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김새섬 대표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 가격은 아닐 텐데..." 하네요. (그런데 김새섬 대표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명품을 사본 적이 없습니다. 옷이건 가방이건 액세서리건.)
그런 거 입으면 강도 당할까봐 무서울 거 같은데 ㄷㄷ 사서 입는 분들은 늘 철통같은 수비 속에 사시는 분들이겠죠...? ㄷㄷㄷ
털이 좀 붙어 있던데 한 가닥에 만원씩이었나 봐요. 예전에 어떤 시트콤에서 명품가방 닳면 안 된다고 지수원 씨가 까만 봉지에 가방 넣어 가지고 다니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ㅎㅎ 제 동생도 팔자에 없는 명품가방을 제부한테 졸라 선물 받더니 손잡이 부분만 까매져서 "이런 가방은 차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문까지만 잠깐씩 들고 다니라고 만든 거라 너처럼 대중교통 이용하며 계속 들고 다니면 이렇게 된다."라고 놀린 적 있어요. 얼른 까만 봉지에 넣으라며....ㅎㅎ
오, 저는 이 브랜드도 처음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가격이 무섭네요. 이 가격이면 제가 들고 다니는 가방을 대체 몇 개를 살 수 있... (허허) 그들이 사는 세상은 제가 사는 세상과는 많이 다른 듯 합니다. 동생분의 일화도 웃으며 읽었습니다. 저도 대중교통만 타고 다니는 뚜벅이라 더더 편한 가방에 손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보통 들고 다니는 가방은 약 500개 정도 살 수 있겠네요 ㅎㅎ
으앗ㅋㅋㅋ @siouxsie 님, 읽자마자 웃음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저도요, 저도! 오늘 들고온 가방이 만원도 안 하는 가방인데, 그 이상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헷).
둘 다 짧아도 여운이 남는 글이었어요. 귤이 좀 더 좋았고요. 늪지는 1919년작인걸 모르면 지금 이야기라해도 모르겠더군요.
완독을 못해도 완독 파티에 갈 생각으로 모임에 참여했는데, 완독 파티 갈 생각에 모임에 글을 남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괜한 헛소리는 아닐까, 이불킥할 소리 써 놓으면 삭제도 못하는데... 첫 작품의 소재가 하필 짝사랑과 불륜이라 할 얘기 잔뜩인 걸 댓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저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ㅜ.ㅜ <귤>과 <늪지> 두 편 다 좋았습니다. 짧은 글임에도 한 두 문장으로 몰입이 되고 읽은 후 여운이 남았습니다. 귤에서는 이등석에 앉은 나와 소녀가 한바탕 소란이 나려나 조마조마했는데, 창 밖으로 귤 던지는 장면을 보며 왠지모를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늪지는 그림에 대한 묘사가 참 좋았습니다. 마치 그 그림을 직접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걸작입니다'를 읽는데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갱년기라 사소한 것에도 울컥해 그런것도 같지만, 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글이 참 좋습니다. 사실, 장작가님 책에 직접 싸인받고 싶어 알지도 못하는 일본작가의 책을 두 권 구입했는데, 비욘드님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보냅니다.
<늪지> 그림 비평에 탈을 쓴 동료 예술가에 대한 위로 주인공과 기자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평가했습니다. 주인공은 그림 내부로 들어가 화자의 마음으로 그림을 체험했고, 기자는 그림 외부에만 머무르며 화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시류)의 시선으로 그림을 평가했죠. 세 번쯤 읽었을 때, 주인공과 기자와의 관계 넘어, 그림을 그린 화자의 관점에서 이 작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매끈한 진흙탕에 발을 담기는 모습을 연상하고, 그 위에 울창한 풀과 나무들을 마음으로 그려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해석한바, 매끈한 진흙탕은 예술가들의 초조하고 불안하며 우울한 내면의 세계를, 그 위에 노랗게 채색된 갈대, 포플러, 무화과나무는 동료 예술가들을 상징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진정한 예술가는 송연한 마음을 품은 채, 세계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자들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어스름한 하늘과 물 사이에 자리한 축축한 황토 빛 갈대가, 포플러가, 무화과나무가 자연 그 자체를 보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살아 있었다. - 55p” 동료 예술가라고 했으니, 풀과 나무의 정체를 굳이 사람으로 빗대 보자면, 갈대는 유연하기 때문에 같은 면도 다르게 보는 시인들을, 포플러는 간결하고 빠르게 자라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단편을 쓰는 작가들, 무화과나무는 오랜 시간 기다려야 열매를 맺기에 장편을 쓰는 작가를 비유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걸작에 대한 기준, 예술의 주관성, 예술가의 죽음에 대한 보수 등의 해석이 떠오르지만, 더 나아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제 시작점이 틀려먹었을 수도 있으니까.
