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우리가 제시하는 기준과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공기 중에 스며들어 작가들이 일할 때 숨 쉬는 대기의 일부를 이룬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45p,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정말이지 독서에 관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아무 조언도 따르지 말고 자신의 본능에 따라,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자신의 결론에 이르라는 것뿐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모시모시 완전히 동의하는 말이면서도, 그동안 독서를 통해 얼마나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고 자신의 결론에 이르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제 아이에게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독서를 경험하도록 충분히 기다리며 함께 하지 못했던 것도 아쉽구요.
아. 맞아요. 아이 이야기 하시니 정말 공감가네요.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않고 독후활동이라는 명목하에 너무 숙제하듯이 독서를 시키고있지 않나 반성하게 되요.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어떤 목표에 이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그 자체로 좋아서 하는 일들, 그 자체가 목적인 즐거움들이 있지 않은가?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울프는 취향을 "우리 전 존재로 충격을 보내는 감각 신경"으로 정의하는군요. (p.43) 취향은, "우리의 주된 광원"이자, "시간이 가다보면 우리의 취향을 길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도" 있고, "읽기를 그치고 살아 있는 세계의 다양성이나 부조화로 눈을 돌리면, 우리의 취향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것"이고, "이제 우리 취향은 그리 탐욕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사색적"이 되고, "취향을 길잡이 삼아, 특정한 책을 넘어 책들을 한데 묶어 주는 성질들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 글의 핵심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은 독서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설명하는 내용 같습니다. - 전반부: 작품이 주는 인상들을 고도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이는 것 우리가 책에서 온전한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면, 이 절반은 다른 절반으로 완성되어야 함. - 후반부: 판단하기, 비교하기, 재빨리 모여드는 무수한 인상들에 마음을 활짝 열기 "모든 책을 그 분야의 최고와 비교하기로 하자." (참 무서운 말이었음)
@서울외계인 예. 우리가 '그들의 판단이 우리 자신의 판단과 드잡이하여 승리할 때 비로소 그들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여 그 고단함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그저 그 자체로 좋아서 하는 일들, 그 자체가 목적인 즐거움들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독서야말로 그중 하나가 아닌가?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4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오늘치 꽤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는데 여기서 전 그냥 '울컥'해버린 마지막 문단을 고르겠어요. 책이 쫙 펴지질 않아 좀 짜증스러운 점 말곤 어제까지(?)와 다른 느낌입니다. 덕분에 끝까지 잘 갈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표지 접는 선에 맞춰서 펼쳤더니 꽤 불편해서 그냥 쫙 펼쳤습니다. 제본 튼튼하네요.
우리는 독자로 남아야 한다. 굳이 비평가라는 저 드문 존재들에게 속하는 그 이상의 영광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 (중략) 그리고 그 영향력은-제대로 교육되고 힘차고 개인적이고 진실하기만 하다면-비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큰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울프가 비평가들을 참 점잖고 품위있게 무시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예일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일본인 작가 미즈무라 미나에水村美苗 선생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적"이라는 글에서, "일본에서 '근대문학'이라는 용어가 19세기 중반 이후 제도적인 서구화의 흐름 속에서 동시대 또는 서구 소설을 모델로 삼아 창작되기 시작한 작품들을 지칭"하며, 이처럼 일본을 포함하는 비서구권의 '근대문학'이란 곧 문학의 단절, 또는 문화의 상실을 의미한다는 데 주목합니다. 반면, 영문학이나 프랑스 문학 같은 서구 문학에서 말하는 '근대문학'이란, 크게 보아서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쓰여진 고전문학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구어' 또는 각자의 '지역어'로 창작되기 시작한 문학을 가리키며, 서구문학의 충격을 통한 단절을 경험한 '동아시아 근대문학'과 달리 어떤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日本語が亡びるとき: 英語の世紀の中で』, (増補), ちくま文庫, 2015年, p.278) 더구나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는 일본보다도 더 여러 단계의 '단절'을 거쳤기 때문에, 서구 관점의 '근대문학'과 우리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더욱 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단절 없는 역사'에 대한 감각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고, 왠지 서글픈? 또는 답답한? 마음이 드네요. ㅎㅎ
아하. 중요한 지적이네요. 특히 한국의 "여러 단계의 '단절'"은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한국문학사의 시대 구분에 관한 논의가 많았고, 김윤식·김현의 《한국문학사》가 논쟁적이었던 것로 기억합니다.
눈팅으로 먼저 참여하겠습니다. ^^
예,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셋째 날] 〈현대 소설〉 (1925) 이 글은 '유물론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웰스 씨, 베넷 씨, 골즈위디 씨)을 비판하며 시작합니다. 그들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들의 소설을 다 읽고나면 '도대체 이럴만한 가치가 있나?', '요컨대 뭐가 어쨌다는 건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삶, 정신, 진실, 리얼리티 등으로 불리는) "본질적인 것"을 담으려는, 항상 실패하는 시도. "이 다양한, 알려지지 않고 한정 지어지지 않은 정신을 가능한 한 외적이고 이질적인 것이 섞이지 않게끔 전달하는 것이 소설가의 직무".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연재중인) 《율리시스》. (선망해 마지않는 《율리시스》가 연재중인 시기였다니 새삼 재밌네요.) "우리가 유물론자라고 부른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조이스 씨는 정신적이다.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머릿속에서 깜빡이는 내밀한 불꽃의 명멸을 드러내려한다." "그것을 간직하기 위해 부차적이라 여겨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 무시해 버린다." "작가로 하여금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게 하는 한,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소설가의 의도에 다가가게 하는 한, 어떤 방법도 옳고 모든 방법이 옳다. 이런 방법은 우리가 기꺼이 삶 그 자체라 부를 태세가 되어 있는 것에 다가가게 해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작가는 자신의 관심이 더 이상 〈이것〉이 아니라 〈저것〉이라고, 오직 〈저것〉으로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소설에 걸맞은 재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소설에 적합한 재료이다." 이 글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책담화〉 팟캐스트도 권해드립니다(이미 많이 들으셨겠지만). https://www.podbean.com/ew/pb-vn5kw-163a225
(…)러시아 정신의 결론들은 어쩌면 불가피하게 극도의 슬픔을 수반한다.(…)그것은 대답이 없다는 느낌, 삶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오직 질문의 연속일 뿐이며 그 질문은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울려 퍼질 것만 같다는 느낌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현대 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울프의 러시아문학론은 제 속을 들여다본 것 같아서 놀라고 반가웠어요. 도스토예프스키 전작주의 중인 모임에 타전하고 싶은 문장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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