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사물의 표면 아래>를 함께 읽어요.

D-29
라스무센은 최장기 기록을 염두에 두고 이런 여정에 착수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무언가를 최초로 해내누 데 있지 않았고, 그의 야심은 자기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가 얻고자 한 성배는 물건도 장소도 아닌 마음의 상태, 이누이트가 사는 삶의 경이를 세상에 드러내 보일 깊은 이해였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68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저자는 "지구 탐험은 권력과 정복에서 좀처럼 분리되지 않았다."(163쪽)라고 하는데, 권력과 정복에서 분리된 탐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라스무센을 통해 알게 되는 대목인 듯 합니다. 이 장의 제목인 <탐험의 기술>은 결국 '이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언어 방면으로 마법 같은 재능을 타고났으며 민속지학적 눈을 갈고닦은 라스무센은 북극의 진정한 영광이 이누이트의 천재성과 비전에 깃들어 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일생의 과업은 이누이트의 방식으로 세계를 알고, 그 삶의 양상을 이해하고, 그 주술과 샤먼적 힘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지식을 목표로 삼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했던 라스무센은 북극뿐 아니라 인간이 거주하는 세계의 머나먼 지역 전역에 걸쳐 탐험의 전망과 가능성을 완전히 재정의했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69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라스무센은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로도토스는 관찰하되 판단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토록 돋보였고 또 그만큼 비난받았다. (중략) 역사에는 다행스럽게도, 헤로도토스는 그렇게 하는 대신 자신이 새로이 알게 된 것을 기록했다. 그것은 개인적 체험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현상, 자기 자신의 그림자 너머에서 본 것, 대지의 아름다움, 신기한 늪 생물, 민족의 시였다. 그는 현자로서, 경이를 향해 눈을 크게 뜨고 여행했다. 탐험은 이국정조를 넘어 앎과 믿음의 새로운 영역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곳은 알고자 하는 이들의 영적 보금자리, 문화로 실현된 인간 상상력의 한없는 지평이었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75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일류 최초의 탐험가이자 인류학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흔히들 인도는 국민국가가 아니라 차라리 마음의 상태라고 한다. 경계가 있는 하나의 영토라기보다는 관념의 제국으로 수천 년 세월을 견뎌온 문명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77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인류학이 그동안 ‘인류의 단일성과 문화상대주의’를 드러내는 성과를 이루었다면 더 나은 모습을 위해 ‘교조적인 불만학과 교차성 세미나, 대명사 사용을 비롯해 다양하게 표현되는 각성 문화의 정설만 탐닉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는 인류학적 관점과 해석을 교과서가 아닌 우리의 현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됩니다.
인종은 실제로 허구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69,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계속 지켜보다보면, 그들이 돈으로 온 세상에 펼쳐 놓은 박해 받은 이야기와 세상 곳곳에 세워둔 홀로코스트 기념물들이 그들이 원하는대로만 보이진 않습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작가 푸아드 아자미 Fouad Ajami가 인용한 한 아랍 학자의 말처럼 "남의 나라에 정착하고 그곳 주민을 추방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주민이 절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용납되며 또 실제로 벌어졌음을 모두가 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무례이자 용납 불가한 일이라도 되는 양 불만을 제기하거나 하다못해 역사적 사실을 세계에 다시 알리기만 하는 행위에 극단주의 딱지를 붙여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91,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문명국가의 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운 좋은 소수가 축적한 돈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강도와 반향 그리고 모든 사람을 공동의 목표로 이어주는 호혜성의 유대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107,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1953년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의 에베레스트 첫 등정 (사실 텐징 노르가이가 먼저 올라가서 기다려 양보했다고 하죠) 이후 지금까지 쌓인 쓰레기의 양이 가늠이 안된다고 하네요. 올해만 11톤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는데, 아직도 4~50톤 정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합니다.
그토록 무의미한 일을 위해 그토록 많은 수고를 감당하는 그들에게 크나큰 연민을 느낀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165,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인도라는 이름이 진정 의미하는 게 뭘까요?" … "그런 나라는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도에 관해 알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이고 본질적인 사실입니다. 인도라는 이름은 우리가 거대한 지역에 붙인 이름입니다. … 인도에서 통용되는 어떤 용어도 여기에 상응하지 않아요.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p.180,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각각의 문화는 인간으로 존재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이다. -'원주민을 대신할 새로운 단어'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202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예전엔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왜 이상하다는 걸 몰랐을까요.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 부를 때. 그들은 '인도 사람'이 아니건만. 그런 의미에서 '원주민'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하니 원시와 문명의 대립이 무슨 뜻인지 알것 같습니다.
맞아요. '인도 사람'도 아닌 사람들을 인디언이라 부르고, 인도에 대해서는 나라도 아니라고 하고,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웃기지도 않은 서구의 태도를 또 누군가는 추종하기도 하고요.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어머니 인도>와 <원주민을 대신할 새로운 언어>는 우리가 근시안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하지요.
9장 원주민이란 단어에 대한 작가의 비평이 예리합니다. 이래서 인류학자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끼게해주는 챕터네요.
힌두교도가 신을 가장 잘 지각하는 것은 여러 감각 중에서도 눈을 통해서다. 이들은 "사원에 예배를 드리러 간다"보다는 "다르샤나darshana를 얻으러 간다"고 말한다. 꿰뚫어본다는 뜻이다. 신에 대한 다르샤나를 얻고 봉헌한 음식에 축성을, 신의 축복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185쪽,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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