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D-29
형식은 무제한입니다.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셔도 좋고, 인용구를 남기셔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아요.
"수를 놓으면 어떤 색으로?" 수염 난 사람이 진지하게 물었다. "비단을 살 때는 하얀 비단, 실을 살 때는 은실, 금실이지요. 사라지려 하는 무지개 실, 밤과 낮의 경계인 황혼의 실, 물론 사랑의 색, 원한의 색도 있겠지요?" 여자가 말하더니 눈을 들어 도코노마의 장식 기둥을 보았다. 시름을 녹여 빚은 구슬은 세찬 불길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서늘했다. 시름의 색은 본디 검은 색이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73, 「하룻밤」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모든 것을 말끔히 잊은 여자는 자신이 아름다운 눈과 머릿결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한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수염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또 다른 한 남자는 수염이 없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들은 태평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83, 「하룻밤」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인생을 쓴 것일 뿐 소설을 쓴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왜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잠들었을까?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졸렸기 때문이리라.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84, 「하룻밤」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길목 막기는 그 당시 기사들이 행하던 관습이다. 한 기사가 좁은 길을 막아선 뒤 그 길목을 지나가는 기사에게 싸움을 건다. 두 사람의 창끝이 휘고 말과 말의 코끝이 만나는 순간, 버티지 못하고 안장에서 떨어지는 쪽은 그 관문을 무사히 넘어갈 수 없다. 갑옷, 투구, 말 등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다. 길을 막아선 기사는 무사의 이름을 빌린 산적이나 다름없다. 기한은 30일, 기사는 길옆의 나무에 자신의 깃발을 꽂아 펄럭이게 하고서는 나팔을 불며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기다린다. 기한인 30일을 채울 때까지. 간혹 그가 마음속으로 꿈꿔오던 미인과 함께 기다리기도 한다. 만일 그 길목을 지나려는 귀부인이 있다면 개수일촉鎧袖一觸, 즉 어떤 상대든 가뿐히 물리칠 만큼 실력이 출중한 기사의 보호를 받으며 관문을 빠져나가야 한다. 경호하는 기사는 길을 막아서는 기사와 반드시 창술을 겨룬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한 여성조차 지나갈 수 없다. 1449년에 '버건디의 사생아'라는 한 뛰어난 기사가 라 벨 자르댕La belle Jardin이라는 길을 30일 동안 무사히 지켰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이 사생아와 함께 30일간 기거한 미인은 유감스럽게도 '청순한 순례자'라고만 알려졌을 뿐 이름은 알 수 없다. ……방패 이야기의 배경은 바로 이 시대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230-231, 「환영의 방패」 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무릇 세상에 고통스러운 일이 아무리 많다지만 무료만큼 고통스러울까. 숱한 세월을 허구한 날 같은 생각만 하며 보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다. 멀쩡한 육신이 보이지 않는 포승줄에 묶인 채 꼼짝달싹할 수 없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다. 삶이란 활동하는 것이건만 이 활동을 억압당한 채 살아야 한다면 삶의 의미를 빼앗긴 것과 같으며,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자각할수록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볼 뿐이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216, 「런던탑」 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누군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장난을 친다면 처음에는 웃어넘길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또다시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면 어떨까? 미소는 사라지고 얼굴을 찡그릴 것이다. 서너 번 더 같은 장난을 치면 필시 발끈하며 일어서서 그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친 장난은 처음에 했던 장난과 똑같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웃어넘기다가 나중에는 얼굴을 찡그리고 결국 그 사람을 두드려 팬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이토록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그 장난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애초 맥베스는 덧없는 세상의 대범한 위인은 아니다. 빼어나게 용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리를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아둔패기다. 그러므로 늘 유령을 향한 두려움과 분노 사이에서 방황한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p.322,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SOAK과 함께 <코스모스> 읽고 미국 현지 NASA 탐방까지!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오늘날, 한국은?
🤬👺《극한 갈등: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출간 전 독서모임![서평단 모집] 음모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 투여하는 치료제! 『숫자 한국』[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
책을 들어요! 👂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Nina의 해외에서 혼자 읽기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위화의 [인생]강석경 작가의 [툰드라]한 강 작가의 소설집 [여수의 사랑]
⏰ 그믐 라이브 채팅 : 12월 10일 (수) 저녁 7시, 저자 최구실 작가와 함께!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비문학 모임 후기를 모았습니다
[독서모임 아름 비문학 모임 8기 1회] 2025년 9월, 크리스틴 로젠, <경험의 멸종> 모임 후기[독서모임 아름 비문학 모임 8기 2회] 2025년 10월,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모임 후기[비문학 모임 8기 3회] 2025년 11월, 파코 칼보,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모임 후기
중화문학도서관을 아시나요?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2월의 책 <엑스>, 도널드 웨스트레이, 오픈하우스[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1월의 책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9월의 책 <옐로페이스>, R.F.쿠앙, 문학사상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나의 인생책을 소개합니다
[인생책 5문5답] 47. 이자연 에디터[인생책 5문5답] 39. 레몬레몬[인생책 5문5답] 18.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인생책 5문5답] 44. Why I write
AI 함께 읽어요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