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말해 내 주변이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감지하면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성장해 경쟁력을 길러야겠다'는 판단 회로가 작동해 출산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각하면 지각할수록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가'다. 객관적 환경이 어떠한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자각하는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지각을 통해 적응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니까. 인구 밀도가 높으면, 다시 말해서 사용 가능한 바람직한 자원에 대비해 경쟁자 수 혹은 인구 크기가 늘었다고 자각하면 진화를 거쳐 형성된 인간 심리의 반응 체계가 작동한다. 경쟁이 심하다고 자각하는 순간 사회적 공격성과 공격의 욕구가 증가하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목표와 가치가 획일화되기 시작한다. 즉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점점 일원화된다.
가령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구나'라고 경쟁 지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경쟁을 포기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는 그 목표를 위해 더 매진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헬조선'으로 가는 길이다. ”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p.248-249,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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