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D-29
고통의 위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싶다.. 고통에서 해방하고 연대하기 위해 샅샅이 서로의 고통을 말하고 이해하고, 내 고통처럼 남의 고통을 생각하고... 가 될까. 실제 삶에서 그럴 수 있을까. 오히려 내가 알만한 고통만 반응하면서 상대방에게 내가 아는 고통을 말하라고 종용하게 되는 거 아닐까. <공감의 반경> 어서 읽어야지. 막연한 것보다 선명한 방법이 필요하다. 내 고통과 함께 하고 싶고, 당신의 고통과도 함께 하고 싶다. 제대로.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인간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와 환경 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피고 의식적으로 인간의 공감 수준을 바꾸려 했던 과학 연구들을 조명하면서 공감 본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해법을 제시한다.
존은 거실에 앉아서 화가 친구 하나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나는 부엌에서 냄비를 쾅쾅 친다. "왜 저러지?" 화가가 묻는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화가 난 거야." 존이 말한다. 이런 언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때 이런 말은 망신을 주기 위한 것이었고,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수치였다. 이것은 괴상함, 기형, 성적 기능 장애를 암시하는 것이다. 나는 거실 문으로 다가간다. "나는 여자라서 화가 난 게 아니야. 네가 개자식이기 때문에 화가 난 거야." 나는 소리 지른다.
고양이 눈 2 P.264-26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내가 유도를 그냥 배운 게 아니에요. 적이 자신의 기세 때문에 되려 균형을 잃도록 만드는 거예요." 조디가 말한다.
고양이 눈 2 P.27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멋지다..
내 주위에 여자들이 모여들고, 그들 깃털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들은 마치 내가 충격을 받은 것처럼 위로하고 달래고 쓰다듬고 돌봐 준다. 어쩌면 그들은 진심인지도, 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는 분간하기가 너무 힘들다.
고양이 눈 2 P.2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 잠깐만 메모하려고 했는데 지나친 부분이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린다. '자매애란 내게 어려운 개념이야, 나는 자매가 없었으니까.' 형제애는 어렵지 않다.
고양이 눈 2 P.26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자매가 있어도 자매애 어려운데 어쩌지;; 아 물론 형제애도 모르겠긴 하다. 형제애에 대해 납득을 잘 못한다. 자매애랑 다를 게 뭐가 있냐고 생각하고 그래서 코딜리어처럼 행동하게 되는 듯;;
영화 속의 남자는 이 두 여자를 다 사랑하며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광기가 시작된 것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나는 감독이 조제프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 여자들이 남자 말고도 미칠 만한 자신들만의 어떤 이유가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그는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 눈 2 P.29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독서모임 때 ㅎㄹ님이 말씀하신 게 떠오른다. 옛날에 많은 여자들이 정신병원에 가둬지고 뇌 절제술을 당했다고. (지금은 절대 안 하는 시술) <미괴오똑>에도 여성들의 우울에 대한 처방으로 남성과 섹스를 시켰다는 게 기억에 남는데 다시 생각해도 정말 얼탱방구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런 부당함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내가 어디에 놓여 있었겠는가? 속박 속에, 멍에 속에 놓였을 것이다. 젊은 여자들은 부당함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그들이 지닌 몇 안 되는 방어 수단의 하나다. 그들은 무정함을, 무지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높은 절벽 가장자리를 걸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눈 2 P.29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ㅠㅠ
나는 화난 상태로 잠이 들고 깨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깨어나면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는 존의 몸 옆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그의 숨소리의 리듬을 들으며 그가 편안히 마음대로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에 분개한다.
고양이 눈 2 P.30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날 밤,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사랑의 형태도, 색채도 지니지도 않았고, 그저 거칠고 전쟁의 색깔과 금속성을 띠고 있을 뿐이다.
고양이 눈 2 P.30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모나카를 만나러 가는 거야?" 나는 그러모을 수 있는 독기를 다 쏟아부어 소리 지른다. 학교 운동장에서나 적합할 이런 말다툼이 정말 싫다. 나는 포옹과 눈물과 용서를 원한다. 그 모든 것이 무지개처럼 노력 없이도 저절로 내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고양이 눈 2 P.31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러니까. 나도 그렇다. 무지개처럼 노력 없이도 저절로 내게 왔으면.
그때 나는 그 목소리를 듣는다.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 "그렇게 해. 어서. 어서 하라고." 목소리는 선택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명령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뛰어내리는 것과 떠밀리는 것의 차이다.
고양이 눈 2 P.313-31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그 목소리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동시에 내가 그것을 들었다는 것도 안다.
고양이 눈 2 P.31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떠나는 것에 능숙하다. 요령은 자기 자신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이다. 아무것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보지 말 것. 돌아보지 말 것.
고양이 눈 2 P.31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생각을 요하지 않는 일이고, 가구는 말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침묵을 갈구한다.
고양이 눈 2 P.32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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