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우리'? 갑자기? 울프와 내가 우리? 독자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작가의 기술?
물론 그런 의도도 있겠지만, 영어권에서는 'I'를 쓰면 너무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느껴진다고, 객관적인 표현을 위해 'we'를 쓰는 관례가 있더라구요. 특히 논문, 에세이, 학술적인 글 등 많은 글에서 그렇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다 읽은 소설을 한숨 ㅜ시며 내려놓을 때 가장 끈질기게 떠오르는 질문은 <도대체 이럴 만한 가치가 있나?>, <요컨대 뭐가 어쨌다는 건가?> 하는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만약 내가 작가인데 독자가 내 책을 읽고 이런 말을 하면 엄청나게 상처받을 것 같아요.ㅋㅋ
작가가 애타게 찾은 '삶'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이 새롭게 떠오르는.
울프는 그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삶이라 부르든 정신이라 부르든 진실 혹은 리얼리티라 부르든 간에, 이것은, 이 본질적인 것"(p.52)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찾으려는 (계속 실패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죠.
예시로 든 체호프의 <구세프>는 2024년의 독자인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너무나도 단편소설 그 자체같은데... 이 책이 쓰인 당시의 감각으로는 다르게 느껴졌나봐요.
영국 소설과 러시아 소설의 비교가 재미있었어요. 마침 지금 <죄와 벌>을 읽고 있어서 더 재밌네요. <죄와 벌>을 다 읽고 나면 영국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 관련 연표를 보니,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에서 ‘World's Classic series'를 출간하기 시작한 시기가 1901년이고, 1912년 경부터 체호프(1860-1904)나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 같은 러시아 문학의 영어 번역본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Gusev는 1918년에 콘스탄스 가넷(Constance Garnett, 1861-1946)이라는 작가의 영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고전 시대부터 영어권 근대 문학으로 이어지는 흐름만을 알고 있던 영국의 작가나 독자들에게, 다른 언어권의 동시대 문학을 처음 접하게 되는 새로운 기회가 이제 막 시작되던 때였던 듯 합니다.
만일 소설의 기법이라는 것이 살아서 우리 가운데 있다면, 분명 우리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영예롭게 할 뿐 아니라 파괴하고 괴롭혀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젊음은 새로워지고 그녀의 주권은 확립될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여기서 소설의 기법이 '그녀'로 지칭되는 이유가 궁금해요.
남녀 관계에서, 당시의 인식으로는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여자의 포지션"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요.
저는 '뮤즈(Muse)' 여신을 떠올리며 쓴 것 아닐까 (무책임하게) 추측해봅니다.
오후 외근이 야근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라 이동 중 밀리로 읽었습니다. 역시 종이책 집중도가.... 저한테 울프에 대한 선입견이 꽤 있었나 봐요. '아니, 이렇게 밀도 높게 소설을 바라본(쓴) 사람이었다고?, 의식의 흐름이란 건 대체 뭔데.' 했어요. 영국 소설과 러시아 소설의 비교가 흥미진진했고, 러시아 소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만...) 잠깐 들었네요. '정신'에 한없이 집중한 작가 같아요.
러시아 소설에 대해 좋은 말만 해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대부분 대작들이라 엄두는 잘 안나지만요.
어떤 장르의 문법으로서 '형식'이 현실을 그 '내용'으로 담을 그릇으로서 자리를 잡았다가, 그 '형식'이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면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현실을 담기 위한 모색을 하고, 그를 통해 또다른 '형식'이 자리를 잡는 과정의 반복이 문예사조의 역사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요? 삶이란, "규칙적으로 배열된 일련의 마차 등이 아니라 빛무리이며, 의식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반투명한 외피"이기에, 소설이란 장르가 삶이라고 담아 온 것이 저급한 '유물론적' 현실임을 비판하고 삶의 정신적인 면, '의식'과 '심리적 현실'을 담아내야 함을 역설하는 글로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조이스의 시도가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혁명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강조점은 너무나 엉뚱한 데 놓여 있어서 처음에는 강조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눈이 어스름에 익숙해져서 방 안의 물건들을 분간하게 되면, 그제야 그 이야기가 얼마나 완벽한가, 얼마나 심오한가, 그의 비전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알게 된다. (...) 단편소설이란 모름지기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배운 우리로서는 도대체 이 모호하고 딱히 결말이랄 것도 없는 작품을 단편소설이라 해야 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체호프를 예시로 들었지만, 현재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거의 모든 단편소설들에 대한 정확한 특징 묘사인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모호하고 딱히 결말이랄 것도 없는 작품" 이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형태가 얼마나 새로운 것이었을지도 새삼 짐작해 봅니다. 전 장인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읽었던 독서법에 대한 내용도 연관지어서 생각해 보게 되네요.
역시나 체호프를 포함한 러시아 문학을 읽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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