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인생은 짧으니 자신은 '시간의 세례'를 받은 작품들을 읽겠다던 <노르웨이의 숲>의 나가사와 선배가 생각나네요. 어렸을 때 '시간의 세례'가 참 멋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세월의 연금술' 이란 표현도 참 와닿습니다.
하루키 소설 중 제대로 읽은 것은 《노르웨이의 숲》밖에 없네요. 요즘 쇼펜하우어의 책이 계속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던데, 그건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OOO' → OOO에 들어갈 말을 찾으세요.
저도 이 문장 읽을 때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났었는데 반가워요. 저는 오히려 어릴 때 고전을 읽지 않았어서,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도 왜 고전을 탐닉한다고 하는지 그 마음을 이해 못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새로운 작가들이 시도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옛 작가들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 못지않게, 새로운 책들을 탐사함으로써 더욱 날카로워진 눈으로 옛 작가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자기 자신을 포함해 어떤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선, 멀리 보기와 가까이 보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기 등이 모두 필요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울프의 말처럼, 위대한 작가도 당대엔 탁월했을지언정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훌륭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 중에는 어떤 것들이 1, 2 백년 후에도 고전으로 남을지 궁금해집니다.
[둘째 날]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1932) 각주에 나와있듯이 이 글은 울프가 1926년(44세)에 헤이스코트 여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6년 후 대폭 수정하여 《보통 독자》 제2권(1932, 50세)에 실은 글입니다. 글 앞부분에서는 독서 일반에 관해 얘기하다가 뒷부분으로 가서는 "독서란 실로 복잡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듯이 얘기합니다. 그리고 독서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설명하는데, 울프가 책 읽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책 읽기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취향"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도 흥미롭네요.
독서에 관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아무 조언도 따르지 말고 자신의 본능에 따라,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자신의 결론에 이르라는 것뿐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그래서 책 선물을 받아도 그저 그렇고 책을 선물하는 일은 특히 삼가는 편입니다만, 책에 달린 주석과 각주들이 가리키는 책들을 선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책이 책을 불러서 선택할 땐 대체로 흡족한 적이 꽤 있었어요.
〈저들에게는 상이 필요 없어. 여기서 그들에게 더 줄 게 없어. 저들은 책 읽기를 사랑해 왔으니 말이야.〉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4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젊음이 지나간다는 징후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인간 존재들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그들과의 동지애가 싹트기 시작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서울외계인 님 덕분에 여러번의 시도 끝에 다시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게 되네요. ㅎㅎ 많이 부족한탓에 여전히 어려운 글이지만 첫 글부터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저도 @디노 님 덕분입니다. ㅎㅎ
우리가 제시하는 기준과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공기 중에 스며들어 작가들이 일할 때 숨 쉬는 대기의 일부를 이룬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45p,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정말이지 독서에 관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아무 조언도 따르지 말고 자신의 본능에 따라,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자신의 결론에 이르라는 것뿐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모시모시 완전히 동의하는 말이면서도, 그동안 독서를 통해 얼마나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고 자신의 결론에 이르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제 아이에게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독서를 경험하도록 충분히 기다리며 함께 하지 못했던 것도 아쉽구요.
아. 맞아요. 아이 이야기 하시니 정말 공감가네요.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않고 독후활동이라는 명목하에 너무 숙제하듯이 독서를 시키고있지 않나 반성하게 되요.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어떤 목표에 이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그 자체로 좋아서 하는 일들, 그 자체가 목적인 즐거움들이 있지 않은가?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울프는 취향을 "우리 전 존재로 충격을 보내는 감각 신경"으로 정의하는군요. (p.43) 취향은, "우리의 주된 광원"이자, "시간이 가다보면 우리의 취향을 길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도" 있고, "읽기를 그치고 살아 있는 세계의 다양성이나 부조화로 눈을 돌리면, 우리의 취향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것"이고, "이제 우리 취향은 그리 탐욕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사색적"이 되고, "취향을 길잡이 삼아, 특정한 책을 넘어 책들을 한데 묶어 주는 성질들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 글의 핵심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은 독서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설명하는 내용 같습니다. - 전반부: 작품이 주는 인상들을 고도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이는 것 우리가 책에서 온전한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면, 이 절반은 다른 절반으로 완성되어야 함. - 후반부: 판단하기, 비교하기, 재빨리 모여드는 무수한 인상들에 마음을 활짝 열기 "모든 책을 그 분야의 최고와 비교하기로 하자." (참 무서운 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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