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D-29
"어리석은 장난 하지 마." 코딜리어가 말한다. 나도 일어선다. "어리석다고?" 내가 말한다. 나는 목소리를 낮춘다. "나는 그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야. 너는 내 친구잖아. 이제 너도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 나는 실제로는 죽었어.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장난 그만해." 코딜리어가 날카롭게 말한다. 그녀가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놀라울 따름이다.
고양이 눈 2 p.73-7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코딜리어는 뚱뚱보 가족의 차를 찾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이 놀이에 싫증이 났다. 나는 괄목할 만한 보다 농밀하고 보다 사악한 작은 승리를 손에 넣었다. 에너지가 우리 둘 사이에 오갔고, 이제는 내가 강자가 되었다.
고양이 눈 2 p.7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괄목 刮目 눈을 비비고 볼 정도로 매우 놀람.
이제는 내가 강자가 된 걸 오가는 에너지로 느낀 경험. 나도 겪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놀랐다.
책 뒤표지에 '가해자가 희생자가 되고 희생자가 가해자가 된 두 사람.' 이라는 소개글을 보며 상상했을 땐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할 것 같았다(복수, 참교육 등등을 기대하게 됨). 그러나 책 내용을 직접 읽어보니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이런 경험은 나도 있고 다른 이도 있겠지. 피해자와 가해자는 똑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다. 이 소설을 읽는 게 그걸 다시 한번 인지하는 과정일 듯.
우리 학교 여학생들은 내 험한 입을 조심하고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잠재적인 언어적 위험이라는 영기를 휘감고 복도를 걸어 다니고, 아이들은 나를 조심스럽게 대한다. 그것은 만족감을 준다. 이상하게도 이 야비한 행동 때문에 친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아졌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여학생들은 나를 두려워하지만, 가장 안전한 장소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바로 내 옆, 아니면 나에게서 반 발짝 뒤로 물러선 곳이다. "일레인은 정말 재밌어." 그들은 이렇게 아무 설득력 없는 말을 한다. 몇몇 아이들은 벌써 도자기와 가정용품을 수집하고 혼수 상자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일에 나는 유쾌한 경멸감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불쾌하다. 내가 가하는 상처가 모두 의도적인 것이기를 원한다.
고양이 눈 2 p.76-7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학교에서 일레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학교에선 못 그러고) 집에 와서 거칠게 굴곤 했다. 일레인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도, 일레인이 의도적으로 상처 주고자 하는 모습도 다 알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 날카로운 혀 때문에 곤경에 처할 날이 올 거야, 작은 숙녀분." 아버지가 작은 숙녀분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가 위험 수위 같은 것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은 잠시 내 입을 다물게 만드는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내 공격성을 누그러뜨릴 영향력은 결코 없다. 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살얼음판이나 허공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느껴지는 위험과 현기증을 즐기게 된 것이다.
고양이 눈 2 p.7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코딜리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비웃는다. 나는 말한다. "사랑, 사랑, 사랑. 그들은 항상 징징대." 나는 지나친 감정 노출을 혹독하게 경멸하게 되었다.
고양이 눈 2 p.7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도 그렇다. 그러나 그럼에도 감정 노출이 많은 편. 매번 마음이 분분하다. 긍정하고 싶을 때도,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 노출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고 모르겠다.
독일군의 런던 야간 폭격이 시작되고, 폭탄은 사악한 은색 천사들처럼 공중에 떨어지고, 런던의 골목, 집, 벽난로, 굴뚝 모두 와해되어 버린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수공 새김 장식의 이인용 침대는 폭파되어 불타는 장작이 되고 역사는 파편으로 화한다. "이것은 한 시대의 종말이었다." 선생은 말한다. "너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제 그 어떤 것도 예전과 똑같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 말에 깊이 감동받는다. 그가 자기 말에 도취한 모습을 보는 것은 당혹스럽다. '어떤 면에서 같지 않다는 거지?' 나는 생각한다.
