 꽤 긴 단편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밌었습니다. 갓파들이 귀여웠고, 그들의 세계가 흥미로웠죠. 아마 흥미 포인트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 세계와 대비되는 포인트들 중에서는 종교가 흥미로웠어요. 인간계 교황급 존재인 갓파계의 생활교 장로가 아내에게 구박받는 모습이 지나치게 솔직한 갓파의 세계를 대표한다고 느꼈죠(아, 암컷들의 전략적 구애 행동도 있군요). 톡의 자살과 그가 남긴 말에 대한 주인공의 평가를 보면서는, 그 당시 아쿠타가와가 가진 자살에 대한 생각을 은연중에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단편을 읽기 전까지는, 저는 아쿠타가와가 자살에 대해 은근히 미화하고 있는 것 같다, 죽어야 작품이 불멸이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톡의 말대로 종교가 더 이상 의미가 없지만, 인생의 모든 것이 연극에 불과하지만, 아쿠타가와는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고, 친구들(갓파)이 있으니, 충분히 버틸 만하다, 라고 소설 끝에서 말해주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살했고, 죽음을 통해 일부 그의 작품이 불멸이 되었다고는 느낍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그가 노년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떤 작품을 썼을까, 새로운 기대감이 들기도 해요. 저에게 아직 게사와 모리토의 감정이 일부 남아있으니까요. 물론, 최근 무진기행을 읽고 난 후 김승옥씨의 노년을 살펴보면서, 역시나 예술가는 젊어서 역작을 남기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살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해변의 카프카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모두 작가가 50대 이후에 쓴 책이니까요.
저는 한번 세계문학전집에 올라온 작품들이 작가가 몇 살 때쯤 쓴 건지 심심풀이로 찾아본 적이 있어요. 대부분 50대 이후에 쓴 책이고, 젋어서 쓴 작품은 별로 없더라고요. 카뮈나 사강 정도...? 소설에 한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며, 그래서 신동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헉 <갓파>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는 학생 때 학교에서 틀어준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로 갓파를 접했고요.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부터 갓파 쿠를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이 단편 읽을 때도 갓파 쿠 이미지로 상상해서 읽었네요. 머리 접시에 물 주고 뭐 이런 이미지가 남아있었는데 소설에서도 보이니 반가웠고요. 잊고 살았는데도 좋은 느낌으로 바로 떠올라서 신기했어요. 소설은 삐딱한 유머 범벅으로 느꼈는데 무척 취향이었습니다 ㅎㅎ.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초등학생 ‘코이치’는 강가에서 신기한 모양의 돌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돌에서 환상의 동물 갓파가 깨어나고, ‘코이치’ 가족들은 그에게 ‘쿠’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다. 이렇게 한 식구가 된 그들은 즐겁고 신나는 여름날을 보낸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다녀야 하는 ‘쿠’는 갓파 친구들과 함께했던 자연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엄마를 겨우 설득한 ‘코이치’는 ‘쿠’와 함께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갓파 친구를 만나지 못한 채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이때, 오키나와에서 온 수상한 편지가 집으로 도착하는데…! 과연 ‘쿠’는 갓파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다만 제가 이상하게 여긴 건 아랫도리조차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백에게 왜 그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백은 몸을 젖히며 한참을 낄낄거리더니 오히려 "나는 가리는 당신이 이상한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3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뇨, 너무 우울해서 세상을 거꾸로 바라본 거예요.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네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바보는 항상 자기를 제외한 남들이 바보라고 믿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우리의 삶에 필요한 사상은 삼천 년 전에 이미 바닥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오래된 장작더미에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것뿐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물질적 욕망을 줄이는 게 반드시 평화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얻기 위해 정신적 욕망도 줄여야 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6-167,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아, 저는 어쩌면 좋죠? 쿠르르르, 쿠르르르(Qur-r-r-r, qur-r-r-r, 이건 갓파의 울음소리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7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신기루> 읽었습니다.. 그냥 묘한 느낌만 남고 내용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어요..
<꿈> 그래서...화자는 그 모델을 죽인건가요??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건 알겠는데, 그게 궁금하네요. 그저 꿈이었던건지..어느쪽이 현실인건지.
열린 결말인 거 같아요.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죽였다는 결말로 정해 버리면 장르가 추리소설이 돼서 재미없었을 거 같아요.
자, 떠나자. 속세를 벗어난 골짜기로. 바위는 험준하고, 산에서 흐르는 물은 맑고 약초 꽃은 향기로운 골짜기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 17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꿈> 보르헤스의 단편들이 생각나는 작품이었어요.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묘한 느낌 좋았습니다. 근데 정말 꿈에 색깔이 없나요? 전 단 한번도 흑백으로 꿈을 꿔 본 적이 없어요. 꿈에는 색깔이 없다는 얘길 들은 후엔 일부러 꿈에서 뭐가 무슨 색이었는지도 기억해내고요.
꿈에 색깔이 없다는 문장을 저는 어떻게 읽은 걸까요. @siouxsie 님 질문 보고, 오잉? 저런 문장이 있었나? 했습니다(분명 여러 번 읽었는데, 저는 대체 뭘 읽고 있는 걸까요, 흠). 아마 다들 몰입하는 포인트가 다른가 봐요(라고 핑계를 대봅니다). 저는 꿈의 색깔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마치 그동안 숨을 어떻게 쉬고 있었냐는 질문을 받은 것 같네요), 곰곰이 돌아보면 선명하게 기억되는 꿈들은 대체로 색깔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허둥지둥 쫓기거나 도망치거나 소리치면서 꿨던 악몽들은 무채색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 목소리가 안 나오는 꿈도 마찬가지. 오늘은 출근길이 고단하여 버스에서 잠들었는데(하차하는 정류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눈이 딱 떠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잘 때는 딱히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오늘에서야 '인식'했습니다(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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