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앞서 말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가 다시금 떠올랐는데요. 그 영화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야만 그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거든요. 설정이 비슷해서 일본의 정서는 대체로 이런 공통의 감각이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늙은 갓파를 보면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떠올랐고요. 쿠액이라는 감탄사도 귀여웠는데, 저도 이 말 자주 쓰는 것 같아요. 더 정확히는 '우엑!'이나 '꾸엑!' 등 다양한 버전이 가능한데요. 놀라거나 당황하면 육성으로 종종 터져 나옵니다(동작도 있음). 그리고 등장인물 중에 랩이라는 학생이 가장 좋았어요. 다만 암컷 갓파가 마음에 드는 수컷 갓파를 발견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쫓아가 잡는다는 점이 무섭고 불쾌했습니다. 성별을 막론하고, 상대가 싫다는데도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로 쫓아오는 사람들은 다 무서운 것 같거든요. 그래서 랩이 자신도 찍혔다고 말했을 때, 제가 다 속상했어요(도망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80세의 외모를 가진 아기 벤자민 버튼이 태어난다. 사랑하는 아내가 벤자민을 낳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분노와 아이의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경악한 벤자민의 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놀란 하우스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린다. 놀란 하우스에서 일하는 퀴니에게 발견된 벤자민. 퀴니를 엄마로,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친구로 살아가는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12살이 되어 60대 외형을 가지게 된 벤자민은 어느 날, 할머니를 찾아온 6살의 어린 데이지를 만난다. 그리고 데이지의 푸른 눈동자를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다.
저는 너무 재미있게 낄낄거리며 읽었어요. 걸리버 여행기 4부가 떠올랐는데 애초에 조너선 스위프트처럼 정교한 구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한 문장 쓰고 다음 문장 또 써서 완성한 소설 아닐까 싶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당시 일본 사회를 통렬히 풍자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냥 아무렇게나 쓴 소설 아닐까, 이 작가 그런데 유머 감각 마음에 드는데’ 하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가 이 작품을 쓰고 나서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고 결국 두 번째 시도에서 세상을 떠났음을 떠올리면 제가 뭔가 심각하게 잘못 읽은 거 같기는 합니다만.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를 적지 않게 접해서인지 갓파는 그다지 낯설지 않았어요. 한국 도깨비도 일본 갓파(캇파)도 얼마 전에 조영주 작가님이 쓴 『캇파의 머리 접시』를 읽었던 터라 더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이쪽도 유쾌합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 온 캇파가 경복궁 경회루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쓴 소설 아닐까'라는 문장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근데 한 문장 쓰고 다음 문장 또 써서 완성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는 말씀에는 고개가 끄덕여져요. 재미있게 읽었지만 저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쓰고 나서 자살 시도를 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은... 하, 너무 슬프네요.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있는 모습도 다시금 떠오르고요. 여러모로 암시적입니다. 오, 다들 갓파를 알고 계시다는 게(심지어 과자도 있고 말이죠) 놀랍습니다(저만 몰랐나 봐요). 조영주 작가님의 소설에도 등장했었군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아, 이 작품을 쓰고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군요. 그 사실을 모르고, 저는 또 자의적인 해석을 해버린 것 같군요. 저는 이 소설이 자살의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여하튼 작가의 현실과 비교해서 작품을 해석하면, 작품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다시 비어 장의 글을 읽으니, "자살 시도를 두 번하고, 세상을 떠났다라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 비어 장의 상상이군요? (아닌가...이것마저 자의적인 해석...) 여하튼 저는 갓파?라는 것이 처음이었고, 아직 이미지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뭔가 포켓몬 중 (등껍질이 없는) 꼬북이 이미지가 생각납니다.
