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흥미로운 질문이니깐 답하고 넘어가보면, '인성에 비해 잘 풀렸다'는 평가를 받으면, 직장에서의 저와 가족에서의 저가 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직장에서는, 동료들한테 까칠한 사람 소리를 좀 들어도 원하는 것을 얻고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는 냉담한 인간으로 보여도 상관이 없었고.. (근데 저한테 뭘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잘 안됩니다. 학생들한테는 모범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속에서 살기도 하니까..) 가족이나 중요한 관계 안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약간 서운할지도. 나 열심히 사는 거 주변인들이 알 것 같기 때문에요. 이중적인가요...? 근데 삼중적(!)인 건, 글 쓰고 읽는 분들이랑 모이면 마냥 좋기 때문에...제가 마냥 좋아하기도 한다는 거..그리고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글 쓰고 읽는 분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라는 거. 제 속에 제가 너무 많네요..!
최유안 작가의 <쓸모 있는 삶>을 읽으면서 첫번째 질문이 떠올랐어요. 통역가는 멋진 '프리랜서' 전문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막상 이 글에서 보여지는 혜린이 하는 일은 계약서가 있어도 그에 따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온갖 요구를 다 맞춰줘야하는 가이드나 코디네이터 역할로 변해버렸지요. '정규직'이 줄어들면서 그 조건에 충족하지 않는 일자리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비정규직,' '알바,' '프리랜서' 등의 이름으로 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이런 '정규직'에 반대되는 직종 간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차이가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남궁인 작가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에서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쓸모있는 삷>에서의 통역가 혜린이나 지난 주에 읽은 세 편의 주인공들이나 모두 직업에서의 불안과 부당함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그러고 보니, 8편의 글 중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의 주인공만이 정규직이라 할만하네요. 지금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요. 소수의 '정규'가 되지 못한 다수의 '비정규'의 위치는 용어에서마저 애매모호하게 가려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 말한다면, 일단, '잘 풀린'에 초점을 두자면 그 결과에 감사하면서 그래도 '인성에 비해'라는 평가에 대해 슬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 너무도 주목받고 추앙받는 경우가 많아서 "'인성'이 뭐가 중요해, '잘 풀리면' 되지!"가 당연해져버리는 것 같아 더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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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작가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남궁인 <오늘도 활기차 아침입니다> 36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프리랜서의 숙명이겠지만 급여가 흩어지니 매번 마음도 흩어지는 것 같았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9p, 남궁인 외 지음
하지만, 전 반대로 매일매일 번 돈을 다이어리에 날짜 별로 기입하면서 계산할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모아모아 한 달 월급되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날짜 맞춰 잡은 아버지 생신까지 포기하는 모습에서 저 보다 시급/일당페이는 센 직업이지만, 한 건을 포기하는 순간 언제 일이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들이 그녀를 무정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지금도 시간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음) , 제가 하는 일은 시급 자체는 적어도 일이 없었던 적은 없어서요. 아마 시급이 적기 때문에 돈에 덜 휘둘리고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건 뭐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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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작가의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진영은 그곳을 빠져나올 때마나 어떤 고양감을 느꼈다. 자신이 벗어난 세계를 돌아보면, 안도가 되기 때문이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110 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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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안 작가의 <쓸모 있는 삶>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나는 거품이 꺼져버린 맥주 한 모금을 단숨에 들이켰다. 목으로 넘어간 알코올이 내 몸을 소란스럽게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최유안 <쓸모있는 삶> 216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그런데요, 왜 제목이 <쓸모 있는 삶> 일까요? 몇 번을 들추어봐도 제 눈에는 단서가 안 보이네요.
모임지기님~ 제가 생각하는 <쓸모 있는 삶>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제목인데요, 첫 번째는 모건의 영상에 혜린의 삶이 쓸모 있게 편집되었다는 뜻이고요, 두 번째는 혜린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삶이 쓸모 있는 삶인지에 관해 (그러니까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이들의 삶의 쓸모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메타처럼 사용한 제목이에요.