고양이 눈 2 p.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는 자기 말에 깊이 감동받는다. 그가 자기 말에 도취한 모습을 보는 것은 당혹스럽다. '어떤 면에서 같지 않다는 거지?' 나는 생각한다.
고양이 눈 2 p.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이 부분 재밌었다. 자기 말에 도취된 누군가를 볼 때마다 대리 수치. 나도 자주 그래서 더 싫다.
이 모든 분필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이 모든 죽음의 통계 수치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게 느껴진다. 여자들이 커다란 어깨심에 졸라맨 허리선, 거꾸로 맨 앞치마처럼 보이는 주름이 달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다닐 때도 나는 살아 있었다. 나는 어깨가 넓고 챙 넓은 모자를 쓴 여자를 그린다. 내 손을 그린다. 손은 가장 그리기 힘든 부분이다. 소시지 덩어리처럼 보이지 않도록 그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고양이 눈 2 p.8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여성의 옷차림에서 보이는 시간의 흐름. 여성의 사회적인 잣대도 달라졌지. 나도 라떼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바지는 다 스키니진인 줄 알고 청소년기를 보냈다. 진짜 끔찍.
나는 남자 친구들을 사귄다. 의식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난 일이다. 남학생들과의 관계는 너무나 쉽다. 내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을 방어할 필요를 느끼는 것은 항상 여자아이들과의 관계에서다. 남자아이들과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 눈 2 p.8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남자아이들은 본래 이런 침묵을 필요로 한다. 지나친 수다나 빠른 말로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부분은 말 사이의 침묵에 놓여 있다. 나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바로 도피다. 그들은 어른들과 다른 남자아이들에게서, 나는 어른들과 다른 여자아이들에게서 도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일시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막의 섬을 찾는다.
고양이 눈 2 p.80-8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맞네. 도피네. 나도 그랬다. 도피였다. 어른들과 다른 여자아이들에게서 도피.
나는 남자아이들에 대해 알고 있다. 그들의 머릿속에 오가는 생각들, 소녀들과 여자들에 대한 생각들, 다른 남자아이들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할 수없는 일들에 대해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 몸을 두려워하며 자기들의 말에 대해 수줍어 하고, 비웃음을 당할까 조바심 낸다. 나는 그들이 탈의실에서 장난치거나 체육관 뒤에서 몰래 담배 피울 때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안다. '계집애', '개같은 년', '호박꽃', '화냥년' 같은 말은 여자아이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물론 더 심한 말도 쓴다. 나는 이런 말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런 말이 황소 눈알 표본과 콧물 먹기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이 강하고 놀림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증거이기 때문에 곧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들이 진짜 여자아이들을, 아니면 특정한 여자아이를 싫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여자아이들은 때로는 이런 단어의 대용물이고, 때로는 그 단어들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것이며, 때로는 그저 배경 소음에 불과하다. 나는 이런 말 중에 어떤 것도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른 여자아이들, 남학생들을 무시하며 복도를 걷는 여학생들, 자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머리를 흔들고 작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다니는 아이들, 너무 큰 소리로 부주의하게 이야기하면서 아무도 속이지 못하는 여학생들, 아니면 부드럽고 순결하고 상큼한 척 행동하는 위선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계집애, 개같은 년, 호박꽃, 화냥년 같은 소리 없는 단어의 구름은 언제나 그들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그들을 지적하고, 축소시키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작게 잘라 버린다. 이 소리 없는 단어들을 다루는 비결은 단어들 사이의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머릿속에서 몸을 돌려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벽을 통과해 걷는 것처럼.
고양이 눈 2 p.81-8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우리 부모님은 때 묻은 얼굴을 하고 예측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창피한 말들을 불쑥 뱉어 내는 장난꾸러기 동생들 같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최대한 잘해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부모님보다 더, 훨씬 더 나이를 많이 먹은 느낌이다. 아주 늙어 버린 느낌.
고양이 눈 2 p.8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X연뮤클럽] 28. 뮤지컬 안내서 읽고 공부해요 ①<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