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1> 혼자 읽어볼게요.

D-29
주말에는 코딜리어가 전화를 건다. 그녀는 말한다. "네가 시내에 빠졌는지 몰랐어. 기다리지 않아서 미안해. 네가 우리 바로 뒤에 따라오는 줄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정확하며 외운 것을 읊는 듯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고양이 눈 1 p.34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인 겁쟁이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것은 공기가 나를 받쳐 주리라고 믿으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공기는 나를 받쳐 준다. 나는 코딜리어의 말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그녀의 말대로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감히 우리를 무시하고 가 버리다니. 당장 이리 돌아와!" 코딜리어가 뒤에서 소리친다. 나는 이제 그녀가 하는 말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것은 모방이며 연기일 뿐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놀이다. 내가 개선해야 할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언제나 놀이였으며, 나는 속임을 당한 것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그들에게만큼이나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고양이 눈 1 p.34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인 겁쟁이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것은 공기가 나를 받쳐 주리라고 믿으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
고양이 눈 1 p.34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는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나도 몇 번씩 절벽에서 뛰어내렸지. 그리고 공기가 나를 받쳐 줬다.
나는 계속해서 걷는다. 대담함과 현기증이 느껴진다. 그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아니며 심지어 친구도 아니다. 나를 그들에게 붙들어 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자유롭다. 그들은 날 따라오면서 내가 걷는 방식에 대해, 내가 뒤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비판한다. 뒤돌아서면 그들이 나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건방진 것! 건방진 것!" 그들이 외친다. 나는 그 속에서 증오뿐 아니라 필요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들에게 무관심하다. 내 안에는 단단하고 투명한 무엇이, 유리로 된 핵 같은 것이 존재한다. 나는 감초를 먹으며 길을 건너 계속 걷는다.
고양이 눈 1 p.3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대담함과 현기증이 느끼진다는 부분, 증오 뿐 아니라 필요를 들을 수 있다는 부분. 마거릿 애티우드... 진짜 멋지잖아...? 북클럽에서 거장은 거장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는데 인정이다. 어떤 작가를 무척 찬양하는 태도를 볼 때 살짝 경계하는 편인데 이건 찬양 안할 수가 없다...
그레이스와 코딜리어와 캐럴은 내 삶의 언저리를 서성거리며 나를 꾀려 하고, 조롱한다. 그들의 존재는 날이 갈수록 더 흐릿해지며 점점 더 실체가 없어진다. 나는 그들에게 귀를 거의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고양이 눈 1 p.3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다 읽었다. 초반 120p까지 였나. 코딜리어도 안나오고 시점은 자꾸 바뀌고. 체력은 모자라 집중력은 떨어지고... 보다 졸다를 반복하며 겨우 꾸역꾸역 읽었다. 북클럽 아니었으면 나 혼자선 절대 못 읽었을 듯. 다 읽고 표시한 부분 메모하면서 보니 더 좋다. 벽돌책이 벽돌책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좀 느꼈다. 어제 동물권 독립 영화를 봤다. <마우스>. 30분 짜리 영화를 보면서 많이 버겁고 부담스러웠다. 영상 매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 하는 게 무척 적나라해서 30분이 참 힘들었는데. 소설은 역시 좀 낫다. 든든하다. 아 근데 물론 이 책도 읽는 중에는 영 꺼림칙했지만 말이다. (책 읽다가 잤더니 기분 나쁜 꿈을 꿨더라지.) 그래도 1권이 흥미롭게 끝나서 2권을 읽을 힘이 난다. 2권도 열심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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