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울할 때 시집이나 소설 읽는 것을 너무 너무 좋아해요! 최근에 읽었던 시 중에서 위로가 되었던 시는 심재휘 작가님의 <신발 모양 어둠>이라는 시입니다.
<신발 모양 어둠> - 심재휘
끈이 서로 묶인 운동화 한켤레가 전깃줄에
높이 걸려있다 오래 바람에 흔들린 듯하다
어느 저녁에 울면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간
키 작은 아이가 있었으리라
허공의 신발이야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치자
구두를 신어도 맨발 같던 저녁은
울음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구부정한 저녁은
당신에게 왜 추억이 되지 않나
오늘은 짙은 노을이 당신의 발을 감싸는 하루
그리고 하루쯤 더 살아보라고 걸음 앞에
신발 모양의 두툼한 어둠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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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정말로 심하게 우울했을 때 읽었던 시집은 이용한 작가님의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이라는 시집이에요.
이 시집은 삶의 속도는 저마다 다르니 나만의 속도로,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된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요. 살면서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정말로 열심히 살려고 해왔었거든요.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고, 일을 할 때는 하기 싫은 일들도 항상 먼저 나서서 제가 하겠다고 해버리니 정말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저만의 시간이 없더라고요. 삶을 억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삶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동안 꽤 오래 했었어요. 그런데 이 시집을 읽고, 삶에 선택권을 부여하지 말고 살아있으니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자고 생각하게 되어서 저를 옥죄이고 괴롭혔던 강박을 없애준 저의 인생 시집입니다 ㅎㅎ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창비시선 468권. 심재휘 시인의 신작 시집. 시인은 존재의 비애와 고독을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다. 서울, 런던, 강릉을 각각 배경으로 해 3부로 구성된 시집은 쓸쓸한 일상과 그리운 고향의 바다를 차분히 그려낸다. 시에는 삶에 대한 연민의 정서와 적멸에 가까운 외로움이 담겨 있다.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문학동네시인선 115번째. 총 4부로 나누어 담긴 55편의 시는 ‘인생’에서 시작해(1부 ‘불안들’), 2부의 ‘묘생’을 거쳐, 떠돌며 보고 느낀 허허로움과 충만함(3부 ‘코펜하겐’)을 지나, 또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삶-아닌 삶(4부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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