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그는 그저 어스름 속에서 그날그날을 살아내고 있었다. 이를테면 날이 나간 얇은 칼을 지팡이 삼아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315, <어느 바보의 일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어느 바보의 일생> 읽었습니다. 소설 쓸 소재를 모아둔 느낌도 났고요. 벼락치기 중이라 다른 분들의 감상을 대충 훑어보고 읽게 됐는데, 의외로 전 잘 읽었습니다. 제가 지금 PMS 증상이 세게 밀려왔는데 회사에 있으려니 우울과 분노, 불온한 충동들이 뒤섞여 화자가 납득이 되더라고요. 크윽.. 예민하고 불안에 떨던 어떤 친구도 생각났고요. 일단 완독 성공한 게 뿌듯하고 그렇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먹어라, 교미하라, 왕성하게 살아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186p <갓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누구 내가 잠든 사이에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 줄 사람 없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277p <톱니바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저도 이 문장 인덱스 붙여놨어요! 흐흐.
<톱니바퀴> 톱니바퀴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 흐르는 느낌은 이 작가가 정말 정신적 문제에 평생을 괴롭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작년에 본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더 파더'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 상태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아....저런식으로 일상이 진행되면 폭력적이거나 무력해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톱니바퀴가 보인다면...게다가 잠깐 들었던 중절모 쓴 유령 얘기에 아닌 척 하지만, 화자는 분명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저 또한 동생과 대학 때부터 한방을 쓰기 전까지 각방을 쓸 때 무서워서 불을 켜고 잤었거든요. 지금도 자다 깨서 어떤 형체에 공포를 자주 느끼고, 불 꺼진 방에 문이 열려 있으면 소름이 끼쳐 잠이 확 달아납니다. 수건이나 옷이 걸려 있는 것에 대한 공포는 그것이 분명 귀신이 아닌 것을 아는데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마루로 나가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자다가 새벽녘이 되면 다시 방에 들어가 자고요. 거울을 보지 않으려는 행동도 너무 이해가 갔습니다. all right....전혀 괜찮지 않은데 말이죠. 244p 나는 갑자기 모든 게 나에게 적의를 갖고 있음을 느끼고 전차 선로 맞은편에 있는 어떤 카페로 피난하기로 했다. 이 부분이 정말 슬펐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더 파더나는 런던에서 평화롭게 삶을 보내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 속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뿐이다. 그런데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앤이 내 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앤이 내 딸이 맞기는 한 걸까?
<톱니바퀴> 처음에는 ‘뭐지? 또 유령인가?’했다가 ‘이 사람 모더니스트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모더니즘 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구요. 그래서 내용보다는 형식에 집중하면서 읽었습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선 소설가 ‘나’는 ‘레인코트를 입은 사내’의 환영을 봅니다. 그리고 머잖아 그는 화재를 내고 열차사고로 자살한 매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호텔에 머물며 ‘반투명색 톱니바퀴’에 시야가 가려지고 두통을 앓는 등 여러가지 신경증을 앓습니다. ‘나’가 읽는 책이나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연결고리없으며 의식의 흐름과 기억 또한 파편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불안과 공포,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죽음의 정서를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연이나 경험이 더해졌을 테지만 저는 이것을 사소설로 읽진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방하여 형식적 실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제 의식의 흐름도 제멋대로 흐르게 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네요. 이상, 내멋대로 읽기 였습니다. ㅎ
<어느 바보의 일생> 소설이라기보다 소설가가 쓴 일기장을 엿본 것 같았습니다. ‘그’라고 쓰여있지만 ‘나’라고 읽히면서… ‘자기변호’를 하지않고 객관적으로 삶을 반추하려는 작가의 시선도 느껴졌어요. 섬세한 문장과 밑줄 긋게 하는 아포리즘도 좋았구요. ‘33.영웅’에 인용된 러시아 시를 빌어 말하자면 류노스케는 역설적이게도 불안으로 열정을, 죽음으로 삶의 애정을 드러낸 작가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마지막엔 조금 숨차게 따라오긴 했지만 야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만나서 좋았고 다행이었습니다. 모두 홧팅하세요~~~^^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항 행복 속에서 살고 있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281p <어느 바보의 일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문장수집까지 오타...ㅜ.ㅜ
슬펑용.
나빵용
@siouxsie @장맥주 두 분의 대화 덕분에 웃음이 터졌잖앙용ㅋㅋㅋ 저도 이 문장 좋았어요. 불행한 행복이 모순적이지만, 그래서 더 인상 깊었답니다. @siouxsie 님이 이 문장 수집해 주신 것 보고 반가워서 저도! 라고 말하려 했는데, 자그맣게 보이는 오타에... 말하는 게 괜한 지적(?)이 될 것 같아 마음을 고이 접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수줍게) 자진고백해주셨네요.
