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직 책 극초반만 읽고 일정이 밀린 상태인데요. 일단 책을 제대로 읽기 전인, 지금 갖고 있는 공감에 대해서 주절주절 떠들어볼게요.
⑴ 팟캐스트에서 <소녀는 따로 자란다>의 안담 작가님이 누군가의 공감능력이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방해한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공감은 아마 즉각적인 정서적 공감을 말하는 것 같아요. 타인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청자가 즉각적인 공감을 해버려서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기의 경험을 안 말하면 못 견디는 현상을 말씀하셨어요. 듣는데 완전 공감(정서적 공감!?)되더라고요. 이런 공감은 대화에서 타인의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나'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 같고요.
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회사에서 부장님이 저한테 괜히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요. 제가 대답을 하는 와중에 "맞지, 맞지, 아니 나는~" 으로 제 말은 하나도 안 듣고 말하는 중간에 끊고 들어오세요. 그게 자주 열 받아서 공감이 되었답니다. 아무튼 안담 작가님은 그래서 내 이야기를 마저 이어서 듣게 하려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웃기게 말해서 상대방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한다고 그랬네요. (안담 작가님이 스탠딩 코미디도 하시더라고요.)
⑵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을 그믐에서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아직 제대로는 절반 밖에 못 읽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서 코끼리와 기수라는 비유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거대한 코끼리가(감정)이고 그 위에서 앉아서 코끼리가 가는 데로 논리를 만드는 게 기수(이성)이라고 했어요. 이 부분을 읽고, 아,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보다 그 사람의 코끼리가 나를 볼 수 있도록, 나를 좋아하게 하는 게 먼저구나! 생각했는데요. 여기서 약간 사담을 하자면, 제가 사람이 어떻게 변화 하는 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아요. 누군가를 설득하고 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싶은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유별나다는 말을 듣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해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와서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듯 한데요. 아무튼 제가 변화했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바뀌고 그런 것 같거든요? (ex. 조나단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난민에 대해서 관심이 생김) 그런데 이건 정서적은 공감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정서적인 공감의 폐해를 보면 마냥 좋은 쪽으로 가는 건 아닌 거 같고요. 어떻게 인지적인 공감을 활용해서 누군가를 설득 시킬 수 있을지, 제가 성미가 급해서 조급한 마음에 빨리 공감을 취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에 반응한 건지...충분한 시간 및 인내가 포인트일까요? 이런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이 책을 읽으면서 찾고 싶네요.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D-29

도리
바다출판사
1. 생각해 보니 즉각적인 정서적 공감으로 나도, 나도 그런 적 있는데! 하고 말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공감을 막는다는 점에서 공감의 역설이 발생하네요.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그냥 들어주는 것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인지적 공감의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 코끼리의 힘이 너무나 강력해서 어떤 사람을 설득할 때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적 동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 그럴듯 한데도 어떤 방법으로 그럴 수 있지? 하는 의문과 정말 이성은 합리화에 불과할까,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이 역할을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이 책의 저자도 공감의 반경을 확장하는 문제는 단지 인지적 공감을 훈련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성, 감정, 문화, 교육 등의 변화가 함께 필요한 중층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리
생각보다가 길게 떠들었네요. 바다출판사님께서 아무튼 꼼꼼하게 나눠주신 질문들은 제가 책을 따라 읽으면서 더 고민하며 답해보겠습니다...!

라아비현
1 저는 아무래도 코딩 교육이 좋은거 같습니다 코딩교육이 아무래도 인지적 공감을 교육하기가 꽤 괜찮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코드를 써서 출력해봐라 하면 코드를 입력해서 출력하라는 교육을 하거든요
바다출판사
코딩교육이 공감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해 봤습니다! 코딩의 어떤 측면이 도움이 되는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라아비현
코딩은 넓은 시야를 키우는게 가능합니다 기초코딩은 코드를 써서 화면에 출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심화 코딩은 말 그대로 심화 코딩을 배우는 것입니다 간단한 숫자야구 게임이나 3,6,9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죠 심화 코딩 에서는요

도리
오 코딩이 넓은 시야를 어떻게 키우게 할 수 있을까요? 인지적 공감이랑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라아비현
코딩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매우 복잡해 져서 시야가 넓어진다고 표현을 한것입니다

