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사람들을 비집고 전철로 뛰어든다. 누가 소리친다“밀지 좀 마요!“그러자 발작이 일어난다. 이 한량에 들어찬 사람이 몇 명인데 밀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밀지 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마저 손 대기도 불결해 팔꿈치로 밀어 대는 이 바닥에서 우리는 꼼짝없이 붙어 서서 서로로부터 고개를 돌려 심호흡한다. 전철이 선로를 틀거나 급제통할 때마다 서로에게 쏟아진다. 우리는 전철에서 튕겨 나온다.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지하 샛길을 통하여 각자 소굴로 기어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인파에 같혀 컨베이어가 천천히 돌아가는 꼴을 견디며, 속으로 곱씹는다
냉담 페이지48-49 , 김갑용 지음
지옥철이 딱 떠오르더라구요.
"사람들은 말한다. 괜찮으니 숨김없이 고백하라고.그들은 솔직함에 집착한다.진실하기를 바라서라기보다는 상대가 품은 비밀이 자신을 괴롭힐까 경계해서다. 솔직함은 대부분 타인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솔직함이 나의 장점이자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뭔가 묵직하게 한방 맞은 느낌이네요...누군가에가 저런 마음으로 솔직함을 강요한적이 있었나 반성해봅니다.
솔직함은 장점도, 미덕도 되죠. 하지만 그 반대도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구절에 이르러서 저는 이 소설이 가진 여러 양면 구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와 그녀, 개인과 단체, 소설과 소설가. 이들은 하나인 듯하지만, 극단적으로 멀어지고, 또 다시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상상해 보는 것이 이 작품을 읽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18쪽] 경광등을 켠 경찰차 한 대가 길 건너편에 있었다. 머뭇거리며 따라오는 나를 그녀가 잡아끌었고, 어느새 눈앞에서 빙글빙글 도는 회전문 칸에 함께 들어갔다. 유리 문짝에 부딪혀 우리를 감싼 회전문이 잠시 작동을 멈췄다. 그렇게 갇혀 있는 동안 푸른 경광등 불빛이 주위를 둘러쌌다. [115~116쪽] 호송차와 경광등을 켠 경찰차 여러 대가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 (중략) 억센 힘이 나를 잡아끌어 어느새 눈앞에서 빙글빙글 도는 회전문에 집어넣었다. 유리 문짝에 살짝 부딪히는 바람에 문이 잠시 작동을 멈췄다. 푸른 경광등 불빛이 번쩍이며 내가 갇힌 회전문을 포위했다. 위의 구절들을 포함하여, 하나의 선율을 변주한 듯 중첩되는 구절과 상황들(예: 빗살무늬 벽, 황동빛 빌딩, 푸른 돔, 여성의 이미지 등)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 소설의 이런 특징이 아래의 문장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듯합니다. [114쪽] 본디 하나인 곡의 주제가 다변화하면서도 도로 하나로 귀결했다.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1부를 천천히 2번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아, 겨울매미 님! 저랑 비슷합니다. 그런데 저는 더 읽을수록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느낌도 잠시! 또 다른 면이 보이는... 껍질이 끝임없이 있는, 양파같은 소설입니다. ㅋ
아! 멋진 발췌문들입니다. 강한 알레고리들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는 소설입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괜찮으니 숨김없이 고백하라고, 그들은 솔직함에 집착한다. 진실하기를 바라서라기보다는 상대가 품은 비밀이 자신을 괴롭힐까 경계해서다. 솔직함은 대부분 타인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해가 되기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냉담 38, 김갑용 지음
요즘 사람들이 솔직함이라는 명분 아래 날 선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상대의 상처는 상관없이 '난 솔직하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것 같기도요. 해가 되기에 솔직하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인상적인 부분으로 많이 추천해주시네요. 여러 분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ㅋ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자아도취, 많이 보게 되는 광경이고 저도 스스로에게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솔직;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습니다. 정말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거짓이나 숨김이, 정말 없을 수 있을까요?
