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도 좀 이렇습니다. 남을 위로하는 성격은 못 되는데, 내성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있는 자리에서는 상대를 지루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요. 그래서 더 진이 빠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 같지도 않은데.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황소처럼
저도 그런 부분이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 다 잘 해야하고 잘한다는 소릴 듣는 것에 강박적이었던 듯합니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그런 맘...
그런데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겪으며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 하고 일부러 더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않으려 하는 때도 있어요.

장맥주
공감합니다. 저 도 그런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제 경우는 그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말 잘 듣는 학생이 돼야 한다'에서 비롯한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간혹 그런 제 자신이 이중으로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
조영주
저는 열심히 드립질을 치며 웃기려고 노력하는 건 대략 5명정도 순이고 그 이상 숫자가 늘어나면 알아서들 스피커가 하나쯤은 있기 때문에 멍을 때리고 어딘가 은둔하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남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기 보다는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야 할텐데"
"뭐 실수하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할텐데"
"나한테 실망하면 어쩌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되는데"
같은 마음이 엄청 큰 것 같슴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엔 잘 보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무말대잔치 하다가 말실수 하고 땅바닥을 뚫고 저어기 지옥까지 가기도 참 많이 했었는데... ... 요즘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특히 그믐 덕에 sns에서 쓸데없는 말 올리는 시간이 엄청 많이 줄어들어서 늘 감사하고 있죠. 이제는 새벽이나 밤에
우울하다
찌질하다
죽을 것 같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지구 팍 망해버려라
등등의 이야기를 아주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어조로 sns 적어 올리지 않습니다... 그러고 일어나서 "으아아악 무슨 짓을 한 거야 지워 지워 지워 지워" 하지도 않고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이 이렇게 길어지는 것도 밤만 되면 제가 무지 찌질해지고 우울해져서 말이 많아지기 때문... )
황소처럼
전혀 안 그럴 분 같은데...
조영주
ㅋㅋㅋㅋ 인격개조를 했습죠.

장맥주
올해 초에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처음으로 '되새김질'이라는 용어를 들었어요. '반추'라고도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반추동물 할 때 그 반추 맞습니다.
제가 반추가 되게 심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반추를 하고 사는 줄 알았어요. 반추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거의 예외 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곱씹는 것으로 이뤄진다는 사실도 신기했습니다.
하나 다행인 건, 저는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드는 사람이라 밤에 뜬눈으로 반추에 집중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는 샤워할 때 반추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래서 샤워를 아주 빨리 합니다. 아내도 반추가 심한 편인데, 아내는 샤워할 때 라디오를 틀어놓더라고요. ^^
조영주
ㅎㅎㅎ 반추는 누구나 다 하지만 병적으로 하면 병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다니는 병원 선생님은 이렇게 자주 말씀해 주시곤 하는데요,
"그것이 영주씨를 괴롭게 한다면 안 되는 거지요. 하지만 그 자체로 괜찮다면, 그걸로도 괜찮아요."
이건 제가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일주일 내내 거의 못잘 때)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괴로워할 때 말씀해주신 거였는데요, 생각을 바꿔서 아침 8시에 자서 8시간을 잔다면 그걸로 되지 않았느냐, 뭐 하루쯤 못 자면 어떠냐, 라고 생각을 바꾸자 정말 불면증이 좋아졌더랬습니다. 즉, 하나의 상황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달라지면 상황 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인지심리학적 마인드(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 떠오르는대로 적음)를 이야기 했달까요.
이것 역시 책에 나오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 깊은 공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흰벽
아, 저는 비슷한 이야기로 '통증회로'에 대해 최근에 들었어요. 아는 분이 2년 전부터 몸이 저리고 아파서 병원 여기저기 다니는데 아무리 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그랬대요. 그런데 최근에 간 어느 병원 의사가 '통증의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쓰니까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라고, 그게 '통증회로'라고 했다는 거예요. 통증이 존재하는 건 맞는데 그게 원인이 안 밝혀질수록 '이게 분명 무슨 병일 텐데, 무슨 병일까! 병을 못 찾으면 어떡하지!'하다 보니 통증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게 통증을 심화시킨다고.... 그래서 무슨 병인지찾기를 멈추니 훨씬 낫더랍니다.(완전히 나은 건 아닌 거 같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는데(아니 그런 게 이름까지 존재한다고??), 실제로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 거 같더라고요. 손가락 하나를 다치더라고 그 아픔에 집중하면 계속 아픈 것 같고 뭔가 이번에는 유난히 심하게 다친 것 같고.... 그런데 만일 바쁜 일이나 재밌는 일이 있어서 거기에 빠져들면 그런 통증이 느껴지지도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요.
세상 모든 일에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믿고 그걸 찾아내려고 애를 쓰는 게 꼭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 이 좋을 수도 있겠다고요.
이 책 제목 '이대로 살아도 좋아'가 딱 맞는 것 같아요.
조영주
이거, 진짜 맞슴다. 저는 강박이 굉장히 심한데, 말씀하신 방법으로 상당히 좋아졌슴다.

