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D-29
형식은 무제한입니다.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셔도 좋고, 인용구를 남기셔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아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소설집인 것 같습니다
플래그는 서랍 속에 접힌 채로 있다. 지금은 펼치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는 그 세계지도에서, 세상의 모든 바다는 분명 이어져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이 다소 무섭다. 바다를 등지고 아무리 멀리 가도, 반드시 세상 어떤 바다와 다시 마주치게 될 테니까. 그 불편한 예감에 시달리 때마다 이상하게도 오래전 지하 소극장에서 본 오타쿠들이 떠오른다.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37, 「세상 모든 바다」 중에서, 김기태 지음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맹희 자신도, 감자도 토마토도 양파도 그들이 비난하는 만큼 잘못한 건 아니었다.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남자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을, 무엇을 속이거나 팔아넘기겠다는 말로 번역해서 들을까. 맹희는 집요하고도 악랄한 댓글 228개 아래에 익명으로 슬쩍 썼다. '너네는 어쩌다 이렇게 좆같아졌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70, 「롤링 선더 러브」 중에서, 김기태 지음
어디서부터 꿈인지 헷살려하며 맹희는 깨어났다. 속이 쓰렸고 왼쪽 무릎에 멍이 들어 있었다. 시원한 물을 유리컵 가득 따라 꿀꺽꿀꺽 다 마셨다. 속을 보이면 어째서 가난함과 평안함이 함께 올까. 그날 '맹이의 대모험'이었던 블로그 이름이 '돌멩이의 대모험'으로 슬쩍 바뀌었고, 이런 글이 올라왔다. '구르더라도 부서지진 않았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74, 「롤링 선더 러브」 중에서, 김기태 지음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43,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김기태 지음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04, 「로나, 우리의 별」 중에서, 김기태 지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도에 내려놓는 동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송희는 들어보고 싶다기보다 버려보고 싶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45, 「무겁고 높은」 중에서, 김기태 지음
방송은 삼십 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는 어느 선배의 자료 화면을 보여줬고, 항상 이런 자막으로 끝났다. 오늘도 미래를 듭니다. 미래의 자리에는 꿈이나 희망이 오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미래가 오기도 했다. 내가 그런 걸 들었나. 송희도 처음엔 국가대표라거나 체육대학 같은 미래를 그려봤다. 그런 상상은 답장을 보낼 수 없는 먼 곳을 닮아 있었다. 운동을 게을리한 건 아니었다.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에 대회를 몇 차례 치를수록 상상조차 쪼그라들었다. 어떤 시점에서 송희의 목표는 그냥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50-251, 「무겁고 높은」 중에서, 김기태 지음
아버지가 소매를 걷어올리고 고기를 집게로 뒤적거렸다. 옛날에는 목구멍에 탄가루 씻는다고 이 비계를 먹었단 말이지. 이게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좋아. 체력을 키워서 다음엔 이겨야지,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송희는 역도에 이기는 게 있었는지 생각했다. 축구나 격투기라면 '이겼다' '졌다'고들 하지만…… 따지자면 나는 94킬로그램만큼 이겼고 100킬로그램만큼 졌지. 안경은 114킬로그램만큼 이겼고, 119킬로그램만큼 졌어. 더 무거운 걸 버릴 때 더 기쁘다면, 더 무거운 걸 떨어뜨리면 더 화날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59, 「무겁고 높은」 중에서 , 김기태 지음
"나는 십만원을 인출했다"라고 혼잣말함으로써 ATM 앞에서 지폐를 스무 번 세지 않을 수 있다면, 뒷면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그 음흉한 기계를 믿을 수 있다면…… 나는 조금 이상해짐으로써 아주 이상해짐을 막기로 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79,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출처라거나 서양 격언이라거나 불교 경전에도 있다는데, 중요하지 않다. 이 주문은 구체적인 공간과 작용을 담고 있고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점에서 강력했다. 나는 한 계절을 이 주문만으로 살았다. 어느 날 정부의 고위 관료가 반국가 세력의 음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면서 같은 문장을 인용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나는 반국가 세력이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89,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상호확증파괴 원리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 그리고 그들의 동맹국 사이에 전면적인 무력 충돌은 극히 어려워졌다. 물론 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또는 레반트 지역의 사정은 다르지만, 혹자는 지난 만 년 동안 인간은 모두 전사거나 전사의 유족으로 살았고, 20세기 전반에는 두 번의 총력전으로 팔천오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음을 상기시킨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문명국가'의 다수 시민은 화요일 밤에는 실시간 중계되는 가자 지구의 화염을 보고 목요일 정오에는 총기 난사범의 프로필을 듣더라도 일요일 오전에는 애인에게 단검이 아니라 커피와 토스트를 건넬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차세계대전을 끝낸 폭발 이후 현재까지의 시대를 핵에 의한 평화, 즉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라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92,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무겁고 심각한 것은 느리다. 무게를 잃어버린수록—상징적인 무게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크기라는 의미에서도 그렇다—말과 이미지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순환하고 전파된다. 인터넷 밈은 역사적·지역적·사회적 거리와 차이들을 마구잡이로 넘나든다. 그래서 인터넷 밈은 역사적 맥락을 제거해버리는, 모든 것을 피상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웹의 순환과 공허한 '레트로' 유행을 보여주는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327, 「해설 | 평범한자는 들어오라 」 중에서, 이희우(문학평론가), 김기태 지음
저번에 사 둔 책, 오늘 아침에 표제작만 읽고 우와~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어 이 책 읽은 사람들 모임 있겠지 하며 검색해서 발견했어요, 이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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