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D-29
나는 존과 사랑에 빠졌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고 속마음을 감춘다. 그는 그 단어에 반감을 보이거나 속박되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고양이 눈 2 P.2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내가 어울리는 화가들은 그저 마약이나 술에 취해 있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내게 말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서툴게, 움찔거리고 멈칫거리면서, 짧게 말을 꺼낸다. 그들의 문제는 대부분 여자 친구에 대해서다. 곧 그들은 내게 양말을 기워 달라거나 단추를 달아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들과 있으면 내가 그들의 이모쯤 되는 기분이다. 나는 질투에 허우적거리는 대신 이런 역할을 맡는다. 질투에는 미래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양이 눈 2 P.22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작은 여동생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을 오빠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진다. 내게 있어 그는 당연한 존재다. 내 삶에서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나는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한때 그는 단독으로 존재했고 나는 침입자였던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오빠가 날 미워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를 귀찮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고양이 눈 2 P.24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족하> 떠올랐음. 그래서 언니가 내 존재를 귀찮아하는 이유를 다시금 납득. 나도 동생이 이렇게 귀찮았겠지. 그런데 나도 동생이기도 하니 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가서 또 잘 챙겨주고 귀찮아하고 미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뭐 그런 거 같다. 그냥 둘째로 태어나서 이렇게 양가감정 속에 빠져 살 수밖에 없는 듯. 왠지 친구들에 비해 내 세상은 뚜렷하지 않고 획일화된 느낌이 없어 항상 불안했는데... 어중간한 위치로 태어나고 존재하게 되어서 그런 가보다. 형제 순서에 따른 성격 이론이 있다는 데 요즘 들어 자주 곱씹어본다. 어릴 때부터 둘째라서 억울해!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언급했는데 이젠 둘째라서 그래.로 궁서체 점 찍는 중. 진심 90프로.
족하들개이빨의 조카 관찰기. 비혼주의자 고모의 시선으로 조카를 바라보며 이 시대의 육아에 대해 생각한다. 언니를 올케라 부르라 하는 세상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픈 욕심은 크지만 매일 좌절하는 작가가 그려낸 만화이다.
존이 들어와서 세라를 안아 올려 뽀뽀해 주며 수염으로 얼굴을 간질이고, 빽 소리를 지르며 웃는 그녀를 거실로 안고 간다. "엄마 몰래 숨자." 그는 말한다. 존은 항상 나를 대항해 가상의 동맹을 상정하고 둘이서 같은 편이 된다.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내 신경을 거스른다.
고양이 눈 2 P.25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러나 그 역시 세라를 사랑한다. 그것은 뜻밖의 일이었고, 나는 그에 대해 끝없는 감사를 느낀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내가 그에게 세라를 선물로 준 것이 아니라 그가 나에게 그녀라는 선물을 허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눈 2 P.254-25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바로 우리가 어른이다. 그게 바로 가장 큰 쟁점이다. 우리 둘 다 어른이 된 것에 대해 완전히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는 누가 더 아픈가를 두고 경쟁한다. 내가 두통이 있으면 존은 편두통이 있다고 우긴다. 그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목이 쑤셔 죽을 지경이라고 맞선다. 어느 누구도 반창고 사 오는 일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권리를 두고 싸우는 것이다.
고양이 눈 2 P.25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이 부분 읽으면서 놀랐다. 그럴 수 있겠다. 언니랑 나랑 싸울 때 대체로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권리를 두고 뒤지게 싸운다. 그런데 이상하게 동생은 어른의 위치를 기꺼이 맡는다. 동생은 어른의 위치를 맡으면서 자신을 어리다고 배제하지 않는 것에 안도하는 것 같다. 이상하다..
근데 막내 같은 막내가 있고 오히려 막내라서 막내 안 같은(?) 막내가 있을 수 있고... 어떤 특징이 순작용을 하고 반작용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 인간의 어떤 공통적인 특성을 알아내고 싶은데 말이지.
그러나 이 모임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나는 어색하고 막연한 느낌이 들어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틀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고통받지도 않았고 의무를 완수하지도 않았으므로 말을 꺼낼 권리가 없다. 문 안쪽에서 판결과 비난 어린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닫힌 문 밖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호감을 사고 싶기도 하다.
고양이 눈 2 P.26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고통의 위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싶다.. 고통에서 해방하고 연대하기 위해 샅샅이 서로의 고통을 말하고 이해하고, 내 고통처럼 남의 고통을 생각하고... 가 될까. 실제 삶에서 그럴 수 있을까. 오히려 내가 알만한 고통만 반응하면서 상대방에게 내가 아는 고통을 말하라고 종용하게 되는 거 아닐까. <공감의 반경> 어서 읽어야지. 막연한 것보다 선명한 방법이 필요하다. 내 고통과 함께 하고 싶고, 당신의 고통과도 함께 하고 싶다. 제대로.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인간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와 환경 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피고 의식적으로 인간의 공감 수준을 바꾸려 했던 과학 연구들을 조명하면서 공감 본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해법을 제시한다.
존은 거실에 앉아서 화가 친구 하나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나는 부엌에서 냄비를 쾅쾅 친다. "왜 저러지?" 화가가 묻는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화가 난 거야." 존이 말한다. 이런 언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때 이런 말은 망신을 주기 위한 것이었고,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수치였다. 이것은 괴상함, 기형, 성적 기능 장애를 암시하는 것이다. 나는 거실 문으로 다가간다. "나는 여자라서 화가 난 게 아니야. 네가 개자식이기 때문에 화가 난 거야." 나는 소리 지른다.
고양이 눈 2 P.264-26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내가 유도를 그냥 배운 게 아니에요. 적이 자신의 기세 때문에 되려 균형을 잃도록 만드는 거예요." 조디가 말한다.
고양이 눈 2 P.27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멋지다..
내 주위에 여자들이 모여들고, 그들 깃털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들은 마치 내가 충격을 받은 것처럼 위로하고 달래고 쓰다듬고 돌봐 준다. 어쩌면 그들은 진심인지도, 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는 분간하기가 너무 힘들다.
고양이 눈 2 P.2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 잠깐만 메모하려고 했는데 지나친 부분이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린다. '자매애란 내게 어려운 개념이야, 나는 자매가 없었으니까.' 형제애는 어렵지 않다.
고양이 눈 2 P.26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자매가 있어도 자매애 어려운데 어쩌지;; 아 물론 형제애도 모르겠긴 하다. 형제애에 대해 납득을 잘 못한다. 자매애랑 다를 게 뭐가 있냐고 생각하고 그래서 코딜리어처럼 행동하게 되는 듯;;
영화 속의 남자는 이 두 여자를 다 사랑하며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광기가 시작된 것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나는 감독이 조제프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 여자들이 남자 말고도 미칠 만한 자신들만의 어떤 이유가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그는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 눈 2 P.29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독서모임 때 ㅎㄹ님이 말씀하신 게 떠오른다. 옛날에 많은 여자들이 정신병원에 가둬지고 뇌 절제술을 당했다고. (지금은 절대 안 하는 시술) <미괴오똑>에도 여성들의 우울에 대한 처방으로 남성과 섹스를 시켰다는 게 기억에 남는데 다시 생각해도 정말 얼탱방구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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