<귤> 아차! 하는 마음 위에 미소를 피워준 이야기였습니다. 다 읽고, 앞으로 이런 단편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 동시에 늦었지만 어렸을 때 이런 단편을 많이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 대해 무 자르듯 낙인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하루키의 말이 생각납니다. 소설가는 결과를 끝까지 보류하는 사람이라고. 흠.. 뱉어 보니 하루키였는지, 줄리언 반스였는지 헷갈리네요. 물론 소설가는 아니지만 결과를 미룬다는 것 자체가, 현재 저에게도 좋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소설가는 결과를 끝까지 보류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정말 멋집니다. 저도 그런 점을 닮고 싶어요. 저는 대체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 고리를 떨치기 어렵더라고요. 관계 또한 마찬가지로, 보류하는 관계를 견디지 못 합니다. 끊어내든지 계속 이어가든지(덕분에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란 참 어려운 문제인데, 나이를 먹어도 이 부분은 쉽게 유연해지지가 않네요. 내로님의 글을 읽고 생각이 또 깊어집니다. 마침 밖에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오늘이 휴가이기도 해서 생각할 여유가 많은 날이라 편안하네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더욱 멋있는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전 <귤>과 <늪지> 읽으면서 하루키 소설들이 떠올랐어요. 그냥, 내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무심히 흘러 갈 수 있는 별것도 아닌것 같은 상황속에서 감정을 툭! 건드려놓은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게 뭐지? 싶었다가 다시 보면..아!!! 하게되는..그러나 그 '아!!' 를 못느끼면 그냥 밍밍한 어느 일상 한순간의 기록이 되어버리는...
저는 뒤에 나오는 「신기루」와 「꿈」을 읽으면서 하루키 단편들을 떠올렸어요. 특히 『1인칭 단수』에 수록된 「크림」 같은 작품들을 떠올렸습니다. 이상한 쓸쓸함, 몽환성 같은 것들이 닮았습니다.
<귤> 권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모든 게 허무해지고 기쁨도, 슬픔도 없는 진공상태에 저 역시 몇 번 빠져봤던 터라 -별다른 사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자가 단박에 이해됐어요.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하고 섬세한 문장 덕분일 수도 있구요. 다만 소녀가 동생들에게 귤을 던져주는 대목에서는 화자처럼 환한 감정이 일지 않았어요. 이후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소녀에게 ‘귤’은 강요당하는 노동, 희생, 책임, 차별 같은 건 아닐지… K 장녀처럼 여전히 ‘악전고투’ 중일지도… 어쩌면 소녀도 ‘고단함과 권태를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고, 초라하고, 지루한 인생’을 느낄 것 같아서 귤 한알 까서 나눠먹고 싶네요. 저도 한쪽 정도는 먹어야 하는 상태라… 흑흑 ㅠ
<늪지> 예나 지금이나, 또 어느 사회나 ‘꼭 있을’ 법한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유행이나 시류에 민감한 미술기자보다 당당하고 소신있는 화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정도? 어차피 진정한 예술가는 몇 없을 테니까요. ㅎㅎ 이 작품이 진부하고 작위적으로 여겨진 건, 예나 지금이나 예술계나 정치판이나 그 어디에나… 꼭 있고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은… 한결같이 반복되는 구도 때문은 아닌지. 제 감상과 바람도 진부하고 작위적이네요. 에효~
<늪지> 제목의 영향을 받은 감상인데요. 자신만의 기준에 닿으려고 허우적거리는 창작자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하나 떠오른 질문은, 어쩌다가 처절함이나 괴로움이 예술적 뛰어남과 연관되는 이미지로 달라 붙었을까? 이고요. 삶이 행복하면 뭔가 파고들려는 동력이 적으니까 그만큼 깊이가 안 나오는 건지.
<귤> 기차든 자동차든 지하철이든 뭔가 타고 이동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보통은 혼자 이것 저것 생각하니까 주변 사람이 그냥 배경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어떨 때는 내 안으로 파고들지 않고 주변을 가만히 관찰하게 될 때가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의외로 꽤 많은 걸 알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배경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다가와요. 저 사람도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구나. 무슨 약속일까. 등등. 이 단편을 읽으면서 소녀가 귤 던질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창문 열어서 매연 들어오게 했을 땐 그냥 불편한 방해물 같았는데 말이에요. 어디로 가는 걸까. 동생들은 왜 남아 있는 걸까. 등등.
<귤> 이 작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비뚫어진 것인가. 징글징글하게 인간혐오에 빠져 있어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나도 그렇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며 갑자기 소름이 끼쳤습니다. 내가 저 작가의 상황이었으면 그야말로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는.... 자꾸 책을 읽는 이유도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눈에 들어 오는 모든 것, 생각나는 모든 것에 대해 이런 추저분한 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였다는 걸요. 갑자기 소녀에게 미안해집니다.
너무 일찍 주목 받아서 그런 걸까요? 그 시대 최고의 작가가 '점' 찍은 자이니.... 글을 쓸 때 마다 "나는 그 정도가 아닌데....." 하며 번뇌하고, 그러다 말씀하신 자기 혐오에 빠진 걸까요? 되려 그 감정을 글에 투영하는... 그 결과인 단편들을 우리가 읽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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