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D-29
"넌 정말 너무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꼬고 팔꿈치를 탁자에 올려놓는다. 나는 이렇게 사소한 일로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을 즐긴다. 그것은 내가 그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고양이 눈 2 p.16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이런 욕망에 종종 사로잡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욕설이다.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고 삼가는 욕을 굳이 한다. 주변에서 뭐라 해도 한다. 재밌다. 밖에선 잘 안하고 집에 있을 때 자주 해서 가족들한테 혼난다. 안 할 생각은 없어서 맨날 하고 혼나는 중.
"정말 그렇죠?" 내가 말했다. 조제프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눈치였다. 좁은 실내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내 목덜미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가 손을 대는 곳은 다 무겁게 느껴졌다.
고양이 눈 2 p.17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좁은 실내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내 목덜미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가 손을 대는 곳은 다 무겁게 느껴졌다.
고양이 눈 2 p.17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이 부분 표현에 감탄했고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조제프가 쓰레기가 맞긴 하지만 나도 그한테 매료되지 않았을까. 그의 불안, 혼돈, 난민이 되어 지반을 잃은 뿌리에 동질감(나는 내 존재나 유년기의 기억을 부정하고 싶어서 안전하게 디딜만한 지반이 없다고 느낀다) 느껴서 마음을 줬을 수도. 그래서 조제프와 일레인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냥 일레인이 되어서 읽었다. 일레인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조제프를 욕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발생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프는 이번에는 선 채로 키스했다. 하지만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창문으로 들여다볼까 봐 두려웠다. 그가 나보고 직접 옷을 벗으라고 요청할 것이 두려웠고, 나를 이리저리 돌려 보고 멀리서 감상할 것이 두려웠다. 나는 누가 내 뒷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선이다. 그러나 조제프가 부탁했더라면 나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그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테니까.
고양이 눈 2 p.1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위에서 조제프를 욕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이 마지막 문장을 메모하면서는 좀 화났다. 호호.
"나를 떠나지 말아 줘." 조제프는 언제나 사랑의 행위 후가 아닌 전에 나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견딜 수가 없었어." 이런 식의 말은 한물간 것이다. 다른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우습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조제프는 다르다. 나는 그의 욕구와 사랑에 빠졌다. 생각만 해도 붉게 달아오르고 수박 과육처럼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고양이 눈 2 p.18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그의 욕구와 사랑에 빠졌다. 생각만 해도 붉게 달아오르고 수박 과육처럼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고양이 눈 2 p.18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가 아니라 그의 욕구에 사랑에 빠진 거. 그럴 수 있겠다. '수박 과육처럼 무기력' 하다니. 이런 표현은 정말 어떻게 쓴 거야...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나와 부모님이 생각하는 나는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
고양이 눈 2 P.18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조제프는 마치 문제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지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는다. 그는 말한다. "걔는 결혼하고 싶어해." 그녀가 비이성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과, 그런데도 그녀에게 이것, 이 엄청나게 비싼 장난감을 주지 않으면 그가 깊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똑같은 범주에 집어넣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비이성적이며 변덕스러운 여자라는 범주. 나는 조제프와, 아니 그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결혼이란 천한 짓이며, 대가 없는 선물이 아니라 저속한 거래라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조제프는 위축되고 상처받을 것이다. 이 세계의 전체 구도 속에서 결혼은 그가 맡은 역이 아니다. 그의 역할은 비밀스러움과 거의 텅 빈 방, 그리고 해로운 기억과 악몽을 지닌 연인이 되는 것이다.
고양이 눈 2 P.18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한 남자보다는 두 남자가 낫다. 아니 적어도 내 기분은 더 좋다. '나는 그 둘 다와 사랑에 빠졌어.'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리고 그 둘과 사귀고 있다는 것은 그들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마음을 정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고양이 눈 2 P.21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조제프는 이제까지 내게 항상 주어 왔던 것에 공포를 더해 준다. 그는 어떤 사람 머리에 총을 쏜 이야기를 해 주던 때처럼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이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속한 존재라고 말한다. 만일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면, 남자는 그 둘을 모두 죽이고 사람들은 그를 변호한다는 것이다.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경우 여자가 어떻게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조제프는 손으로 내 팔을 타고 어깨까지 어루만지고, 가볍게 목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나는 그가 무엇을 의심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는 자주 내게 말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럴 때가 아니면 손으로 내 입을 막아 버리기도 한다. 나는 눈을 감고 그를 막연하고 변화하는 힘의 근원으로 느껴 보려 한다. 객관적 시선으로 보면 그에게서 무슨 바보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고양이 눈 2 P.21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 조제프 좀 더 짱난다. 이상하게 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조제프가 그리 싫지 않았지? 일레인이 조제프를 뜨겁게 미워하지 않아서 그럴까.
드디어 조제프의 소재를 파악하여 소식을 알리자 그는 완전히 넋을 잃는다. "그 불쌍한 아이, 그 불쌍한 아이. 그녀는 왜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가 말했다. 나는 차갑게 말한다. "그녀는 당신이 화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자기 부모처럼 말이지. 임신 때문에 당신이 자신을 걷어차버릴 거라고 생각한 거야." 우리 둘은 그것이 가능성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조제프는 얼버무리며 말한다. "아니, 아니야. 나는 그녀를 돌봐주었을 거야."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고양이 눈 2 P.22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여러 가지 해석이 뭐지? 결혼은 하지 않고 혼자 낳게 시킨 후 돌봐주기? 아니면 낙태 수술 시키고 돌봐주기?
조제프는 자신이 수지에게 저지른 짓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사건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이 수지에게, 그녀의 저항하지 못하는 순수한 육체에 무슨 짓을 가한 것이라고. 동시에 그는 그녀에게서 상처받았다. 그녀의 삶에서 그를 도려내 버리다니. 어떻게 그를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는가?
고양이 눈 2 P.22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우, 진짜 꼴사납다. 그런데 뭔 줄 알겠다. 이랬던 남자들 몇몇이 떠오른다.
수지가 사라지자 우리 사이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던 것이 없어져 버렸다. 조제프의 무게가 통째로 내게 실려 있고, 그는 내게 너무 무거운 존재다. 나는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없고, 그런 자신의 실패에 분노를 느낀다. 나는 그에게 충분하지 못하다. 나는 부적절한 존재다. 이제 조제프가 약한 사람으로 보인다. 내게 매달리고, 창자를 들어낸 물고기처럼 무기력한 사람. 나는 여자 때문에 그렇게 무너져 버리도록 자신을 방치하는 남자를 존경할 수 없다. 그의 구슬픈 눈을 보며 경멸을 느낀다.
고양이 눈 2 P.22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내 머릿속 시한폭탄《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편집자와 함께 읽기[클레이하우스/책 증정] 『축제의 날들』편집자와 함께 읽어요~[한빛비즈/책 증정] 레이 달리오의 《빅 사이클》 함께 읽어요 (+세계 흐름 읽기) [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 두산아트센터 뮤지컬 티켓을 드려요
[초대 이벤트] 뮤지컬 <광장시장> 티켓 드립니다.~6/21
예수와 교회가 궁금하다면...
[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이수호 선생님의 교육 에세이 <교사 예수> 함께 읽기[올디너리교회] 2025 수련회 - 소그룹리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6월의 그믐밤도 달밤에 낭독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벽돌책 같이 격파해요! (ft. YG)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
내일의 고전을 우리 손으로
[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작별하지 않는다도시의 마음불안세대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예제가 뭐에요?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