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미국 통계이긴하지만,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독서율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한국은 와이파이도 잘 되고 게임 강국이고 아이돌도 많고 즐길 것은 더 많고... 그래도 출판사는 계속 생기고 책은 꾸준히 출간되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독자로서 성숙해 가다 보면 단것에 물려서 소고기나 양고기처럼 실속 있는 것을 찾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흥미로운 책, 어려운 책, 역사, 전기, 시를요. 소설이 꼭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내 말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은 책을 읽게 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자기 책을 소유한다면 읽는 것에 더해질 기쁨도 알게 되리라는 거예요.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25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정신은 그렇게 단련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기도 하지만요.
울프에 관한 이런저런 내용들을 찾아 보다가, 비교적 최근에 울프의 종교적, 신학적 면모에 주목한 두 권의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던) 하버드 신학대 스테파니 폴셀 교수와, 영국 성공회 사제이기도 한 리즈 트리니티 대학의 제인 드게이 교수는 출신 지역이나 종교 분파는 다르지만 모두 신학에 초점을 두고 문학을 공부하는 여성 연구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지 사항은 맨 아래 첨부했습니다.) 옥스퍼드 출신의 피터 브라운 선생 자서전("Journeys of the mind", 2023)을 보면, 옥스퍼드 학부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야 처음으로 여학생 입학을 허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영국에서 여성들을 위한 대학이나 교육기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울프도 종종 강조했듯) 여성이나 노동자의 교육에는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바탕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민지 시기도 포함해) 근대화 과정에서 영국에서처럼 투표권이 제한되거나 교육 기회를 금지당하는 식의 여성에 대한 제도적 억압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반면, 오히려 일상 속에 남아서 전해져 온 조선시대 관습들이 ‘제도의 틀’ 밖에서 (상당 부분 지금까지도) 정서적 억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어서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하는 이야기는 아님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울프의 에세이와 관련 연구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당대의 지식인들이 일반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말’을 건네며 ‘배움’을 촉구하려는 절실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서 더 생각해 보고 읽어볼 주제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Stephanie Paulsell, "RELIGION AROUND VIRGINIA WOOLF", THE PENN STATE UNIVERSITY PRESS, 2021. https://www.psupress.org/books/titles/978-0-271-08487-9.html Jane de Gay, "Virginia Woolf and Christian Culture", Edinburgh University Press, 2018. https://www.literaturecambridge.co.uk/news/de-gay
이번에 읽은 울프의 책에서는 종교적, 신학적 측면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다른 작품들에서는 또다른 면모들이 있나보군요. 한 작가로부터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다니, 진정 한 작가는 하나의 세계인가 봅니다. 저도 세계를 만들고 싶네요.
이번 독서모임을 마치며 제 소회를 뉴스레터에 정리해보았습니다. https://seoulalien.substack.com/p/588 좋은 책으로 즐거운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첫날 인용글 한번 올려 보고 그에 따른 답변 한 번 하고, 내내 이른 바 눈팅만 했습니다. 그 까닭이야 이곳의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제 문제가 가장 크겠습니다만, 마지막날이니 이런 곳을 경험한 작은 감상을 남깁니다. 아무래도 인용글 중심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가장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글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문장을 읽고 난 단편적 소감이나 주변적 생각들이 글타래로 산발적으로 이어지니 이게 어느 맥락에서 나온 얘기인지 이해를 못하고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 소감들이나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주변적인 이야기가 재미없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익명의 웹의 독서토론(토의?)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원래 이런지 어쩐지 궁금하긴 한데, 이곳의 게시글 올라오는 방식, 글타래(?)가 단절적으로 툭툭 던져지는 것이 당최 어디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 껴들 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웹 게시판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니와, 어딘가에 글을 올리다는 게 영 부담스럽기도 해서 그렇다고 나름 자위성 정리를 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흔히 페미니스트의 성자 쯤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페미니스트 정도로 가두기엔 생각의 폭과 깊이가 남다른, 뛰어난 문학가로 여겨졌습니다. 좋은 책을 읽을 계기가 된 점은 참으로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이곳의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1인으로서... 같은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데요, 한가지 팁(?)을 공유드리자면 저는 '채팅' 모드를 '게시판' 모드로 바꿔서 보니 그나마 좀 낫더라고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실수도 있겠지만요...
예, 어떤 느낌이셨을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에도 썼지만, 저도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열심히 참여해야지 다짐했었는데..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ㅠㅠ 거의 대부분 눈팅만 하게 되어 한편 즐거웠지만 또 아쉽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후원자와 크로커스 까지만 읽고 멈춘 상태입니다. 늦었지만 시간 되는대로 나머지 두편 다 읽고, 또 다른 산문집도 꾸준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그동안 머릿속에 갖고 있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이미지 (저 역시 페미니즘 관련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더랬습니다) 그 이상의 깊이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버지니아 울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페미니즘이었더랬죠.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이 얇은 책 하나만 읽었을 뿐인데 알게 되었습니다. 또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독서모임 전용 플랫폼이라는 형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특별한 인터페이스?를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그냥 댓글이 이어지는 방식일 뿐이어서 아쉬움이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메모장 느낌으로 이런저런 포스팅을 해 보았지만, 별도로 카테고리 분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문의 메모를 올리는 일이 사실 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기회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버지니아 울프가 출연했던 1937년 BBC 라디오 방송을 일부 들어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합니다. 20세기 전반기 런던 스타일 지식인의 목소리를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160324-the-only-surviving-recording-of-virginia-woolf
와. 귀한 자료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확실히 지금의 라디오 방송과는 많이 다르군요. @yoonshun 님과 한 공간에서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저도 다음 기회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덕분에 울프의 육성을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상상했던 목소리와 다를까봐 못 듣고 있었어요. 진작 들을걸 그랬네요. 덕분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울프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분량을 정한 시간대에 꼼꼼히 읽으려던 목표는 못 지켰지만요. 기대했던 것보다 불편한 곳이긴 한데 여기든 다른 데든 다시 모임을 여신다면 한 번 더 참여해보고 싶네요.
바쁘신 와중에도 꾸준히 읽으신 것 같던데요. 저도 덕분에 힘내서 읽었어요. 첫술에 배부르냐라는 생각도 드는데, 뭔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고 싶네요.
마음만 굴뚝 같고 참여를 못해서 많이 아쉬운 마음이 됩니다. 얼마 전에 다시 the hours 영화를 보면서 버지니아 울프 역을 했던 배우가 제가 알던 그 배우 느낌이 아니어서 몰입하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그녀의 실제 음성도 듣게 되고 많은 걸 뒤 늦게 깨달으며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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