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2.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D-29
중세의 십자군 운동부터 지난 세기 나치의 침공까지, 또 커뮤널 분쟁부터 종교, 정치적인 싸움까지, 인간 역사에는 서로 다른 신념 사이에 대치와 충돌이 수없이 있었지만, 통합을 이끄는 쪽으로 작동하는 요인들도 있었다. 보려고만한다면 하나의 집단에서 또 하나의 집단으로, 하나의 국가에서 또 하나의 국가로 이해와 공감이 퍼져가는 과정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서문,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서로와의 접촉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어떻게 인간의 지식이 우정을 통해 퍼져나갈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이라와디 강에서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주위 풍경이 계속해서 달라졌다. 또 강둑을 따라 걸으면 독특하고 휘황한 복식을 한 다양한 민족과 부족 사람들을 차례로 볼 수 있었고, 그 땅과 그곳 사람들에 대해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버마는 흥미로운 경험과 광경을 끝없이 제공했고, 내게는 이곳이 세상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곳 같았다. 아직 다른 곳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나의 어린 눈에 지상은 실로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윤리와 도덕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의 지혜와 실천 논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유럽과 인도 등 세계의 많은 곳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선택적인 증오가 생겨나고 있는 오늘날, [정치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는] 타이밍과 현실성의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인간 사회들은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고, 나는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을 통해 그 노력을 피부에 닿도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오늘날 끔찍한 불관용에 밀려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버마는 이러한 추세의 가장 끔찍한 사례를 제공했을 뿐, 비슷한 위험은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생겨나고 있고 강화되고 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부끄럽게도 버마가 미얀마의 다른 이름인 줄도 몰랐던 문외한이라 이 책 읽으면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실 정치에서의 지혜와 실천 논리" 진짜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아웅 산 수 치가 소수집단 비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게 매우 속상하네요.
하지만 높은 학업 성취와 강한 규율 문화가 내게는 잘 맞지 않았다. 나는 좀 숨 막힌다고 생각했고 (주드 수사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표현을 빌리면) “뛰어나게 빛나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었다. 아주 먼 훗날, 노벨상을 받고 얼마 뒤인 1998년 12월에 세인트그레고리 학교에서 나를 위해 특별 행사를 준비해주어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파일 보관함에서 내 시험지를 찾아보았는데 “37명의 학급생 중 33등이었던 것을 보고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이렇게 덧붙였다. “세인트그레고리를 그만두신 뒤에 좋은 학생이 되셨나 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좋은 학생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환경에 가서야 ‘좋은 학생’이라고 불릴 만한 학생이 되었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뛰어나게 빛나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었다는 마음에... 저는 공감되었습니다. 비단 학교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하핳 저도 센처럼 좀 더 자유롭고 느린 환경에서 책을 읽으며 그때그때 궁금한 것들을 탐구하고 사색하는 시간에 스스로 더 성장한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나는 내가 좋은 학생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환경에 가서야 '좋은 학생'이라고 불릴 만한 학생이 되었다." → 만약 제가 언젠가 부모가 된다면, 제가 학교나 사회에서 당한(!) 것과 다르게 키워보고 싶다, 생각한 대목입니다.
폭격 가능성에 대한 아버지의 예측 덕분에, 나는 산티니케탄에 있는 놀랍도록 진보적인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나는 단박에 이곳이 너무 좋아졌다. 세인트그레고리에 비해 이곳은 학생들을 더 많이 풀어주었고 학업 성취에는 덜 치중했다. 또 인도의 전통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이를 세계 곳곳의 다른 나라와 그곳들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기회와 결합했다. 산티니케탄 학교의 강조점은 시험 경쟁에서 다른 학교들을 누르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을 육성하는 데 있었다. 학점이나 시험 점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강하게 만류되었다. 나는 세계 방방곡곡에 대한 책이 가득한 산티니케탄 학교의 활짝 열린 서가에서 책들을 탐험하는 게 정말 좋았고, 좋은 성적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산티니케탄 학교... 부럽습니다..
하지만 1947년에 ‘인도-파키스탄 분할Partition’로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커뮤널 폭동과 끔찍한 유혈 사태가 끊임없이 슬픔을 유발했다. 또한 이는 우리가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카는 새로 수립된 동파키스탄의 수도가 되었고, 친가 쪽 집안은 터전을 산티니케탄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산티니케탄이 좋았지만 다카가, 또 우리 집 자가트 쿠티르가 그리웠다. 위층 쪽마루를 너무나 향기롭게 해주었던 커다란 목련 나무는 더 이상 내 삶의 일부가 아니게 되었다. 다카의 옛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지, 이제는 누가 그들과 놀고 있을지, 우리 정원의 망고와 잭프루트는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했다. 나는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다카를 잃은 것은 산티니케탄이 주는 충족감(매우 큰 충족감이었지만)으로 메워지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삶을 즐겼지만, 그렇다고 옛 삶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따뜻하다는 표현이 정말 너무 딱 들어맞네요. 저자의 어린 시절의 생활을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하지만,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할때문에 다카를 떠난 후 새로운 삶을 즐겼지만, 옛 삶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고 하는 1장의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괜스레 콧등이 시큰해지더라구요. 그 마음 또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서인가봐요.
뒤늦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따라잡을게요. 1장에서 따뜻한 회고록이라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고, 왜 글은 조금만 읽어도 저자가 따뜻한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파악할 수 있을까 잠시 답을 궁리했습니다. 문장들은 안온-다정-무해하다기보다는 덤덤한 편인데도요. 아웅 산 수 치와 로힝야족 학살에 대한 서술도 (이렇게 표현하면 좀 이상하지만) 마음이 놓이게 좋았습니다. 저는 미얀마의 정치 상황에 까막눈인지라 균형 잡혔다 아니다 말할 수준도 못됩니다. 다만 아웅 산 수 치를 무조건 옹호하려 하지 않고 센 자신의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낸 데에서 신뢰감이 생기더군요. 저는 가끔 아웅 산 수 치가 만들어진 신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궁금해요. 할 말 다하면서도 읽는 사람이 따뜻하게 느끼면 얼마나 좋아요. 저는 할 말도 다 못 하는데 다들 글이 왜 그러냐, 그러는데;;; (실제로 보면 조금 낫다고. 하하하!)
그러고 보니, @장맥주 작가님은 글과 실제가 차이가 없는 드문 케이스입니다. 여러분! 장 작가님은 둘 다 훌륭하세요. :)
헛. 기자님이 거짓 보도 하시는 거 처음 봅니다. 혹은 저의 음흉찌질한 내면을 아직 모르시는 건가요... (아니면 고도의 엿먹이기...? ㅋㅋㅋ) 상수-합정역이나 구로디지털역 부근에서 수제 맥주 드시고 싶으실 때 언제든 연락주세요! 갈비탕집에서 먼저 일어나 아쉬웠습니다. ㅠ.ㅠ
조만간 모임이 하나 만들어질 것 같아요. 우리 JYP한테 얻어먹어야죠. :)
오! 그때까지 다이어트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ㅎㅎㅎㅎ
우잉? YG님 글이 왜요? 모가 오때서!! 대체 누가요~~~ 저는 YG님이 마악 신나게 자세하게 뭔가를 알려주고 설명해주시는 그런 글 특히 좋아합니다. :) 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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