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D-29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143,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김기태 지음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04, 「로나, 우리의 별」 중에서, 김기태 지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도에 내려놓는 동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송희는 들어보고 싶다기보다 버려보고 싶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45, 「무겁고 높은」 중에서, 김기태 지음
방송은 삼십 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는 어느 선배의 자료 화면을 보여줬고, 항상 이런 자막으로 끝났다. 오늘도 미래를 듭니다. 미래의 자리에는 꿈이나 희망이 오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미래가 오기도 했다. 내가 그런 걸 들었나. 송희도 처음엔 국가대표라거나 체육대학 같은 미래를 그려봤다. 그런 상상은 답장을 보낼 수 없는 먼 곳을 닮아 있었다. 운동을 게을리한 건 아니었다.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에 대회를 몇 차례 치를수록 상상조차 쪼그라들었다. 어떤 시점에서 송희의 목표는 그냥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50-251, 「무겁고 높은」 중에서, 김기태 지음
아버지가 소매를 걷어올리고 고기를 집게로 뒤적거렸다. 옛날에는 목구멍에 탄가루 씻는다고 이 비계를 먹었단 말이지. 이게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좋아. 체력을 키워서 다음엔 이겨야지,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송희는 역도에 이기는 게 있었는지 생각했다. 축구나 격투기라면 '이겼다' '졌다'고들 하지만…… 따지자면 나는 94킬로그램만큼 이겼고 100킬로그램만큼 졌지. 안경은 114킬로그램만큼 이겼고, 119킬로그램만큼 졌어. 더 무거운 걸 버릴 때 더 기쁘다면, 더 무거운 걸 떨어뜨리면 더 화날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59, 「무겁고 높은」 중에서 , 김기태 지음
"나는 십만원을 인출했다"라고 혼잣말함으로써 ATM 앞에서 지폐를 스무 번 세지 않을 수 있다면, 뒷면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그 음흉한 기계를 믿을 수 있다면…… 나는 조금 이상해짐으로써 아주 이상해짐을 막기로 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79,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출처라거나 서양 격언이라거나 불교 경전에도 있다는데, 중요하지 않다. 이 주문은 구체적인 공간과 작용을 담고 있고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점에서 강력했다. 나는 한 계절을 이 주문만으로 살았다. 어느 날 정부의 고위 관료가 반국가 세력의 음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면서 같은 문장을 인용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나는 반국가 세력이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89,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상호확증파괴 원리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 그리고 그들의 동맹국 사이에 전면적인 무력 충돌은 극히 어려워졌다. 물론 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또는 레반트 지역의 사정은 다르지만, 혹자는 지난 만 년 동안 인간은 모두 전사거나 전사의 유족으로 살았고, 20세기 전반에는 두 번의 총력전으로 팔천오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음을 상기시킨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문명국가'의 다수 시민은 화요일 밤에는 실시간 중계되는 가자 지구의 화염을 보고 목요일 정오에는 총기 난사범의 프로필을 듣더라도 일요일 오전에는 애인에게 단검이 아니라 커피와 토스트를 건넬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차세계대전을 끝낸 폭발 이후 현재까지의 시대를 핵에 의한 평화, 즉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라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292, 「팍스 아토미카」 중에서, 김기태 지음
무겁고 심각한 것은 느리다. 무게를 잃어버린수록—상징적인 무게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크기라는 의미에서도 그렇다—말과 이미지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순환하고 전파된다. 인터넷 밈은 역사적·지역적·사회적 거리와 차이들을 마구잡이로 넘나든다. 그래서 인터넷 밈은 역사적 맥락을 제거해버리는, 모든 것을 피상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웹의 순환과 공허한 '레트로' 유행을 보여주는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p.327, 「해설 | 평범한자는 들어오라 」 중에서, 이희우(문학평론가), 김기태 지음
저번에 사 둔 책, 오늘 아침에 표제작만 읽고 우와~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어 이 책 읽은 사람들 모임 있겠지 하며 검색해서 발견했어요, 이 모임.^^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두산아트센터 연극 티켓을 드려요
[초대 이벤트] 연극 <원칙> 티켓 드립니다.~5/21
글쓰기를 돕는 책 _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북토크/책증정]사이토 다카시의 <글쓰기의 힘> 같이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
부처님의 말씀 따라
나의 불교, 남의 불교[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메롱이님의 나 혼자 본 외국 작품
직장상사 길들이기웨폰만달로리안 시즌3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성난 사람들 시즌2
5월 15일, 그믐밤에 우리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하이틴에게 필요한 건 우정? 사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청소년 문학 함께 읽기] 『스파클』, 최현진, 창비, 2025[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북다] 《위도와 경도》 함윤이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4/9)[북다/라이브 채팅]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백온유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소설로 읽는 기후 위기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