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저는 사실 처음 읽을 때 @내로 님의 해석처럼 ‘비웃음의 마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이 정말 묵직한 한 방이라고 감탄했고요. 그런데 다른 번역서를 찾아보니 나이토 조소의 심정으로 쓴 거였네요. 여전히 ‘나는 기실 이때만큼 이런 비웃음의 심정이 밀려드는 걸 실감한 적이 없었다.’가 더 멋있는 거 같긴 한데요. ^^;;;
맞아요. 작가의 본래 의도보다 독자가 새롭게 발견해낸 의미가 더 와닿고 멋진 경우가 이렇게 종종 있는것 같아요! :D @연해 님 말씀처럼 함께읽기를 하면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수 있는게 너무 좋아요. 작품 외의 엉뚱한 얘기들도 재밌구요 ㅎㅎ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래요. 다양한 의견도, 다양한 생각도 다 너무 재미있답니다. 꼬리처럼 이어지는 엉뚱한 이야기들도 애정하고요. 가끔 너무 먼 곳으로 가면 돌아올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ㅋ) 그게 다 책의 매력 같기도 해요. 리딩크루의 순기능:)
앗, 저도 이 부분 아리송했습니다.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인지. 근데 둘 다 말이 돼서 더 혼란. 시인 조소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저는 후자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내로 님과 @토끼풀b 님의 의견도 흥미롭네요.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활발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니 읽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점귀부> 한없이 솔직한 주인공에게 거북함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서. 사실 점귀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죽은 자 중에 추가하고 싶은 사람을 적는 노트라니. 데스노트처럼 용도가 명확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은 자신의 점귀부에 부모님과 누나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3명이 묻힌 무덤 앞에서 과연 누가 더 행복했나? 라고 질문하죠.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기실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더 나아가 ‘아지랑이여 무덤 밖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하이쿠를 인용하며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고백했죠. 자신은 희미하게 무덤 밖에 있을 뿐. 사실 밑바닥까지 솔직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뭐랄까요. 각 장면에서 연출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저에게 과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표현해야겠어요?’라고 묻고 싶었죠. 그럼에도 물을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사람과 자신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며, 언제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실제로 선택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주인공이 좀 많이 무섭습니다ㅠㅠ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이제는 느낀대로 정직하게 쓰려고 해요.) <점귀부, 꿈> 글자가 눈으로 들어오긴 하는데 머리에는 남지 않는 기분이 계속 들었어요. 무슨 감정인지 뭘 묘사한 건지 못 느꼈어요. 약간의 기이함과 몽환적인 분위기 말고는요.
전 서평이나 글에 내용 쓰시는 분들이 제일 신기합니다. 어떻게 기억해서 그렇게 세세하게 쓰시는지~ 전 역시 책을 허투루 읽는 거 같아요 ㅎㅎㅎ
감상은 자유로울 때 더 좋은 것 같아요. 읽는 이의 마음도 편하고요. 저도 어떤 장면은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박히지만, 또 어떤 장면은 저 부분을 읽을 때 졸면서 읽었나 싶을 정도로 읽은 기억조차 안 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하하). '느낀대로 정직하게 쓰려고 해요'라는 @ㅅㅅㅈ 님 문장에 제 마음이 다 편안해집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아서 얼떨떨 하네요. 다들 감사합니다.
저도 <점귀부> 특히 그랬습니다. 일단 읽고 그믐 들어왔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 지금 '어느 바보의 일생' 읽고 있는데, 딱 도리님 기분이에요;;;; 끝에 뭔가 있기를 바라며.....
<신들의 미소> 디오니소스의 바카날까지 나오는 것은 천주교 입장에서 이교도의 상징이겠죠? 어디를 가든 변화는 일어나는 것이고, 이집트>그리스>로마로 가면서도 신화가 변화를 겪었듯 일본에 가서도 서양문화는 변할 거라 생각해요. 비단 종교뿐만도 아니고요. 저희가 받아들인 각종 종교들도 한국화된 거 아닌가유? 중국, 한국도 외국에서 들여와 자국화 시킨 거 많잖아요. 중국인들은 다 한자화 시켜 버리고, 한국인은 여러 나라 글자체계를 모아 한글 만들어 바리고... 별 특별한 것도 아닌데 참 특별하게 쓰셨네요 근데 별 내용 아닌데 문체가 참 묘~~해서 매력적이에요.
내 어머니는 광인이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89p,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점귀부> 사소설이라 그런지 애잔하게 읽혔어요. 더군다나 가족의 죽음이라니… 슬픔에 미쳐버린 엄마,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누나, 애증의 존재였던 아버지, 그들의 죽음을 차례로 떠올리면서 류노스케는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 일생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엄마와 누나는 결핍과 두려움의 본질이고 이기적이고 속된 아버지도 껍데기일 뿐, 버팀목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잊고 싶다는 건 그만큼 아프다는 증거니까. 류노스케의 조심스러운 고백 속에서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던 작품이었구요. ‘죽은 사람에게 붙여주는 이름’이나 ‘그것을 적는 장부’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제 마음속에 있는 점귀부도 넘겨보고 싶었던 여름, 주말 밤이었습니다.