@소전서가 "시대는 내게 입을 비롯한 하관 정도를 가릴 마스크를 내밀었으나 그녀에게는 말하고 숨쉬기 불가능할 만치 밀봉된 입마개와 가면을 씌웠다. 입마개와 가면은 자기 입이 어디까지인지, 자기 얼굴이 어디까지인지를 망각하게 만든다."(p.44)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에서 남성보다 생물학적 여성에게 씌워진 이미지나 요구 등 불합리와 불공정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성별을 떠나 '입마개'와 '가면'이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을 잊고 이 세계의 인형이 되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도구임을 자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구요. 그것을 완전히 버린 채로 사는 삶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게 씌워진 그것들이 나의 '입'과 '얼굴'을 망각하게 하는 일로부터 벗어나려는 발버둥은 삶과 함께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네, 저는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별도 당연히 의식되었지만, 저는 이 소설 안에선 좀 더 직접적으로 코로나19 때 더 수면 위로 드러났던, 취약한 계층들이 더욱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보호받지 못했고, 더 약해졌고, 치명적인 상처나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 시대가 다 지난 것처럼 보이는 현재, 그들의 상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물었을지 아니면 그 상태로 덧나 더 큰 어려움을 운명처럼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을지.
더는 머무를 필요도 없어. 방을 나섰다. 천장에 늘어선 초록 비상등이 깜박이는 어둡고 적막한 복도를 되짚어 걸어갔다. 복도 한편에서 아기 울음소리처럼 고양이가 가냘프고 끈질기게 우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 전혀 다른 장소이지만 나는 이 장면에서 영화 '향수'가 떠올랐어요. 칙칙하고 어둡고 습한 골목이. 읽고 있는 것은 건물 내부였지만 그 장면이 문득 떠올랐는데 왜 일까요? 그 장면이 뇌리에 남아서 였나봐요. ㅎㅎ
다양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조합해 보는 것도, 소설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느긋하게 읽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칙칙하고 어둡고 습한 골목! 쥐스킨트의 <향수>도 멋진 작품이죠. 저는..... 토끼굴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진정으로 헤매게 되는, 정체청의 혼란까지도 일으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방과 문의 장면들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38p. 고백의 유혹을 뿌리쳐 내고 숨기고 만 진실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얌전히 상자에 담겨 봉해져, 서서히 삭아 간다. 시간이 지나 상자를 열어 보면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 있기도 하다. 상자를 연다. 상자 안에 든 게 이전의 소유물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것에 붙인 이름표마저 떨어졌다. 이전의 그것이 맞으리라고 전제하지만, 틀린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 진실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리기도 하는 현실에 공감하여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네, <전혀 다른 무언가>라는 것이요. 그렇게 소중하고 중요했던 것이, 어느 때부터는 의미 없는 것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상황도 있죠.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네! ㅋ
p.78~79 "당신이 숨어 산 층계참이 있는 건물은 폐쇄되었습니다. 만일 거기서 일하던 모든 사람이 당신으로 인해 병에 걸리고 몇몇은 음압 병동으로 실려 가고 몇몇은 죽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들 삶 뒤에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해보세요. 그게 어떨지 당신이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당신 하나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이 잠깐의 열병으로 소멸하고 끝없는 끝만이 이어질 뻔했습니다. 죽든, 죽지 않든, 저마다가 영위하던 삶이 부재하게 되면서 엄습하는 공허를 어느 누구도 감당할 필요는 없습니다. 죽은 사람들은 산 자에게 어떤 책임도 전가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당신만큼은, 삶의 뒷면, 아무것도 없는 뒷면을 떠올려 보아야 합니다. 당신이 자초할 뻔했고 그들에게 초래할 수 있었을 공백, 기억과 자아가 남지 않는 백지, 목소리를 전달할 어떤 매질도 존재하지 않는 진공을 당신은 체감해야 합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무(無)의 세계를 당신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못 받아들이겠다면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두문불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본인 소재를 명확히 하시고, 상황이 벌어지면 공동체의 요구에 응하세요. 전문가의 권고에 귀 기울여 유의하세요. 전염병 시기에, 당신이 살아 생전에 할 수 있는 노력은 그뿐입니다." 마치 코로나19 초기 시기에 모든 뉴스들이 저에게는 다 저렇게 들린 것 같아요.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가 뉴스를 왜곡하여 훨씬 두렵게 들리게 했습니다.
공포스러웠던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고압적인 역학 조사관의 이야기는... 매우 권위적이었죠. 그 앞에서 남자는 그리고 우리는 한없이 무력해집니다.
p.26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낯설게 돌아보며 그녀 팔을 부여잡았다. 모두가 눈이 아름다웠다. 사람의 눈은 누구나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코비드19의 절망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려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 마기꾼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게 생각나네요. 그때는 모두가 잘 생겨보이고 예뻐보였던 것 같아요. 코로나가 끝나고 마스크를 벗었는데 어찌나 제 자신이 못생겨 보이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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