희망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도 공감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봅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연해
모임이 끝나기까지 1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각생의 마음으로 저도 살짝 발 걸쳐봅니다.
우선 『공감의 반경』이라는 책은 지난달, 중구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신형철 문학평론가님의 특강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이 책을 극찬하셔서). 야금야금 다른 분들이 올리신 글을 읽기만 하고 어떠한 의견도 달지 못 했습니다. 너무 어려웠거든요. 문학은 감상이 자유로운 반면, 비문학은 정답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고(수치나 자료 등) 느낄 때가 많아 감상을 쉽게 써 내려가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 봐야겠다 싶어 부진자가 되었고요(아주 긴 변명).
올려주신 글들은 지난주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요즘 공감이라는 말이 너무나 흔하고, 흔한 만큼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거든요. 농담처럼, T와 F에 대한 논쟁이 너무 난무하니까 오히려 이 단어를 쓰는 게 더 꺼려지기도 했고요. 제 딴에는 제가 공감력이 나름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 이 생각 또한 저의 오만같더라고요. 감수성이 풍부한걸, 공감력이 좋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보기에 괜찮다 여기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갈팡질팡했죠. 지금껏 저라는 인간이 제대로 된 공감을 하고 있던 게 맞나 싶어 무섭기도 했고요.
그리고 위에 @도리 님 말씀처럼, 저 또한 흔히 공감! 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정서적 공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강연에서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의 차이(명쾌하게 가를 수는 없겠지만요)를 배우고 나서야, 지금껏 제가 해왔던 공감이(라 생각하는 게) 자칫 잘못하면 내집단만을 더 공고히 하면서 나와 다른 이들에게는 더 철저하게 선을 긋는 무시무시한 행동일 수 있겠다 싶어 혼란스러웠죠.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바다출판사
연해님,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공감의 반경>이 줄 수 있는 가장 신선한 충격이 공감의 어두운 면인 것 같습니다. 감정이입과 같은 정서적 공감이 막연히 좋은 자질이라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는 차별과 혐오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은 제아무리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라도 쉽게 자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공감에 대한 통념적 사실을 깨트리는 것, 그것이 인지적 공감을 확장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Alice2023
우선 공감이나 본능도 교육을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심지어 인지적 재평가를 콩해 정치적 갈등도 축소된 사례가 있다니
한국인의 편협함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논농사 외적의 잦은 침입과 역사적 부침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성이 결여된 교육도 한몫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요즘 학교 교육의 질은 정말 좋아졌지만 모든 것이 견쟁을 전제로 하는데 아이들이 개방성과 열린마음을 가질 여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평소에 집에서 보이는 언행들에 영향을 받는다면요
바다출판사
한 사람의 공감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로 다양하겠지요. 정말로 한국인만의 특성 같은 것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우리가 다양성을 결여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곱씹을 만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Alice2023
잘 놀수록 인지공감력은 커진다.
만일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평범함 학생들의 노는 시간을 빼앗는다면 우리 사회는 공감력이 부족한 아이들로 채워질 것이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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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흔히들 무언가가 본능으로 자리잡은 것이라면 그 무언가는 고정된 것이며 가르침이 아무 소용없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그러나 본능이라 하더라도 행동으로 나타나려면 적절한 환경 입력이 필요하며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그 양상도 달라진다. 이것은 마치 모든 인간이 보편 문법과 같은 언어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지만 어떤 국가, 어떤 교육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와 그 능력의 발현 수준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또한 본능은 외부 세계에 대한 평가와 판단 없이 무조건 발현되는 것도 아니며 장구한 세월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것도 아니다. 인간의 본능은 변할 수 있으며 변하고 있다. ”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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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인공 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빠른 정보 습득'을 최고의 학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진부한 기법이다. 반대로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느린 인지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독서는 필살기다. 책은 느린 생각에 최적화된 매체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을 다르게 보며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느린 과정이다.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새롭게 보는 작업을 즉각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일어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독서가 이 느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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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저도 이 부분 밑줄 그었습니다. 책은 태생이 숏폼이 아니고 롱폼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얇은 책이라 하더라도요. 책에 담긴 문자(기호)를 해석하고 그걸 나의 머릿속에서 다시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재구성하는 일련의 느린 인지 과정. 때로 즐겁지만 가끔 고통스러워요. 이러한 느린 인지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연해
앗! 대표님. 공감(이 표현이 이제 살짝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딱 맞는 표현 같아요, 호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즐겁지만 가끔 고통스럽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독서의 과정은 즐겁지만 단순 쾌락과는 다른 느낌 같습니다. 오랫동안 뭉근히 행복해지는 과정 같달까요. 단숨에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즐거운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쾌락적인 행복은 허무하다 느껴질 때가 많아서 느린 인지 과정에서 찾는 즐거움이 더 좋은 것 같 아요.
뜬금없지만 남궁인 작가님의 『제법 안온한 날들』이라는 책 <생활>편에서 만난 이 문장도 떠오릅니다.
"독서는 한 달에 스무 권 정도로 정한다. 더 많이 읽으면 밀도가 낮은 독서가 되거나, 허튼 책을 고르게 된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책을 즐기며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한다. 오랜 습관대로, 어딘가 갈 때 꼭 인쇄된 활자를 들고 다닌다. 근본적으로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읽는다. 책으로 만들어진 활자는 대체로 멍청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신중하다. 떠드는 말이나 근본 없이 돌아다니는 글보다는 낫다."

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이 조금 색다른 에세이로 독자를 찾아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좀더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말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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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독서는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뇌를 모두 변화시키는 가소성의 원천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건강한 뇌를 가질 수 있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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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아이
"그의 하루를 상상해 보라.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걸어 다녀보라"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198,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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