이 작품 쓰고 자살 시도 두 번 하고 두 번째에 성공해서 세상을 떠난 건 제 상상이 아니라 실제 맞습니다. 그리고 갓파랑 꼬부기랑 닮았습니다. ^^
하지만 출산을 할 때 남편은 전화라도 하듯 산모의 생식기에 입을 대고 "이 세상에 태어날지 말지 잘 생각한 뒤에 대답해라."라고 큰 소리로 묻습니다. (중략) 그러자 산모의 배 속 아이는 다소 조심스러워하듯 작은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무엇보다 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정신병만으로도 힘들어요. 게다가 저는 갓파라는 존재를 악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132,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세상에... 제 마음을 아쿠타가와가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었을까요. 인간은 왜 태어날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봐주지 않을까요?
오, 저도 이 문장 좋았어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은 듭니다. 부모님은 왜 우리에게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을...(할 수가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번 단편에서 이 대목을 읽고는 쓰고 싶은 글이 생겨버렸답니다. 개인적인 상념을 끄적이는 정도겠지만요.
글을 쓰시게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
안 물어보고 태어나게 해서 그렇게 미치도록 싸우나 봐요;;;; (제 이야기입니다...자녀와 온화하고 우아하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시는 분들은 아닌 걸로) 저도 저 문장 읽고 '인간에게도 그런 능력을 주셨어야죠!'라며 누군지 모를 초월자에게 마음속으로 외쳐 보았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저는 자녀 경험(?)밖에 없어서 어떤 말도 조심스럽네요. 그저 @siouxsie 님의 솔직한 고백에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함께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물어볼 수도 없고, 대답할 수도 없는 슬픈 이야기(흑흑).
근데 박터지게 싸워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잘 자라 주어 너무 감사하고요 ^^
비록 박 터지게(?) 싸우더라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잘 자라 주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정말 감동적입니다. 제 마음에도 온기가 퍼지는 것 같아요. @siouxsie 님의 자녀분도 같은 마음이실 거라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뒤에서 샤워하고 와서 깨댕이 벗고 '난 묵찌빠로 유학까지 갔다왔단 사실~' 이런 이상한 노래 부르고 있네요 허허허
결국 아이가 죽음을 선택한거잖아요. 아쿠타가와의 생에 대한 관점(죽음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이 매우 유쾌하게 잘 표현되었다고 느꼈어요. 확실히 작가는 자기가 경험하는 세계를 작품에 반영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정신병이 있는 부모 슬하에 태어난 걸 내내 후회했을 작가의 마음이 담긴 내용이기도 할 것 같네요 ㅎ
인간과 사회를 콕콕 찌르는 상황과 말들이 많이 나와서 오~~ 하고 놀라면서 읽은 작품이에요!
<갓파>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모든 작품에 본인이 출연하고 있구나'하는 거였습니다. 그동안 읽은 그의 모든 단편 작품의 주제의식이 동일하게 느껴져서, 이 작가는 자기를 떠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을 갓파들이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낮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두세 마리가 함께 찾아오는 건 달이 뜬 밤'이라는 내용에 많이 놀랐습니다. 많은 정신증들이 해가 지는 시간 이후 심해지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작가는 정신증을 심하게 앓았던 걸까 궁금했습니다. <신기루>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애매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한여름 밤 공유되는 괴담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만 가진 짧은 이야기로 보였습니다.
엇, 저도요. <신기루>는 읽으면서 제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으스스하기도 하고요. 이번 단편에도 꿈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이 작가는 꿈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몽롱한 분위기랄까요.
'모든 작품에 본인이 출연하고 있구나.' 저도 좀 그렇게 느꼈어요. 자꾸 하루키 이야기를 해서 민망한데 하루키도 모든 작품에 본인이 출연하는 대표적인 소설가라고 봅니다. 정신증이 일몰 이후에 심해지는 거군요. 막상 저는 아쿠타가와 단편들을 읽으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있어도 글 쓴 저자에 대해서는 밝고 단정한 청년의 이미지를 떠올렸거든요. 실제 그의 삶을 생각해보면 기분이 이상해지네요. (제가 첫인상 틀리기로도 유명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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