@리타73 의 글을 읽고, 주인공의 외로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들을 기억한다는 것 자체로 커다란 고통이었겠구나. 그래서 잊고 싶다고 말하죠. 그런데 굳이 점귀부에 세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기록한 주인공의 의도가 참 묘연합니다.
<꿈> 예술가소설은 내면의 파동을 좇는 재미가 있어요. 현실과 충돌하면서 서사가 확장되는 작품도 있지만 <꿈>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놓인 화자의 내적갈등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델에게 야만적이고 섬뜩한 아름다움을 느꼈던 화자가 황소와 마주치면서 도살자, 즉 죽음을 떠올리고 점점 옥죄여오는 위압감과 두려움은 어쩌면 무의식을 ‘태막’처럼 감싸고 있는 의식, 혹은 위선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술이 지닌 생명력을 목졸라 죽여버리고 싶다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은 아닐지… 그러면서 화자가 죽인 건 ‘불건전한 꿈’이었는지 ‘내가 조금도 알지 못하는 시간’ 속으로 한발을 내딛게 한 동력이었는지, 아니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분명한 건 예술은 어렵다는 것, 불안, 우울, 두려움 너머 쾌감이 느껴지는 그 심연에 도달하기에는 더더욱. 단순하면서 복잡하고, 당연하면서 어렵고… 그러다보니 중언부언한 것 같네요. 어쨌거나, 류노스케의 심미적인 시선과 예술가적인 고뇌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위에서 소설들 당연히 한번밖에 안 읽는다고 써놓고는 「꿈」은 세 번이나 읽었어요. 좋아서가 아니고 뭐라고 감상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처음에는 그냥 괴담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리타73 님 글을 읽고 나서, 예술가 소설로 한번 더 읽었습니다. 저는 전부터 여성 누드를 그리는 남성 화가의 이야기가 이중으로 불편했어요.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약자인 사람이 옷을 벗고 자신에 대한 해석을 일방적으로 맡겨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애초에 여성 누드가 아름답다는 말에도 잘 동의를 못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예술 핑계 대고 관음증 해소하려는 목적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어요. 「꿈」에서 화자인 화가와 모델 사이에는 이상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남성 화가와 여성 누드 모델 사이의 위계에도 불구하고 모델 쪽이 만만치 않아서입니다. 모델은 ‘묘한 압박감’과 ‘야만적인 힘’, 그리고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밀리는 건 화가 쪽입니다. 화가의 ‘우울은 점점 깊어졌고’ 모델의 ‘위압감은 더욱더 강해져만’ 갑니다. 급기야 화가는 꿈에서 모델을 목 졸라 죽이는데, 독자는 화가가 적어도 무의식적으로 모델에 대해 살의를 품었다는 정도로 그 사건을 해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그 모델은 사라졌고, 화가는 자기가 현실 속에 있는지 꿈 속에 있는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저는 그냥 투박하게 ‘이 화가가 모델 진짜 죽인 거 아냐? 이 자식 이거 정신질환 있는 놈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도 <꿈>은 화가의 시선이 관음증 같아서 불쾌했습니다. 모델의 신체를 표현하는 서술에서 일본 AV 영상 같은 불쾌한 느낌이 떠올라서 한숨 쉬었어요. 전 모델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 야만적이다, 섬뜩하다 갖다 붙이는 것 같아서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 여성은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되는 건가 한숨이 나왔고요. 아니나 다를까 또 죽이길래 <게사와 모리토> 생각이 났네요.
이런 평가는 아쿠타가와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걸까요? 제 소설에 "개 같은 놈"이라는 문구가 나오면 2124년에 동물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그건 그냥 감수해야 하는 일인 걸까요?
맥주님 답글 읽고 나니 제가 소설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남긴 것 같네요. 이후에 남겨주신 감상처럼, 글이 현대적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지금 쓰인 책이라고 느끼고 분노한 것 같아서 머쓱해졌습니다. 그리고 예시로 들어주신 "개 같은 놈" 문구 하나로 비판 받는 건 문제 같은데요... 그런데 소설에서 개의 성적인 부위를 눈으로 핥듯이 묘사가 쓰이고 별 이유 없이(그치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죠) 개를 목 졸라 죽이고.. 뭐 이런 내용이면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마음이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타당한가, 작가와 세상이 무조건 납득해야 하는 일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위에 리타님처럼 예술가 소설로 읽는 사람도 있고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알 수 있을 거고... 그런데 그러면 이런 비판은 일절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면 또 거기에도 반발심이 생깁니다. 참 모르겠네요;;; 일단 저는 성적으로 빈번하게 활용되는 여성의 몸과 무기력하게 죽는 여성이 당연하게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게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그 이야기들이 여성의 그런 삶을 종용하고 납득시키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잣대로 문학 전체를 제한 시키는 건 아닌 것 같고 영;;;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갈팡질팡 쓰면서 예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에 윤리성을 고려해야 하는가?에 하나의 정답이 없고 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지할 줄 알아야겠다 생각도 들었네요. 어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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