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갓파> 꽤 긴 단편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밌었습니다. 갓파들이 귀여웠고, 그들의 세계가 흥미로웠죠. 아마 흥미 포인트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 세계와 대비되는 포인트들 중에서는 종교가 흥미로웠어요. 인간계 교황급 존재인 갓파계의 생활교 장로가 아내에게 구박받는 모습이 지나치게 솔직한 갓파의 세계를 대표한다고 느꼈죠(아, 암컷들의 전략적 구애 행동도 있군요). 톡의 자살과 그가 남긴 말에 대한 주인공의 평가를 보면서는, 그 당시 아쿠타가와가 가진 자살에 대한 생각을 은연중에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단편을 읽기 전까지는, 저는 아쿠타가와가 자살에 대해 은근히 미화하고 있는 것 같다, 죽어야 작품이 불멸이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톡의 말대로 종교가 더 이상 의미가 없지만, 인생의 모든 것이 연극에 불과하지만, 아쿠타가와는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고, 친구들(갓파)이 있으니, 충분히 버틸 만하다, 라고 소설 끝에서 말해주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살했고, 죽음을 통해 일부 그의 작품이 불멸이 되었다고는 느낍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그가 노년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떤 작품을 썼을까, 새로운 기대감이 들기도 해요. 저에게 아직 게사와 모리토의 감정이 일부 남아있으니까요. 물론, 최근 무진기행을 읽고 난 후 김승옥씨의 노년을 살펴보면서, 역시나 예술가는 젊어서 역작을 남기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살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해변의 카프카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모두 작가가 50대 이후에 쓴 책이니까요.
저는 한번 세계문학전집에 올라온 작품들이 작가가 몇 살 때쯤 쓴 건지 심심풀이로 찾아본 적이 있어요. 대부분 50대 이후에 쓴 책이고, 젋어서 쓴 작품은 별로 없더라고요. 카뮈나 사강 정도...? 소설에 한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며, 그래서 신동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헉 <갓파>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는 학생 때 학교에서 틀어준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로 갓파를 접했고요.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부터 갓파 쿠를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이 단편 읽을 때도 갓파 쿠 이미지로 상상해서 읽었네요. 머리 접시에 물 주고 뭐 이런 이미지가 남아있었는데 소설에서도 보이니 반가웠고요. 잊고 살았는데도 좋은 느낌으로 바로 떠올라서 신기했어요. 소설은 삐딱한 유머 범벅으로 느꼈는데 무척 취향이었습니다 ㅎㅎ.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초등학생 ‘코이치’는 강가에서 신기한 모양의 돌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돌에서 환상의 동물 갓파가 깨어나고, ‘코이치’ 가족들은 그에게 ‘쿠’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다. 이렇게 한 식구가 된 그들은 즐겁고 신나는 여름날을 보낸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다녀야 하는 ‘쿠’는 갓파 친구들과 함께했던 자연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엄마를 겨우 설득한 ‘코이치’는 ‘쿠’와 함께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갓파 친구를 만나지 못한 채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이때, 오키나와에서 온 수상한 편지가 집으로 도착하는데…! 과연 ‘쿠’는 갓파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다만 제가 이상하게 여긴 건 아랫도리조차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백에게 왜 그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백은 몸을 젖히며 한참을 낄낄거리더니 오히려 "나는 가리는 당신이 이상한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3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뇨, 너무 우울해서 세상을 거꾸로 바라본 거예요.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네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바보는 항상 자기를 제외한 남들이 바보라고 믿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우리의 삶에 필요한 사상은 삼천 년 전에 이미 바닥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오래된 장작더미에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것뿐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물질적 욕망을 줄이는 게 반드시 평화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얻기 위해 정신적 욕망도 줄여야 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66-167,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아, 저는 어쩌면 좋죠? 쿠르르르, 쿠르르르(Qur-r-r-r, qur-r-r-r, 이건 갓파의 울음소리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7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신기루> 읽었습니다.. 그냥 묘한 느낌만 남고 내용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어요..
<꿈> 그래서...화자는 그 모델을 죽인건가요??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건 알겠는데, 그게 궁금하네요. 그저 꿈이었던건지..어느쪽이 현실인건지.
열린 결말인 거 같아요.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죽였다는 결말로 정해 버리면 장르가 추리소설이 돼서 재미없었을 거 같아요.
자, 떠나자. 속세를 벗어난 골짜기로. 바위는 험준하고, 산에서 흐르는 물은 맑고 약초 꽃은 향기로운 골짜기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 17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꿈> 보르헤스의 단편들이 생각나는 작품이었어요.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묘한 느낌 좋았습니다. 근데 정말 꿈에 색깔이 없나요? 전 단 한번도 흑백으로 꿈을 꿔 본 적이 없어요. 꿈에는 색깔이 없다는 얘길 들은 후엔 일부러 꿈에서 뭐가 무슨 색이었는지도 기억해내고요.
꿈에 색깔이 없다는 문장을 저는 어떻게 읽은 걸까요. @siouxsie 님 질문 보고, 오잉? 저런 문장이 있었나? 했습니다(분명 여러 번 읽었는데, 저는 대체 뭘 읽고 있는 걸까요, 흠). 아마 다들 몰입하는 포인트가 다른가 봐요(라고 핑계를 대봅니다). 저는 꿈의 색깔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마치 그동안 숨을 어떻게 쉬고 있었냐는 질문을 받은 것 같네요), 곰곰이 돌아보면 선명하게 기억되는 꿈들은 대체로 색깔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허둥지둥 쫓기거나 도망치거나 소리치면서 꿨던 악몽들은 무채색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 목소리가 안 나오는 꿈도 마찬가지. 오늘은 출근길이 고단하여 버스에서 잠들었는데(하차하는 정류장에서는 기가 막히게 눈이 딱 떠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잘 때는 딱히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오늘에서야 '인식'했습니다(머쓱).
꿈에 색깔이 없다는 건 어디서 들은 거고, 이 작품 처음 부분에 '색채가 있는 꿈을 꾸는 건 불건전하다는 증거다'라는 문장이 있어서 갑자기 저 생각이 났던 거예요. ^^ 지금은 책이 없어서 인터넷에 있는 원본 보고 그냥 직역한 거라 한국어는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모르겠는데(너무 일본어적 표현이라 영 어색해요!), 뭐 '속'은 불건전할지 모르나 '겉생활'은 완전 건전하게 살고 있어서 이것도 그냥 썰인걸로 하렵니다. ^^;;
앗, 그렇군요! 제가 놓친 건가 싶었어요. 그렇다면 다행히도 저는 책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것이니 다시 안심해 봅니다(휴우).
저도 꿈을 늘 총천연색으로 꿔요. 그리고 맥주 많이 마시는 거 말고는 적어도 겉으로는 완전히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화자가 들은 신빙성 없는 썰인가 봐요.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로 된 꿈을 꾼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요.)
안 비밀인데, 컬러 꿈을 박진감 있게 꾸는 사람들이 머리가 좋대요! 쉿!!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신 분들이 느끼는 세상이 궁금하긴 했어요.
컬러 꿈을 뒤숭숭하게 꾸는데... 뒤숭숭한 것도 박진감에 들어가나요? ㅎㅎㅎ 시각장애인들이 꾸는 꿈은 이렇다고 하네요. 악몽도 꾸신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UW9pm9w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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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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