아....제 손가락 두께 생각 안 하고 쿼티자판으로 바꾸면서 오타 요정이 돼 버렸어요. 앞으로 컴터로만 자판 쳐야지! 불끈
이게 저 진지하게 진짜 불만이 많은데요, 휴대폰 자판을 쿼티로 할까 천지인으로 할까 여러 번 고민했답니다. 빠르기는 쿼티가 빠른 거 같은데 오타가 엄청 나죠. 스마트폰을 휴대용 워드프로세서로 이용하고 싶은데 그게 되게 불편하고, ‘아, 이 물건은 글 쓰거나 읽으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구나, 사진 찍고 동영상 보는 용도가 우선이구나’ 하고 생각해요. 휴대폰에 연결할 수 있는 접이식 키보드도 오래 알아봤는데 다들 쓸 만한 물건이 못되더라고요. (혹시 쓸 만한 물건 아시면 알려주세요.) 태블릿 PC도 글쓰기에 썩 적합한 거 같지는 않고요. 이제 노트북이 점점 작아지고 있으니 몇 년 더 기다리면 글쓰기 괜찮은, 기계식 자판이 있는 물건이 드디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만.
오! 전 제 손가락과 노안만 탓하고 있었는데 역시 기술력 부족이 문제였군요. 근데 딱 만화책 단행본만한 작은 키보드를 예전에 만원 주고 산적이 있는데, 제가 손이 큰 편이라서 그런지 태블릿보다는 편해도 오므리고 써야 하더라고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허공에 키보드가 촤악 펼쳐지면 편해지려나요;;;; 타자감?이 없음 그것도 곤란한데 말이죠
저는 휴대폰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산 적이 있어요. 타자감? 타격감? 키감? 아무튼 기계의 자판을 누르는 감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연해 님 저도 그 감각 잃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자판 두드리는 속도를 휴대폰 디스플레이가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분당 200타 정도의 속도로 치는데 이게 화면에 엄청 느리게 나오는 거예요. 휴대폰의 CPU 문제인지 아니면 블루투스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쓰고 있자면 고혈압 걸릴 거 같더라고요. 대단한 기술적 난관이 있는 건 아닐 텐데, 휴대폰 제조회사들이 그런 문제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서 ‘이 기계는 생산을 위한 게 아니다’ 하고 결론 내렸습니다. p. s. 마이너리티에 나오는 키보드 같은 제품이 이미 나오긴 했더라고요. 그런데 답답해서 못 쓸 거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btt2ABJ-ZwY&t=3s
@siouxsie @장맥주 와, 저 이 대화도 너무 좋아요! 두 분 모두 타자감을 이렇게까지 신경 쓰신다는 게! 저도 그렇거든요. 근데 아무 데서나 말을 못 해요. 누가 들으면 막 엄청 대단한 글을 쓴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근데 제가 핸드폰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타자감이라(유독 버벅거림이 심한 핸드폰 기종도 있었거든요). 최신기기 관심은 전혀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꽤 예민해요. 그래서 말씀하신 쿼티는 써보지 않았고, 늘 천지인으로 쓰고 있습니다. 오타감이나 버벅거림이 심할 때는 키보드 어플도 이것저것 깔아보고 비교해가면서 몰입할 때도 있었고, 최근에 핸드폰을 바꿨는데 폴더폰을 살까, 폴더폰을 사면 이게 좀 나아지려나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장작가님 말씀처럼, 저는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 다니면서 핸드폰에 연결해 써본 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더 버벅거리고, 대중교통에서는 쓸 수가 없어 다시 당근에 팔았습니다(흑흑). 태블릿 PC로도 종종 쓰는데, 태블릿 자체로 쓰지 않고, 키보드 형식의 커버를 사용해서 쓰곤 해요(이건 나름 괜찮더라고요). 하지만 탭 자체가 안드로이드다보니 노트북과 달라서, 아무래도 무적의 타자는 노트북이 짱인 것 같습니다(아니 이 표현 너무 촌스러운걸). 근데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도 8년째 쓰다 보니 슬슬 수명이 다해가는 느낌이에요. 제 하찮은(?) 재능 중 하나가 오타 찾기인데(정작 제 글에서는 오타를 잘 못 찾는다는 게 함정), 책을 읽을 때도 의도치 않게 오타가 눈에 잘 띄는데, 찾은 내용은 정리해서 출판사에 메일로 꼭 전달해 줘요. 재쇄할 경우 반영되면 더 완성도 높은 책이 될 테니까요. 약간 병적으로 찾아내는 경향이 있어 친구들과의 일상 대화에서도 오타에 꽤 민감한 편인데, 이제는 그나마 누그러진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 교정도 몇 번 했었답니다. 하지만 그믐에서 오타를 여러 번 냈었기 때문에 면목이 없습니다(연애할 때도 종종 걸림돌이 되고요). 그나저나 타자감(과 오타) 너무 중요합니다! 꺅, 이 대화 가능한 사람들 만났어! 대박!!! (이 표현도 좀)
아니 @연해 님 그렇게 마음 접으셨다고 말씀하시면 지적하며 놀린 저는 뭐가 되나요! (버럭)
저능 괭창아요 @연해 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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