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해 역시 많은 인기를 누린다. 죄에 대한 고백이 아니라 남자들이 자기에게 가한 고통에 대한 고백. 고통은 중요하지만, 오직 특정한 종류의 고통이어야 한다. 즉 남성의 고통이 아닌 여성의 고통이어야 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나눔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식으로 나누고 싶지 않다. 게다가 나는 흉터가 충분하지도 않다. 나는 기득권의 삶을 살아왔다. 얻어맞거나 강간당하거나 굶주린 적도 없다. 물론 돈 문제가 있지만, 존 역시 나만큼이나 가난했다.
그것이 존의 모습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존에게 과분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내게 가한 모든 것에 대해 나는 복수했고, 어쩌면 더 심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존은 이제 세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장거리 전화를 건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모소리는 전쟁 시의 방송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패배와 오래된 슬픔이 묻은 애처로운 목소리. 그 오래된 슬픔을 남자들 대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든다.
그에게 자비를 갖지 말라고 그 여자들은 말할 것이다. 나는 자비롭지 않지만, 연민을 느낀다. ”
『고양이 눈 2』 P.32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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