장맥주
어떤 성향이든 병적으로 심하면 그게 바로 정신질환인 거고, 반추도 그런 거 같아요.
저는 정신과 선생님이 위로해주면서 한 이야기 두 가지가 기억이 남아요. 첫째로는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사람이 반추 성향이 심한데 그 성향이 예술가에게는 도움이 된다. 둘째로는 반추 성향을 없앨 수는 없고 그걸 목표로 삼아서도 안 된다, 그냥 병적이지만 않은 정도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저는 지금은 정신과에 다니지 않고 있는데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가려고요. 다른 것보다 약값이 너무 싸서, 그걸 거부하는 게 너무 아깝습니다. (내 건강보험료... ㅠ.ㅠ)
조영주
ㅎㅎㅎ 완벽주의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엄할 때엔 도움이 되지만, 나와 타인을 완벽주의로 나누면 무리수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타인을 글쓰듯 집중해서 대하는 버릇 때문 에 상당히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는데요... ... ... 아 더 말하면 바닥을 파고 싶어질테니 입 다물겠습니다.
아아, 요즘은 병원에 안 다니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평생 매일 아침 먹어야 하는데요. ㅎㅎ 그냥 비타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맥주
실은 약 안 먹게 된지 얼마 안 됐어요. 다 나은 거 같은데 좀 무섭기도 하고 약값도 싸니까 저도 비타민이다 생각하고 먹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6월이 되니까 기분이 좋아지다 못해 조증 증세가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평상시 저는 조증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너무 금방 들뜨게 되는 것도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썩 좋은 기분이 아니더라고요. 아, 이런 게 조증이구나 했습니다. (그런 때 작가님 만 난 적도 있습니다. ㅠ.ㅠ) 의사 선생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제 약도 그만 먹고 병원도 그만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약을 줄이자거나 먹지 않아도 언제 다시 병원에 와서 상태를 보자거나 하실 줄 알았는데 그냥 이제 오지 말라고 하셔서 좀 당황했습니다.
조영주
안 그래도 지난 주에 뭔가 평소라 다르신데? 라고 느꼈습니다. ㅋ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장맥주
7월 4일부터 안 먹기 시작했습니다. 독립기념일... 은 아닌가. ^^ 감사합니다!
조영주
아 그럼 7월 5일에도?! 그 날은 제가 뒷풀이 테이블이 달라 몰랐습니다 ㅋㅋㅋ 그러셨군요 ㅋㅋㅋ

장맥주
6월 말이 약물로 인한 조증 피크였던 거 같습니다. ^^;;; 제가 제가 아닌 기분. 막 금방 들뜨고 흥분하고... 그래서 7월 초에 정신과 가서 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영주
웃으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네 ㅋㅋㅋㅋ 아 네 ㅋㅋㅋㅋㅋ

박산호
@장맥주 축하드려요!

장맥주
굉장히 아이러니한 게, 저를 상담하신 의사 선생님 본인이 우울증으로 오래 고생하신 분이셨습니다. 책도 쓰셨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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