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등대>를 읽고 설희의 불안한 마음이 내내 느껴졌습니다. 전자상가에서 일하다 도둑으로 몰리고 돈까지 물어주고 나갔을 때까지는 그 기간 내내 일상을 잃고 지옥처럼 살았겠지요. 일단 지옥은 벗어났지만, 등대에서 일하는 모습도 매우 불편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인데, 이렇게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이면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등대는 설희에게 희망이자 고문이었어요. 희망 고문, 어쩌면 많은 이가 그런 일터에서 일하지 않나 해서 소설로 그렸습니다. 설희와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고문이 아닌 희망을 보았으면 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천현우 작가의 <빌런>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오늘도 통근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센터에 도착. 문밖으로 나오니 몸에 더덕더덕 붙은 꽃잎을 마구 털어내는 벚나무가 보였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170 페이지 - 천현우, <빌런>, 남궁인 외 지음
지금까지 읽은 어떤 글에서도 벚꽃 떨어지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 건 처음입니다! 통근버스에서 졸다가 내린 화자 대신 벚나무가 기지개를 펴주듯이, 기분에 어울리지 않는 화사한 벚꽃풍경이 주는 짜증을 이리 묘사하다니, 박수를 보냅니다.
천현우 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번 <빌런>은 이번 작품들 중 제게가장 거칠고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브랜드명과 그곳 알바의 모습(일반적인 주변 직장인들이 회사 해고 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을 이렇게 그려내시다니!
이 초단순 노동은 그저 시간과 돈을 상호 교환하는 작업이며, 고통은 행동하는 육신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정신의 몫이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168p, 남궁인 외 지음
'빌런' 읽으면서 남편과도 이야기를 했는데, 왜 우리 나라는 지방 캠퍼스를 그렇게 무시?하다 못해 조롱거리로 삼는 걸까요? 요즘에는 모르겠지만, 제가 수능 봤을 때도 아무리 지방캠퍼스라고 해도 성적이 서울에 있는 꽤 괜찮은 대학에 갈만한 성적이 아니면 못가는 곳이었는데 말이죠. 그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성적의 다른 대학들에는 그런 편견이나 차별이 없는데 말이죠. 분석해 보신 분 계실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은형 작가의 <식물성 관상>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비건주의를 보면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에 종교가 인간을 억압하던 게 떠올라요. 이상주의는 좋지만 그게 과연 인간의 생물학적 요구에 우선한다면 과연 추구할 만한 '선'인가 싶거든요. 사실 비건이라는 것도 인도의 Jainism이라는 종교에서 나온 수행방법이잖아요. 요즘들어 비건주의가 인기를 끄는게 과연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한은형 작가님께서 <식물성 관상>에서 '패션 비거니즘'을 해부해주셔서 반가왔어요. 이 글에는 '실체'와는 상관없이 '실속'을 위해서 서로서로 이용하는 사람들만 나와서 참 불편했습니다.
요새 뭐가 됐든 비건을 갖다 붙이는 것이 맘에 안 들었는데, 그런 걸 '패션 비건'이라 부른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어요. 어떠한 것들에 대한 진정성 없이 유행이라고 좋은 의도라고 대세를 따르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져서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번씩 생각해 보고, 내가 진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왜 그런 건지 생각해 보는 자세들이 필요한 거 같아요.
패션 비건이 뭐? 꼭 진정성 있는 비건만 있어야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어? 아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낡은 가치야. 진정성 없는게 이 시대의 진정성이라고 해도 되겠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한은형 <식물성 관상> 258 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하지만 말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일어날지도 모를 갈등을 미리 해결하는 게 매니저의 일이라는 보이사의 말 때문은 아니었고, 뭐라고 할 근거가 없었다. 민지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스태프를 잡도리할 수는 없으니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44p, 남궁인 외 지음
이런 일을 벌이게 해서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보이사가 민지는 원망스러웠고, 이런 쪽팔림이 월급을 받는 대가라는 생각에 이르자 얼굴에 이어 귀까지 달아올랐다. 하지만 민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54p , 남궁인 외 지음
예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급을 선생님들께 공지하라던 대표님의 명령에 -> 같은 직극의 직원에게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더니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라며 같이 대항하기를 피하길래 -> 혼자 대표님께 한 마디 했다가 모멸감 느낄 소리를 듣고 패배하여-> 결국 선생님들께 공지했다 선생님들께 엄청난 항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가끔 '월급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를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첫 주에 함께 읽을 작품으로는 비교적 생소한 직종의, 딸린 식구가 없는 젊은 사람이 주인공인 듯한 글들을 묶었습니다. - 내가 몰랐던, 가장 생소한 모습은 어떤 일의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어느 순간,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나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나 다른 감상을 자유로이 답글로 남겨주세요.
세 작품 모두 제가 모르는 직업들을 다루어서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가장 생소한 모습은 <등대>에서 그려진 복어 손질하는 주방 장면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런>에서 그려진 물류센터 일이 들어보기만하다가 실제로 그 안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깊었어요.
<등대>의 설희와 <식물성 관상>의 민지에게는 '어서 빠져나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둘 다 성실한 사람이니 어디서 일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결국 찾게 될텐데, 등대처럼 불법이 이루어지는 곳이나 보이사같은 이중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놓는 사람 밑에서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고. <빌런>의 도지윤은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거에 더 나아가 맘에 안 드는 인간을 쫓아낼 정도로 일터를 장악해버리는 <빌런>이 되었으니 별로 해 줄 말이 없는데, 어찌보면 '월급사실주의'의 생활에서 주도권을 쥐고 살아남으려면 '빌런'이 되어야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등대>의 설희와 <식물적 관상>의 민지에게는 카페에 데리고 가서 토닥여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분명 성실하고 곧은 마음이 있으니 좋은 사람들만 만나면 새로 시작하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빌런>의 도지윤과 그 장소는 물론 어디서든 많이 계시겠지만 아찔합니다! 마주할 일 없길 바라며 오늘도 뚜벅뚜벅 제길을 가야겠네요~^^
여태껏 잘 이겨낸 설희는 일어나서 헤쳐나갈 거예요. 복어 독이 아니어도 그럴 힘이 있는 인물이예요. 그곳을 벗어나 나은 삶을 살길... 등대2를 쓸까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송승환 시인과 함께 시를 읽습니다
[문학실험실/신간] 송승환 시집『파』(문학실험실, 2026) 출간 이벤트. 시집 완독회!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보들레르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1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