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1. 한낮의 우울

D-29
832쪽,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한 뒤 딸 젤다에게 아버지 시체를 묘사한 조작 사진을 보낸 악플러들. 미국이나 한국이나...
844쪽, [우울증을 보기 좋게 포장하거나 악마로 묘사하지 않고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몇 가지 면에서 나는 그 두 가지 우를 다 범하고 있다.]
다 읽었습니다. 아, 길었다.
좋았지만 앤드루 솔로몬의 다음 벽돌책 『경험 수집가의 여행』(760쪽)으로 바로 달려들 것 같지는 않고,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당혹스러웠던 지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 역시 우울증을 두 차례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읽다가 몇 번인가 짜증이 났다는 것. 미시마 유키오마냥 “그렇게 누워 있지 말고 라디오 체조를 하라고!”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 병력 있는 사람이 그 정도인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저도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 보면서 묻혀있던 우울한 성질들을 한 번씩 다 파헤친 느낌이에요. ㅎㅎ. 한 달 전의 저보다는 많이 가라앉아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에까지 간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옥 가까이에 간 환자들 이야기를 읽다 보니 부끄럽지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었어요.
p.490 - 그 자신도 우울증을 앓았던 몽테뉴는 의학의 열렬한 신봉자로, 속임수를 써서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했다. 예를 들면 바늘을 삼켰다고 믿고 공포에 빠져 찾아온 여자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를 토하게 만든 다음 토사물에 몰래 바늘을 넣었더니 치료가 되었다고 했다. 이 비슷한 사례가 TV에도 종종 나옵니다. 얼마 전에 벌레가 온 몸 속에 산다고 믿던 남자를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이정도 볼륨이면 좀 덜 짜증나고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아. 근데 이건 벽돌책이죠. 어차피 무겁...
혹시 책 표지가 적벽돌 색이어서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암이나 결핵과 달리 마음의 병에 대해서는, 특히 그 중에서도 ‘우울감’이라는 형태로 다들 조금씩 자신이 안다고 믿는 우울증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의 책임이 얼마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이게 정말 본인이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낫는 것인지 저는 좀 궁금합니다. 그런 가능성도 정말 아주 조금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듭니다. (루이 C. K.의 유명한 ‘Of course, but maybe’ 스탠드업 코미디가 생각나네요.) 그런 궁금증이 풀리기 위해서라도 의학이 발달해서 우울증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우울증 환자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책은 여전히 『우울할 땐 뇌과학』이고, 우울증을 다룬 책에서 읽은 가장 멋진 문장은 예전과 같이 『고마워, 우울증』에 나온 ‘우울증은 삶을 바꿀 기회다’입니다. 『한낮의 우울』은 그렇게 개인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이유를 궁금해 하는 중이에요. 우울증을 다 극복해서일까? 책이 다소 학구적인 분위기여서일까?
학문에 대해서 이런 비유를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학문을 깊이 들여다 본다는 것은 개구리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해부해서 보는 것이라고. 적당한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적정 선이 있어야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개구리 눈알까지 해부하는 것 같은...
헛... 개구리 그냥 보기도 싫고 해부해서 보기도 싫은데...! 미끌미끌!
진로 두꺼비로 할까요. 그 귀여운 걸 해부한다고 생각하면...! ㅠㅠ
이 드립을 어떻게 받아쳐야 하나 5분 동안 고민했는데... 항복입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정재승, 김경일 추천 도서『집단 망상』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비공개 PDF 제공] 미출간 신간 <슈퍼 아웃풋 공부법>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눠요!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도서증정] [발행편집인과 함께 읽기]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1일 오프라인 북토크 예정!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