아, 친절한 설명 감사드려요. 이 글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는 개념을 말하고 있는 거네요. 어쩌면 삶은 너무 '쓸모'만 생각하는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어서 힘든 것 같기도 해요. 무엇을 위한 '쓸모'인가가 천편일률적인 한가지 잣대가 되어갈수록 더 그렇고요.
(마침 제 소설 얘기가 나오는 김에 슬쩍 ㅎㅎ)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 임현석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호돌이 가면을 쓰면 말이 더 잘 나올까 하여, 베타 때부터 이 아이디를 쓰고 있어요. 지난해 첫 월급사실주의 동인집(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이 묶인다는 소식을 언론 기사로 접했는데요. ‘오호! 이런 재밌는 일이“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동인집 나오기 전 기사에선 동인이 총 열한 분이라는 단서가 담겨 있어서요. 어떤 분들일까 추리했더랬죠. 유심히 지켜보던 프로젝트였고, 동인 활동을 응원하던 터라 올해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책이 나오고 그믐에서 독자분들도 뵐 수 있게 돼 진심 기쁩니다. 출판사로부터 작품 참여 제안을 받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템 선정이었는데요. 참여 제안을 수락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아이디어를 편집부에 전달드리면서 혹 다른 분들과 소재가 겹치면 어쩌지 걱정했습니다만... 그런 걱정 참 무색하죠. 작가님들이 포착한 우리 사회의 현실들이 정말 다채롭더라고요. 어쩌면 월급사실주의 작품집을 ’n명의 작가, n개의 현실‘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동인집 활동이 계속 이어져서 ’백 명의 작가, 백 개의 현실‘을 보고 싶네요.
와~작가님 반갑습니다. 책이 작가님의 작품이 대표명이라서 좋으시겠지만, 은근 어깨도 무거우시겠어요 ^^ 근데 정말 제목 끝내줍니다! 따봉! 마지막에 읽으려고 아껴 뒀는데, 2124년까지 쭈욱 써 주세용~
그보단 훌륭한 다른 작가분들에게 누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몇 배는 더 컸습니다. 2124년까지! SF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씀입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오, 작가님 등장!! 반갑습니다~~~. ... 그런데 호돌이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세상에.
n명의 작가, n개의 현실이라니! 멋집니다~^^ 점점 더 많은 작가님들이 참여하신다면 비슷한 직종을 다루게도 되겠지요? 그렇더라구요 작가님들만의 시야와 해석이 달라 재미있고 또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 감상도 아울러 보태보고 싶네요. 저는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이 ’넋놓고 삶에 순응하기에도, 무작정 생계를 거부할 수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 매뉴얼‘을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적어도 표면적으로 사회의식은 높아지고 예전보다는 명시적인 일자리 내 폭력 자체는 줄어들다 보니(대신 은연중에 작동하죠) 쉽사리 투사가 되진 못하지만요. 그렇다고 세상이 올바른 것 같지도 않아서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상황이 적지 않은데요. 이런 때일수록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인으로서의 책임과 인간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직종도 생겨나고, 업 형태까지 급격히 변하다 보니 불안감은 큰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도 적응을 위한 마음가짐 지침은 필요하고... 그러니 요즘은 신조어도 불안한 이들에게 조언을 던지는 형태더라고요. 정히 회사가 별로면, 마음은 내려놓고 최소 업무만 하면서 나 자신부터 지키고 보자(조용한 퇴사)든지, 아니면 일 보람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무한 긍정(원영적 사고)으로 돌파하자든지. 하지만 이럴 때 어떤 조언도 완벽할 순 없는 거 같고, 결국 스스로의 균형 감각이 중요할 거 같아요. 앞선 선례가 없는 시대라는건, 우린 모두 직접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저마다의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게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균형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리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 방식 중 하나가 문학이 아닐까 싶고요. ( 어떻게 인간성도 지키면서 생계도 잘 꾸려나갈까. 저도 이런저런 고민 끝에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일단 빻은 소리를 들으면 웃진 말자'라는 생각을 얹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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